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R (존 도어)

시스템을 넘어 철학으로, 일의 의미와 몰입을 다시 찾는 여정

by 조원종

1. 들어가며: 유행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질문들


한 때 스타트업 씬을 중심으로 OKR 열풍이 불었다. 구글을 비롯한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성공 방정식으로 소개된 OKR은 마치 ‘도입만 하면 우리 조직도 구글처럼 성장할 수 있는 만능 도구’ 처럼 받아 들여졌다. 하지만 꽤 시간이 흐른 지금, OKR은 많은 기업에서 또 하나의 흘러간 유행 혹은 이름만 바뀐 MBO(Management by Objectives)처럼 운영되고 있는 듯 하다.


존 도어의 《OKR》은 사실 그 열풍의 시작이 된 책이다. 다시금 읽어보면서 느낀 점은, 다소의 논리적 비약과 허점은 있지만 이 책의 핵심 주장은 여전히 유의미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무엇을 놓쳤던 것일까?



2. MBO의 타락과 OKR의 본질


이 책은 OKR을 단순한 목표 설정 방법론이 아닌, 피터 드러커가 처음 주창했으나 현대 기업들이 MBO에서 잃어버린 '자기 통제'의 정신을 복원하는 철학적 프레임워크로 재정의한다.


MBO는 효율적 통제와 보상을 위한 기계적 장치로 전락했다. 목표 달성률이 연봉과 보너스로 직결되는 시스템에서, 구성원들은 정작 조직 목표에는 기여하지 못해도 100% 달성 가능한 안전한 목표를 세우는 데 몰두했다. 그 결과 구성원들은 '일하는 의미'를, 조직은 '가슴 뛰는 목표'를 잃어버렸다. 존 도어는 OKR을 통해 이 수직적 통제를 거부하고, 전사적 투명성과 목표의 정렬(Alignment)을 제안한다.


이는 매우 타당한 주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조직이 OKR을 실천하는 데 실패한 이유는, 이 책이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현실과의 간극 때문이다.


간극1. 보상과의 분리, 그 미묘한 줄타기

존 도어는 OKR과 보상을 분리하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보상과 연결되지 않은 목표에 구성원이 진심으로 몰입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또한 가슴 뛰는 목표도 중요하지만, 가슴 뛰지 않아도 반드시 달성해야 할 목표들도 존재할 수 밖에 없으며 이들도 충분히 중요하다. 결국 '목표와 보상의 완전한 분리'보다는 지금 우리 조직 상황에 맞는 '현실적 타협점'을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 보상이 목표 달성 여부만으로 결정되어서는 안 되지만, 목표를 무시한 보상 또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간극2. 투명성의 역설과 실패의 자산화

OKR의 핵심인 '투명한 목표 공개' 역시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목표 미달성이 개인/조직의 무능으로 낙인 찍히는 문화라면, 투명성은 공포의 대상이 될 뿐이다. "의미 있는 실패를 진짜 자산으로 인정해 줄 준비가 되었는가?" 이 질문에 경영진이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실패했지만 도전적이었던 시도를 공개적으로 축하해 줄 수 있을 때 비로소 투명성은 힘을 얻는다. 이것이 선행되지 않은 투명성은 예전의 MBO가 실패한 것처럼 '무의미한 보여주기식 목표 설정'을 반복하게 될 뿐이다.



3. 시스템을 움직이는 윤활유, CFR


OKR이 자동차의 엔진이라면, CFR(Conversation, Feedback, Recognition)은 그 엔진이 과열되지 않고 돌아가게 하는 윤활유다. 책에서는 이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비중 있게 다룬다. 하지만 현실에서 CFR은 리더에게 성숙한 리더십, 충분한 지식과 인내심, 본능을 거스르는 반직관적인 행동을 요구하기 때문에 매우 실천하기 어렵다.


피드백과 지시의 혼동

"피드백은 관찰과 경험에 근거한 의견"이어야 한다. 하지만 많은 리더가 피드백을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게 하는 '지시'와 혼동한다. 반대로 구성원들은 성장을 원한다고 말하면서도 교정적 피드백은 거부하거나 감정적 비난으로 받아들이곤 한다. 성숙한 리더십과 건강한 팔로워십의 균형이 없다면 피드백 문화는 매우 만들어지기 어렵다.


리더십의 전환: 통제자에서 코치로

CFR 환경에서 리더는 '명령하는 자'가 아닌 '장애물을 제거하는 코치'여야 한다. 여기서 가장 큰 장애물은 리더 자신일지 모른다. 대부분의 리더는 실무자 시절 가장 일을 잘하던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팀원에게 믿고 맡기는 위임"은 그들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수행이다. 하지만 리더가 모든 결과물에 책임을 지고 개입하려 할수록 OKR이 추구하는 자율성은 질식한다.


