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으로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갑질신고에 대한 2차 가해에 대한 국민신문고, 인권위원회의 심의 결과가 나왔다.
4개월을 기다려 받은 갑질신고에 대한 2차 가해에 대한 국민신문고 민원 결과
교육청 감사처분 기준에 의거 'OO'처분함.
'OO'은 무엇일까.
어떠한 처분을 받았구나 추측만 할 뿐 알 수 없었다.
나는 곧 교육청에 전화하여 위 내용에 관해 질의하였다.
혹시 조사결과 및 조치사항 통보 서류를 잘못 보내신 것은 아닌지, 민원인에게는 결과를 알려줄 수 없는 것인지를 여쭈었다. 돌아온 대답은 민원인에게는 감사결과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알려줄 수 없으며, 'OO'처분함이라고 써서 보낸 것이 맞다고 하셨다.
이것은 조사에 대한 결과를 받았다고 하는 게 맞을까?
작년과 마찬가지로 나는 피해자가 아니라 민원인으로 취급되었기 때문에 결과를 들을 수 없었다.
2학기에 인사이동을 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내가 복직을 한다면 2학기에도 계속 그 관리자와 함께 근무를 해야한다는 말을 듣고 전화를 끊었다. 가슴이 먹먹했다.
3월에 해당 내용에 관한 대면조사를 할 때, 장학사님은 나에게 약속하셨었다.
2022년의 갑질신고 처리과정에서 아무런 안내나 결과에 대한 통보를 받지 못했던 것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꼭 결과를 통지해 주겠다고 하셨다. 궁금한 사안이 있으면 언제든 전화하여 여쭤보라고 하시며 나의 아픔에 깊이 공감을 해주셨고, 그 말씀에 나 또한 감사했다.
하지만, 여전히 교육청의 매뉴얼에서 나는 단순히 민원인일 뿐이었다.
나의 입장에 공감한다 한들, 매뉴얼이 바뀌지 않아 나는 이번에도 민원인이었다.
조사가 끝났고, 무엇인가 알 수 없는 처분을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만 해도 과거에 비하면 한걸음 더 나은 취급을 받았다고 생각해야 할까? 그저 씁쓸할 뿐이다. 그리고 이번에도 보호조치는 없다.
사실 이럴 것 같았다. 그렇지만 내심 기대했었다.
앞으로 나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걱정되었기 때문에.
결과에 따라 나의 교직생활에 영향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누군가는 나를 보며 신고해 놓고 편하게 휴직하고 쉬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전혀 편하지 않았다. 다가올 9월이 무서웠고, 불안했다. 나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결과를 받았음에도 전혀 나아진 것이 없다. 달라진 것도 없다.
나는 여전히 불안 속에 미래를 걱정한다.
7월 중순이 되어서는 인권위원회 심의결과도 통지받았다.
5개월 가까이 기다려 받은 내용은 증거 불충분으로 인한 기각.
힘이 빠졌다.
인권위원회에 사안을 접수하고 첫 안내전화를 받았을 때, 인권위원회는 권고 기관일 뿐, 무엇인가를 강제할 수는 없다고 안내를 받았었다. 그 말을 듣고 그렇다면 인권을 침해받은 경우에 인권은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는 것인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사실 접수하기 전부터 인권위원회가 권고기관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나는 나를 힘들게 했던 관리자가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알길 바랐다.
