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계속해서 선물을 보내온다

by 이해

명상과 글쓰기, 요가를 안내하는 공간을 운영하는 모습을 종종 마음속으로 그리곤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글쓰기와 명상과 요가를 하는 공간이 내 눈앞에 나타났다. 늘 상상하곤 했던 그 세 가지의 활동이 합쳐진 그 공간이. 그리고 지금 그곳에서 수업을 하고 있다. 삶은 기적처럼 내가 바라던 미래로 나를 인도하고 있었다.


직장 생활을 할 때와 달리, 확연히 줄어든 근무 시간으로 인해 나에겐 엄청난 여유 시간이 있었다. 그래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다채로운 경험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SNS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책 출간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시작한 인스타그램. 그래도 기반을 열심히 다져놓은 덕분에,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는 통로가 되곤 했다. 어느 날이었다. SNS에서 교류하던 한 분이 메시지를 보내왔다.


"작가님, 제가 이번에 제주 갈 일이 생겼는데, 시간 되시나요? 한 번 뵙고 얘기 나누고 싶습니다."


관심사가 비슷하다는 걸 알았기에, 흔쾌히 수락했다. 약속한 날이 되었고, 우리는 함덕 해변으로 향했다. 바다가 보이는 루프탑 카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에메랄드 빛의 바다를 눈으로 들이키며,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한입 쭉 들이키자 세상 부러울 게 없는 평온함이 느껴졌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시계를 보니, 시간이 꽤 많이 흘러있었다. 슬슬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우리는 근처에 고깃집으로 향했고, 흑돼지로 배를 기름칠하며 식사를 마무리했다. 왠지 모르겠지만 먼저 계산을 해야 될 거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오랜 휴식으로 인해 돈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좀 부담스러웠다. 약간의 불편함과 망설임. 그러다 결국 카드를 직원에게 들이밀었다. 없는 상황 속에서도 베풀 수 있어야 된다는 마음으로. 그분은 나의 호의에 감사를 표했다.


"감사해요. 너무 잘 먹었어요. 아, 제가 예전에 코칭해 드렸던 제주분이 있는데, 작가님을 소개해 드리면 좋을 거 같네요. 수업하시는 곳이 어디라고 하셨죠?"


"조천에 있는 '슬로우앤이지'에요."


별다른 기대는 없었다. 나는 다시 공항까지 그분을 모셔다 드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하루종일 돌아다닌 탓에 좀 피곤했다. 씻고 잠자리에 들자 금세 잠이 들었다. 눈을 뜨니 아침이었다. 커튼 사이로 새어 나온 강렬한 햇빛에 눈이 부셨다. 평소처럼 일상을 이어가던 중 대표님께 연락이 왔다.


"선생님, 수업 예약 생겼어요!"


갑작스러운 소식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보통은 원데이 수업을 들어보고 계속 들을지 말지를 결정할 텐데, 바로 수업 8회권을 끊으셨으니 말이다. 알고 보니 그분의 소개로 오신 분이었다. SNS를 통해 낯선 사람들과 연결되고, 그로 인해 이런 행운이 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것은 삶이 한 사람을 통하여 내게 주는 선물이었다. 마치 "그런 미래를 원한다고? 그렇다면 너는 좀 더 연습이 필요해. 옜다, 내가 단련할 기회를 줄게."라고 말하는 거 같았다. 이처럼 삶을 신뢰하기만 한다면, 자신의 삶과 투쟁하려는 태도를 내려놓는다면, 삶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것들을 가져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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