한 줄기 희망 같았던 첫 예약. 그만큼 책임감의 무게도 컸다. 마치 이 한 수업의 성과에 의해 내가 몸담고 있는 이곳의 생존 여부가 달려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중요한 자리일수록 더 잘해야 된다는 부담감에 짓눌려, 일을 망치는 것은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일이다. 한 수업에 모든 걸 담으려는 욕심에, 내용은 장황해지고 결국 듣는 이들은 이해하지 못하고 지루해하는, 당황한 나머지 몇 주 동안 밤을 설쳐가며 준비한 것의 절반도 보여주지 못하는. 그런 광경을 많이 보았다. 물론 내 발표 자리에서 말이다.
그래도 그 경험 덕분에 이 방법은 절대 통하지 않는다는 것만큼은 깨달았다. 첫 단추를 잘 꿰는 게 중요하다는 건 알지만, 나는 오히려 힘을 빼기로 했다. 너무 애쓰지 말고 편안하게. 지금 무엇보다 필요한 건 편안함이었다. 수업을 이끄는 사람은 편안해야 한다. 그래야 듣는 사람도 편안해지니까. 너무 긴장하고 경직되어 있다면 어떤 말과 제스처를 취하든 그것이 불편하게 다가온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수업 준비를 대충 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준비하되, 결과에 대해선 집착하지 않을 뿐.
'잘 해내야 돼!'라고 말하는 마음의 목소리를 알아차렸다. 스스로에게 말해주었다.
"괜찮아. 최선을 다해서 준비했잖아. 그리고 그날에도 최선을 다할 거잖아. 그거면 된 거야."
그렇게 잘해야 된다는 믿음과 압박감을, 머릿속을 혼란케 하던 무수히 많은 생각들을 그 자리에서 놓아 버렸다. 해방이었다. 나를 옥죄던 것들로부터 말이다. 가벼워진 마음으로 첫 수업에 들어선 나는, 물 흐르듯 나오는 말과 자연스러운 진행을 하고 있는 자신을 보며 놀라 자빠질 수밖에 없었다. '허, 이게 나라고?' 30년 동안 극심한 공포를 유발하던 그 자리가 난생처음으로 편안하게 느껴졌다. 잘해야 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 수업 그 자체에 완전히 몰입한 채 그것을 즐기고 있었다.
우리는 노력이 강조되는 시대에 살고 있기에, 힘을 주는 것보다 빼는 것이 더 힘든 현실이다. 열심히 노력하는 걸 폄하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필요 이상의 애씀은 오히려 독이 된다는 걸 기억할 필요가 있다.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걸 할 때, 당신은 이미 충분히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그렇지 않은가? 그러니 최선을 다해온 자기 자신에게 "정말 수고 많았어. 고맙다." 이런 따뜻한 말 한마디를 해주는 건 어떨까? 그것이 스스로에게 줄 수 있는, 올해의 마지막 선물이자 최고의 선물이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