2022년에 다른 관리자의 갑질과 인격모독, 교육활동침해 및 교육활동 제한 등에 대해 방관했던 것,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를 소홀히 하며 방치한 것, 매번 다른 관리자를 두둔하였던 것 등 관리자로서 자신이 했던 언행이 어떤 부분에서 잘못된 것이며, 본인의 직위에 있어서 그 언행들은 얼마나 무책임한 것이었는지, 인권이란 무엇이며 왜 존중되어야 하는지 그 사람은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자신의 잘못이 무엇이었는지 알고 있었다면, 나의 면전에서 나에게 '작년에 징계받아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느냐'는 말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심지어 그 자리에는 그 관리자와 나 말고도 3명의 교사가 더 있었다. 그런 자리에서 나에게 저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다는 것은, '본인의 잘못을 전혀 모르고 반성도 하지 않은 채 단지 억울함만 가지고 있다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몇 년째 저경력의 어린 교사, 학교 내의 소수교과라는 이유 등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 이런 일을 더 이상 반복하여 겪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인권위원회가 단지 권고 기관일 뿐일지라도, 그 권고라도 받는다면 타인의 인권을 무시하는 사람들이 경각심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싶었다. 나이가 많거나 직위가 높다는 것이 상대적으로 어리거나 직위가 낮은 타인을 무례하게 대해도 된다는 특권은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그 인권위원회의 권고라는 것도 증거가 충분해야 한다니. 억울한 사람이 있으면 안되니 납득은 되지만 허탈했다. 그리고 여기서 멈출 것인가 나아갈 것인가 고민이 되었다.
같은 내용으로 신문고에 제기했던 나의 민원(갑질신고에 대한 2차 가해 등)은 감사기준에 따라 처분받았다고 하니, 불복신청하여 재심에 그 결과를 인권위원회에 제출한다면 그때는 그 '권고'라는 것을 내려주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인권위원회에서 심의하는 내용은 최근 1년 내에 발생한 사안에 대해서만 인정된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2022년에 있었던 내용은 심의받지 못했고, 2023년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만 심의를 받았다.
관리자실에서 있었던 마지막 사건을 집중적으로 작성하여 제출하였었는데 그 자리를 함께 했던 교사들의 증언만 있어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었으나, 아니었나 보다. 사실 인권위원회에서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누구를 조사하였는지도 난 알지 못한다.
그 마지막 사건에서 나는 친목회 간사로서 '친목회가 아닌 행사에 친목회비를 사용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라고 말했을 뿐인데, 관리자는 기분 나쁘다 하였다. 내가 상의도 해보지 않고(친목회의 또 다른 간사와 연구부장과는 상의가 끝난 상태였지만, 친목회비 사용은 안된다고 연구부장을 통해서, 다른 친목회간사를 통해서도 여러번 전달했음에도 계속 그 관리자가 친목회비를 사용하자는 의견을 굽히지 않아서, 다른 친목회간사와 함께 관리자실로 내려가 이야기를 한 것이었지만....) '안됩니다'라고 말해서 기분이 나쁘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사과를 했다. 그러나 내가 사과를 하고 또 해도 그 관리자는 언제 자신에게 사과를 했냐며 들은 적 없다 하였고, 옆에서 다른 교사가 처음부터 사과하였고, 정중하게 사과를 충분히 했다고 말했음에도 계속 들은 적이 없다며 기분 나쁘다는 이야기만 반복했다. 그래서 다시 나는 또 사과를 했다. 구구절절 길게 마음 푸시라며 사과드렸다. 달라진 것은 없었고 계속 기분 나쁘다는 말과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만 되풀이되었다. 나는 감정쓰레기통이었다.
대체 언제까지, 얼마나 더 사과를 해야 하는 것인지, 정작 본인은 2022년부터 2023년 말까지 나에게 사과 한 번 한 적이 없다. 전체적인 자리에서조차 모든 교사들에게 학교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며 사과한 적도 없다. 그런 사람에게 나는 사과를 하고, 또 하고, 나의 사과가 부족한가 싶어 정중히, 더 예의를 갖춰 더 구구절절 사과하며 변명했다.
자존심이 상했다. 너무 억울했고, 화가 났다.
처음부터 내가 잘못한 것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단지 내가 사과하고 넘어가는 것이 가장 빨리 지나갈 듯해서 사과했고, 어쨌든 나의 말로 기분이 나쁘다고 하니 사과를 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분은 그저 나에게 계속 화내고 싶었을 뿐이라는 것을 대화 내내 느꼈다.
