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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리터 Apr 19. 2019

내 사전에 '행복'이라는
단어를 지웠다

100일 글쓰기 #행복 

언젠가부터 '행복'이라는 단어를 잘 안 쓰게 되었다. 행복하냐 물으면 자신 있게 행복하다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행복이라는 단어는 너무 거창해서 늘 지금의 나는 한참 못 미치는, 노력해도 닿을 수 없는 미지의 세계로 느껴진다. 행복해라, 행복하자, 이런 선의의 위로와 격려가 부담으로 다가와, 행복과의 거리는 더 멀어지곤 한다.  


"행복해야 된다는 생각을 버리면 행복한데" '효리네 민박'에서 이효리 이상순 부부가 말한 행복이다. 너무나 명쾌한 한 마디에 무릎을 탁 치며 공감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TV 속 제주도의 넓은 집 마당 벤치에 앉은 이상순과 그의 무릎 위에 앉은 이효리는 참 행복해 보였다. 그렇게 남의 행복은 가까워 보이고 나의 행복은 멀어 보인다. 어쩌면 우리는 행복이 뭔지도 모른 채, 미디어나 픽션에 비친 모습만 보고 '저게 행복이겠거니' 하며 지금 내 현실과 비교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행복을 좇지 않기로 했다. 대신, 되도록 좋은 감정을 많이 표현하려 한다. 기쁘다, 재미있다, 편안하다. 이왕이면 더 구체적으로. 맛있는 거 먹으니 기쁘다, 너와 함께해서 더 재미있다, 날씨가 맑고 따뜻해서 마음이 편안하다. 이런 긍정적인 어휘는 아낌없이 쓰고, 더 좋은 표현을 찾으려 노력한다. 비록 나는 행복이라는 단어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내 사전에서 '행복'을 지웠지만. 다른 누군가는 내 감정표현을 통해 행복을 찾을지도 모르는 거니까. 


이런 게 행복 비슷할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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