인정(Recognition)의 힘

돈이 들지 않음에도 가장 어려운 것이 '인정'이다. ‘구체적인 인정’은 생각보다 상당히 어렵고, 리더가 바쁘고 팀원이 많을수록 난이도가 높아진다. 심지어 어떤 구성원은 사소한 인정은 당연한 것인양 여기며 더 큰 인정(혹은 보상)을 요구하기도 한다. 물론 일상적인 감사도 중요하지만, 1년에 단 두어 번이라도 구성원의 뇌리에 깊이 박힐 수 있는 '기억에 남는 인정의 순간' 을 기획하는 것이 리더에게 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4. 나가며: '진짜 성과'란 무엇인가


OKR은 리더와 구성원들에게 상당한 이해도를 요구하며, 특히 리더의 운영 피로도가 높은 시스템이다. 게다가 예전에 많은 이들이 품었던 환상과 달리, OKR을 한다고 해서 조직의 성과가 반드시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적어도 단기적으로는 그렇다). 즉, 알아야 할 것도 많고 운영도 피곤한데, 기대했던 것처럼 드라마틱한 성과가 당장 나지도 않더라 > 이 점이 OKR이 많은 조직에서 자리 잡는 데 실패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매주, 매 분기 목표를 점검하는 과정이 관료적인 숙제가 되지 않으려면, 구성원 스스로 "나는 조직의 목표에 의미 있게 기여하고 있다. 설령 달성에 실패하더라도 최소한 나는 의미 있는 경험을 하며 성장하고 있다" 는 감각을 느껴야 한다. 목표 달성 여부를 떠나, 더 잘하기 위해 고민하는 과정 자체가 성장의 동력이 되어야 하고, 그렇게 고민하는 사람이 인정 받는 롤모델이 되어야 한다.


이번에 다시 이 책을 읽고, ‘진짜 성과’란 무엇인지 한 번 더 돌이켜보았다. 지금은 이렇게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조직이 함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고, 그 과정에서 구성원들이 의미 있는 경험을 축적하며 더 깊게 몰입하는 선순환을 만드는 것."


결국 OKR은 숫자를 맞추는 게임이 아니다. 숫자로 남은 결과와 그에 따른 보상만큼, 사람에게는 그것을 추구하는 이유(의미)와 과정에서의 성장도 중요하다. OKR은 인간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MBO가 효율적 시스템을 추구하다 잃어버렸던 '주체적인 개인'과 '도전하며 성장하는 조직'을 다시 불러오려는 철학적 시도다. 우리가 OKR을 통해 얻어야 할 것은 달성률 100%의 성적표가 아니라,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몰입하는 '자기 통제(Self-control)'의 회복일 것이다.



5. 주요 내용 요약

피터 드러커가 주창한 MBO는 원래의 정신을 잃어버리고 효율적 통제와 보상을 위한 기계적 장치로 전락하여, 구성원들이 도전보다는 달성 가능한 안전한 목표에만 몰두하게 되었다. OKR은 단순한 목표 설정 도구가 아니라, 현대 MBO가 잃어버린 '자기 통제(Self-control)'의 정신을 복원하는 철학적 프레임워크에 가깝다.

목표(Objective)는 성취해야 할 구체적이고 행동 지향적인 대상이며, 핵심결과(Key Result)는 이를 측정하고 검증하는 수단이다. "적은 게 많은 것"이므로 목표는 3~5개로 제한해야 하며, 리더의 일방적 명령이 아닌 구성원과 함께 수립해야 한다.

목표는 1년 이상 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핵심결과는 업무 진척에 따라 변화한다. 핵심결과를 모두 성취했다면 목표는 당연히 이뤄져야 한다.

OKR은 '중요한 목표에 집중', '전사 목표의 정렬', '중간점검을 통한 추적', '높은 목표를 향한 도전'을 통해 마법같은 효과를 발휘한다.

"마이크로매니지먼트는 곧 미스매니지먼트"이다. 건강한 조직은 하향식과 상향식 목표 설정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며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

목표 달성을 강조한 나머지 정말 중요한 가치(예- 고객 신뢰)를 훼손하는 문제를 피하려면, 두 가지 가치를 모두 추적하는 핵심 결과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타 부서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목표는 반드시 사전에 합의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 목표는 반드시 실패한다.

위기의 순간, 그리고 무엇보다 '행동'이 필요한 순간에 조직은 하향식 접근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반면 실적이 좋거나 조직이 지나치게 신중하게 접근할 때는 통제를 완화하는 것이 정답일 수 있다.

구글은 도전적인 목표(Stretch Goals)의 경우 70% 달성을 성공으로 간주하며, 실패할 자유를 통해 구성원의 한계를 시험한다. 그러나 70% 달성을 성공으로 간주한다고 해서, '70%만 달성해야지'라는 생각으로 목표를 세우지는 않는다. 기본적으로 목표는 100% 달성을 전제로 세운다.

또한 모든 목표가 도전적인 목표여야 하는 것도 아니다. 신제품 출시, 세일즈 목표 등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필수적인 목표도 존재한다.

CFR(대화, 피드백, 인정)은 OKR이라는 엔진의 윤활유이다. 특히 핵심은 리더와 구성원의 1:1 대화가 되며, 이 대화는 구성원이 주도해서 주제와 안건을 마련하고, 리더는 구성원이 안건에 솔직한 의견을 제시하도록 환경을 만들고, 코치로서 조언을 주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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