다른 교사들이 보는 앞에서 나를 망신 주고, 내가 자존심을 내려놓고 사과하는 그 상황을 그저 계속 반복하고 싶었을 뿐이었던 것 같다. 그렇지 않았다면 다른 교사가 충분히 사과했다고 하는데도 사과한 적 없고, 못 들었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른 교사가 내가 여러 번 사과했다는 것을 증언해 준 그 직후 사과를 못 들었다는 관리자에게 나는 또다시 정중히 사과했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 관리자는 단지 나에게 화내고 싶은 것뿐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그 관리자에게 이야기했다. 2022년에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여전히 당신과 이야기하는 게 많이 힘들며, 이렇게 길게 마주 보고 이야기하는 지금 상황도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 관리자는 본인도 힘들다며 나의 면전에 대고 나에게 '작년에 징계받아 얼마나 힘들었는 줄 아느냐'라고 말했다.
그 이후의 대화에서 그 관리자는 본인은 작년에 갑질을 방관한 적이 없다고 했다. 또한 내가 그렇게까지 힘든 줄 몰랐다고 했다. 미리 알았으면 도왔을 것이라고 했다.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는 그 사람을 보니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2022년에 나는 그 관리자 앞에서 여러 번 나의 어려움을 말해왔다. 또한 다른 관리자가 나에게 하는 행동은 분명한 괴롭힘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울며 한 적도 있다. 갑질신고를 한 이후에는 다른 관리자가 하던 갑질을 본인이 나서서 나에게 하여 2차 가해에 대한 보호조치 공문이 추가로 내려오기도 하였다. 하지만 보호조치는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관리자의 모든 거짓말에 반박하기 시작했다. 2022년 당시 그 관리자가 어떤 행동을 했었는지, 함께 자리하고 있으나 대화에 끼어들지 않고 듣고만 있던 3명의 교사들이 상황을 분명히 알길 바랐다. 내가 얼마나 많은 도움을 청했었고, 갑질 신고라는 것은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그리고 당시 내가 겪었던 어려움과 괴로움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징계받아 힘들었다는 그 관리자와 둘만 있었다면 길게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못 들은 척하고 넘어갔을 수도 있다. 그 당시에 자신이 어떻게 행동했었는지는 본인이 제일 잘 알 것이다. 하지만 다른 3명의 교사는 그 당시 우리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지 않았고,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나는 내 힘든 시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구구절절 말하며 곱씹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좋은 이야기도 아닐뿐더러 이야기할 때마다 괴롭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날, 그 순간에는 말해야 했다.
그 관리자의 말이 실제와 얼마나 다른지, 함께 자리하고 있던 3명의 교사 중 1명이었던 새로 오신 관리자께도 들려드리고 싶었다. 우리 학교에서 나 때문에 힘들었다는 그 관리자가 사실은 떠나신 관리자와 함께 나를 얼마나 괴롭게 했었는지 분명하게 전달하고 싶었다. 나는 이런 상황을 또다시 겪고 싶지 않았고, 그 문제를 개선하는 것은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문제를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도 위와 같다. 교사는 관리자나 학부모, 교사의 비위를 맞춰주는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내가 겪었던 문제 상황들을 매번 반복해서 말하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다. 나는 과거의 일들을 한낱 이야깃거리로 말할 수 있을 만큼 회복되지 못했고, 사실 관련된 말들을 뱉는 매 순간이 너무 괴로우며, 굳이 과거를 곱씹지 않아도 현재로서도 충분히 괴롭다.
그래서 인권위원회에는 재심을 신청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포기한다라고 말해야 할까.
'강제'할 수 있는 힘이 없는, '권고'를 받기 위해 얼마 남지 않은 나의 에너지를 쓸 수 없었다.
재심을 신청한다고 하더라도 또다시 몇 달을 기다려야 하는지도 알 수 없을뿐더러, 상대방이 '권고'를 무시하면 그만 아닌가. 사실 그 '권고'를 받아들인다고 해도 그 사람이 무엇이 바뀔지 기대되지 않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