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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하루 Jul 12. 2024

드디어 연락이 왔다

연락이 오지 않았다



늦어져서 죄송하다는 인권위원회의 공문.


관리자의 부적절한 언행 등에 대한 징계처리 되었으나 결과는 알려줄 수 없다는 교육청의 공문.


징계에 대한 조사 결과가 이제 나왔기 때문에 공무상 병가에 대한 심의는 아직 이루어진 게 없고 이제부터 다시 진행될 예정이라는 공무원 연금공단에서의 연락.


3월 초부터 기다려왔던 연락이 왔지만

어느 것도 결과가 없다.


그리고 나는 이제 기대가 없다.


9월에 복직하면 다시 가해자와 함께 업무에 대한 협의를 하고, 업무 진행을 위해 매번 결재도 받아야 한다. 작년 경고 조치를 받은 것으로도 나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한 관리자는, 또다시 징계를 받은 지금, 다가올 9월에 나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


나는 또 혼자 방치되어 있을 것이다.

힘든 것은 나 자신이고, 다른 사람들은 관여하고 싶지 않을 테니.


피해교원에 대한 보호 의무는 그 어느 규정에도 없으니,  나의 고통은 또 오롯이 나 혼자 버텨낼 뿐일 것이다.


그게 어떤 시간인지 이미 겪어봐서

9월이 오는 것이 더 숨이 막힌다.


19년 7월은 끝없는 악성민원과 끝없는 학폭업무로 나의 삶을 잃었고

20년 7월은 끝없는 악성민원과 그들의 협박과 모함, 그리고 여전히 계속되는 학폭업무로 삶에 대한 의욕을 잃었다

21년 7월은 우울증으로 망가진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22년 7월은 갑질 관리자의 다양한 괴롭힘과 그 갑질관리자를 방관하고 두둔하는 관리자로 인해 고통받았다.

23년 7월은 매번 업무적 의사소통을 명쾌하게 답변해주지 않는 관리자의 보복적 태도로 힘들었고

24년 7월은 인권위원회, 교육청, 공무원연금공단의 결과 없는 연락에 모든 게 무너져 내린다.



얼마 전 과거에 사용하던 핸드폰에서 찾을 게 있어서 앨범에 들어갔다. 그리고 다시 마주한 과거의 아픔들.  2021년 7월 9일 악성민원인들의 협박문자와 연속적으로 걸려오는 부재중 전화기록들을 보니 숨이 막혔다. 악성민원인에게 수업 중 또는 업무 중, 출장 중이니 문자를 남겨달라는 나의 요청은 많았지만 그 악성민원인은 전화만 계속 걸었다. 수학여행 중 장애학생들을 인솔 중이라는 나의 말은 그 사람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때도 나는 그렇게 관리자와 교육청에게 외면받았고,  고통 속에 그대로 노출되어 방치되어 있었다. 나의 어려움에 대한 상황들은 매뉴얼에 없어 지원해 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이유로, 나는 그저 혼자 견뎌야 했다.


2023년 7월 서이초 선생님의 사건은 나의 과거와 너무도 겹쳐 보였고, 난 또 무너져 내렸다. 그래도 용기를 내어 진상규명과 교권보호 마련을 촉구하는 발언을 했었지만 지금도 달라진 것은 없다. 그것은 살고 싶다는 나의 외침을 외면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2024년 7월, 아무 기대가 없는 나는 그들에게 무엇을 말해야 할까. 말해서 바뀌는 것은 무엇일까. 변화가 있다고 한들 그 시간들을 잘 기다리며 버텨낼 수 있을까.


최근들의 7월을 떠올리기만 해도 나는 무너져 내린다.

최근의 6년을  떠올리면 나는 미래가 기대되지 않는다.




저번 주, 나는 9월 복직 예정자는 복직일로부터 30일 전까지 복직희망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7월 말까지는 복직여부를 확실히 정하여야 하는데, 지금의 나는 무슨 선택을 해야 할까? 보호받지 못하고 방관 속에 고통받을 학교로 가야 하는 것인지, 나를 위해 휴직을 연장해야 하는 것인지,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고, 학교에 가고 싶지만 살고 싶어 휴직해야 하는 나는 선택권이 없다. 출근하여 나의 본분을 해내려면 목숨을 걸어야 한다니. 난 그런 직업을 선택한 적이 없음에도, 다시 제 발로 걸어 들어가 내 숨통을 조이게 놔두어야 하는 것이 맞는지를 고민한다.



누군가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교사가 된 것이 아니다.

사랑으로 아이들의 자신감과 도전의식을 키워주고, 다양한 경험을 제공해 주는 것, 그것을 토대로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에 마음껏 도전할 수 있게 해주는 발판이고 싶었다.


아이들이 행복하게 웃으며 마음껏 날아오를 수 있도록, 곁에서 힘이 되어주는 존재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스스로도 지켜내지 못하는 나는 그럴 힘이 없다. 잘못하지 않은 일에 거듭 사과하는 나는 그럴 자격도 없다.




똥이 더럽다고 피하기만 하면 그 주변은 더 많은 똥이 생긴다. 똥밭이 되어 다들 똥을 싼다. 그러니 그렇게 되기 전에 치워야 될 것이다. 여기는 그런 곳이 아니라고. 청결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주면 감사하겠다.


나는 너무 지쳤다.

마지막 힘을 다해 소리쳐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면

나는 지쳐 쓰러진 후에도 기쁨을 찾지 못해 일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땐 조용히 눈을 감고 속에서 끓어오른 숨을 내뱉을 뿐이다. 아무런 기대 없이. 희망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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