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말하면, 미혼 여성이 고양이를 혼자서 3마리나 키운다는 것, 게다가 강아지까지 키운다는 것에 경악한 주변사람들의 걱정을 한 몸에 받게 된다.
다른 데로 보낼 생각은 없어?
언제까지 키울 거야?
털은 어떻게 할 거야?
동물들한테 드는 돈이 많을 것 같은데 걔네가 아플 땐 어떻게 할 거야?
동물이 그렇게 많은데 결혼은 어떻게 할 거야?
결혼해서도 동물 계속 키울 거야?
결혼하면 동물들 다른 곳으로 보내는 게 어때?
결혼하고 아기 생기면 그땐 동물들 다른 데로 보낼 거지?
동물들이 아기를 공격하면 어떻게 할 거야?
동물들 때문에 아기가 알레르기나 아토피 생기면 어떻게 할 거야?
강아지는 매일 산책해야 하는데 어떻게 할 거야?
강아지는 계속 데리고 다녀야 하는데 어떻게 할 거야?
동물들이 너무 많은데 어떻게 할 거야?
나는 어렸을 때부터 동물들을 좋아했다. 귀엽고 예쁘니까, 부드럽고 따뜻하고 말랑하고, 날 좋아해 주니까 등 동물을 좋아하게 된 이유는 많다. 그중에서도 내가 동물들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솔직하다는 것이다. 말을 할 줄 몰라도 동물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자신의 요구를 다양하게 표현한다. 그 신호를 알아채고 원하는 것을 제공해 주는 것이 나는 즐거웠고, 보람 있었고, 행복했다. 나로 인하여 어떤 생명이 행복한 삶을 산다니, 너무 멋진 일이다. 더구나 나를 사랑해주기까지 한다.
반면에 사람들은 나를 좋아하기도, 싫어하기도 한다. 또한, 때때로사람을 대하다 보면 피곤하다. 진심일까? 사실일까? 이런 것들을 고민해야 한다는 게 너무 싫다. 특히나 사람들은 거짓말을 자주 한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거짓말을 싫어했고, 하얀 거짓말이라 표현되고 있는 상대방을 위한 거짓말조차, 그것은 상대방이 스스로 판단할 기회를 빼앗는 기만행위라 생각하여 싫어했다.
또한 나는 인간관계에 있어서 일어나는 다양한 부정적 상황들이 너무 싫었다. 어떤 사람이 누군가를 너무 좋아하거나 싫어해서, 이간질을 시킨다거나, 단순히 싫다는 이유로 험담을 하거나, 상대방에 대한 질투로 그 사람을 괴롭히는 등 이런 상황들이 나는 너무 어려웠다. 텃세를 부리는 사람들, 여자들 사이의 기싸움. 이런 것이 나는 지금도 너무 어렵다.
사실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하는 게 더 맞다. 왜 굳이 불편하게 만들까? 그렇게 해서 이득을 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지 않은가? 세상엔 힘들고 어렵고, 짜증 나는 일이 넘쳐나는데,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있을까? 하지만 각자의 어떤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 본다.
어쨌든 나는 이러한 이유로 불편한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동물들은 언제나 자신의 감정에 솔직했다. 자신의 감정을 거짓으로 표현하지 않기 때문에 기분을 파악하기가 쉬웠다. 또한, 동물들은 나에게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 가끔 '쟤 왜 저래?'싶은 눈빛을 보내긴 하지만, 길고 지겨운 그런 잔소리는 전혀 하지 않는다. 또한 지금까지 살아오며 내가 상처받은 일을 떠올려 보자면, 모두가 다 사람에게 받은 것들이다. 그러다 보니 나는 사실 사람보다는 동물이 더 좋다.
'그럼 불이 나도 사람보다 동물 먼저 구할래?'라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들어봤던 질문이기도 하다. 나는 해충이 아닌 이상, 어떤 생명이든 똑같이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불이 난 것과 같은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하나만 구할 수 있다면 사람을 구할 것이다. 그 이유는 모르겠다. 내가 인간이라서 그런 것일까. 모두가 똑같이 소중한 목숨이라고 이야기하면서도, 다른 동물의 목숨보다는 사람의 목숨이 중요하다. 하지만 만약 우리 집에 불이나고, 나와 동물들 중 한쪽만 살 수 있다면 나는 동물들을 살릴 것이다. 내가 지금 살아있는 것은 그 동물들 덕분이니까, 그렇게 해도 될 것 같다.
그러니 나의 고양이와 강아지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어떤 성격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도 모르면서 단순히 털 달린 동물로만 보며 저런 말들을 내뱉는 사람들을 마주하게 될 때면, 나를 걱정해서 하는 이야기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한 번씩 짜증이 솟구친다.
나의 고양이들과 강아지는 나에게 온 순간부터 더 이상 단순히 털 달린 동물이 아니게 됐다.
동물을 키워 본 사람들이라면, 그 동물들을 진심으로 아꼈던사람들이라면 그 이유를 알 것이다.
사실 진심으로 아껴주기만 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그 동물들이었고, 타인이 보았을 땐 내가 동물들을 키우는 것이지만 내 입장에서는 동물들이 나를 돌봐준다. 나는 단지 의식주를 제공해 줄 뿐이다. 그리고 내가 지금 저 동물들 덕분에 아직 살아가고 있는데, 내 생명을 구한 동물들로 모셔주는 게 맞지 않을까? 그러니 아무도 나의 동물들을 구박하거나, 함부로 말하지 않았으면 한다.
'동물이 동물이지, 고양이에 미쳤네'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비판하기 전에 먼저 나의 이야기를 들어봐 주면 좋겠다. 앞으로 나를 만나게 될 모든 사람들도, 나의 고양이와 강아지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섣불리 이야기하지 않길 바란다. 우선 나와 우리 집에 있는 동물들이 어떤 사이로서 공생하고 있는지를 아무 편견 없이 바라봐 주면 감사하겠다. 그 이야기를 다 듣고도, 나에게 무엇인가 비판할 것이 있다면 그 내용에 대해 나 또한 진지하게 고민해 볼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