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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리터 May 19. 2019

5월에 마신 5개의 카페

판교 - 방배 - 연남 - 오금

가끔 마시러 떠납니다. 취향과 분위기 소비를 즐깁니다.

매달 다녀간 카페들을 개인적으로 기록하기 위해 사진과 함께 짧은 평을 남겨놓습니다. 카페에 대한 감상은 지극히 주관적이며, 방문 목적과 시간대, 주문 메뉴, 날씨, 운 등에 따라 크게 좌우될 수 있습니다.




1. 판교 사송커피


판교 주택가 바로 외곽에 이런 시골 느낌의 동네가 있다니 새삼 놀랐다. 큰 한옥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마당을 둘러싼 ㄱ자 모양의 기와집이 나온다. 실내가 다 보이는 통유리 구조로, 특히 커피 바 있는 쪽은 약간 교토 아라시야마 아라비카 느낌이 나기도. 한옥 특유의 정취와 마당 있는 공간이 주는 여유로움이 좋다.


웨이팅이 있다는 소문은 들었으나, 평일 낮에 가도 자리가 하나도 없을 줄은 몰랐다. 마당 의자에 혼자 앉아 한 30분 정도 햇볕 쬐면서 멍 때리다 왔다. 날씨 좋으면 회사까지 걸어갈 만한 거리라, 여유롭게 출근하는 날 몇 번 더 들를 것 같은 코스.


2. 방배 태양커피


아인슈페너로 유명한 곳. 원두를 고를 수 있는 건 물론, 아인슈페너도 어떤 조합으로 즐길 건지 (물/우유) 선택할 수 있는 점이 흥미로웠다. 가장 많이들 먹는다는 2번으로 주문했고, 크림은 쫀득하면서 생각보다 달지 않아서 기분 좋게 마셨다.


별다른 인테리어나 데코라고 할 만한 요소도 없고, 메뉴판이나 명함 쿠폰도 그냥 워드에 궁서체로 쓰고 프린트한 것 같아 보였는데. 그런 시크함이 오히려 본질(커피 맛)에만 집중하겠다는 자신감으로 느껴졌다. 동네 사람들이 쉽게 접하고 편하게 마실 수 있는 맛있는 커피에 충실한, 꾸밈없는 커피 공간.


3. 방배 아트메이저


7호선 내방역 대로변에 있는 큰 규모의 카페, 한마디로 방배동 주민들의 커뮤니티 센터 같은 느낌이었다. 동네 사람들이 친구, 연인, 가족, 반려동물과 함께 와서 커피 마시며 북적북적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당연한 거지만, 프랜차이즈 카페도 아닌데 독서실st 1인용 테이블이 있고 학생들이 몇 시간씩 앉아 공부하는 광경은 좀 놀라웠다. 


그래도 '아트메이저'라는 이름답게 예술 공간다운 느낌이 물씬 풍겨 좋았다. 곳곳에 작품들이 전시되어있고, 예술 관련 서적도 많았다. 꼭 미술관에 가지 않아도 일상 공간에서 예술을 감상하고 누릴 수 있는 환경은 중요하다. 사람이 많아서 들어가 보진 못했지만 안쪽에 실내 정원같이 꾸민 별도의 공간도 마음에 들었다.


4. 연남 게슈탈트커피


새하얗고 여백의 미가 느껴지는 감각적인 곳. 사실 이런 컨셉의 카페는 여기저기 많다. 메뉴도 특별할 건 없어 보였고, 크림이 올라간 시그니처 커피인 게슈탈트 커피가 너무 한입컷이라 좀 아쉬웠는데. 아주 의외의 포인트에서 이 카페의 매력을 발견했다. 


테이블마다 주문서와 정갈하게 잘 깎은 연필 한 자루씩 놓여있다. 원하는 메뉴에 hot/ice만 찾아 동그라미 치면 될 정도로 별 거 아닌 이 행위에 묘한 따뜻함과 설렘이 있다. 아마 몇 년 만에 연필을 손에 쥐어봤을 손님들도 꽤 많을 거다. 사장님이 직접 월간으로 발행하시는 'gestalt paper'도 가져와서 볼 수 있다. 첫 호라 그런지 '게슈탈트'의 의미, 메뉴 설명, 그리고 사장님이 경험해보신 외식·디자인·라이프스타일 분야에 대한 정보와 후기가 담겨있다.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내용인데, 갱지의 촉감과 신문 냄새를 느끼며 인쇄된 종이로 보니 또 느낌이 다르다. 


게슈탈트 페이퍼에서 인상 깊었던 글을 인용해본다. "쇼핑몰 자동문이 고맙거나 기억에 남지 않지만, 손수 문을 열어준 작은 가게는 기억된다.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고도의 테크놀로지가 아닌 사람의 마음. 기술은 시간이 지나면 구닥다리가 되지만 경험은 시간이 지나 추억으로 쌓인다. 이것이 내가 아날로그를 좋아하는 이유." 


5. 오금 글뤽

 

쨍한 개나리색과 파란색 색감이 다한 곳. 'Glück'의 'ü' 글자를 따 스마일 모양으로 만든 로고도 귀엽다. 가게 내외부는 물론, 컵, 접시, 장식품 등 이 공간 모든 요소에 글뤽만의 아이덴티티가 묻어난다. 비비드한 컬러에 웃는 얼굴이 있으니 절로 기분 좋아지는 공간. 


미니도넛이나 스콘 등 디저트류도 귀엽게 서빙해주시는 듯하다. 시간이 없어 음료만 테이크아웃 해왔지만 다음 기회에 도전해볼 것. 


5월 카페 글을 일찍 마무리하고, 뉴욕으로 떠납니다

'뉴욕에서 마신 n개의 카페'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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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c_카페투어 for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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