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리터 Apr 28. 2019

4월에 마신 9개의 카페

방이 - 공릉 - 성수 - 연남 - 을지로

가끔 마시러 떠납니다. 취향과 분위기 소비를 즐깁니다.

매달 다녀간 카페들을 개인적으로 기록하기 위해 사진과 함께 짧은 평을 남겨놓습니다. 카페에 대한 감상은 지극히 주관적이며, 방문 목적과 시간대, 주문 메뉴, 날씨, 운 등에 따라 크게 좌우될 수 있습니다.




1. 방이 프로퍼커피바


빵순이·빵돌이라면 눈 뒤집힐 수도 있는 진정한 빵 천국.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빵 냄새가 코를 찌르고, 센스 있게 디스플레이해놓은 빵들 구경하는 데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간단히 끼니를 때워야 해서 잠봉뵈르를 골랐는데 샌드위치 주제에 약간 천상계 맛이었다. 역시 샌드위치는 기본적으로 빵이 맛있어야 한다. 버터향 가득한 크로와상과 소금집 잠봉 사이에 상큼한 사과잼 같은 게 킥.


빵이 유명한 곳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디자인 회사에서 운영하는 카페란다. 한쪽 코너에서는 식기와 각종 디자인 소품들을 판매하고 있으니 구경해봐도 좋겠다.


2. 공릉 라라브레드


잠실의 라라브레드가 드디어 공릉에도 생겼다. 넓은 면적은 아니어도 1층부터 4층까지 한 건물을 다 쓰고 있을 정도로, 공릉 일대에서는 가장 큰 카페다. 브런치라기에는 조금 헤비한 요리에 가까운 메뉴부터 초코 범벅 디저트에 가까운 메뉴까지, 메뉴 선택지가 매우 다양했다. 여러 명이 가서 다양하게 시키고 나눠 먹으면 좋을 것 같다.


월요일 10시 20분쯤 갔는데 맨 꼭대기 4층에 겨우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다행히 창밖으로 공트럴파크가 내려다 보이는 뷰는 아름다워 괜찮았지만, 계속 들어오는 사람들 눈치가 보여 급하게 자리를 비워줘야 했다. 다 먹고 나오는데 빵을 계산하기 위해 서있는 줄도 끝이 없어 보였다. 여기 왠지 오픈하고 한참 지나도 사람 계속 많을 것 같다.


3. 성수 모멘토 브루어스


평일 낮 서울숲 뒷골목 일대에 유일하게 붐비던 가게. 2년 전 나의 멜버른 여행의 계기이자 이유가 되었던 '마켓레인 커피'를 서울에서도 마셔볼 수 있는 곳. 호주 스타일답게 메뉴는 단 두 가지 black or white였고, 원두를 직접 고를 수도 있다.


인상적이었던 건 단연 바리스타분들의 애티튜드였다. 처음 온 손님도 잘 알고 지내온 이웃처럼 반겨주시고, 기분 좋게 대화를 이끌어주신다. 외국 생활을 하셔서인지 매우 캐주얼한 화법을 구사하시는 것도 매력이다. 맛있는 커피에 덤으로 긍정적인 바이브까지 얻어올 수 있는 곳.


테이블과 좌석이 없는 스탠딩 카페고, 밖에 있는 간이 테이블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확률도 극히 낮다. 바리스타와 잠깐 대화를 나누다 테이크 아웃해서 서울숲을 걸으며 남은 커피를 음미하기를 추천한다.


4. 성수 프라이데이 무브먼트


들어가자마자 이건 '찐 미국 감성'이다 싶었던 곳. 카페와 함께 아웃도어 용품, 특히 서핑 용품을 파는 샵이라 서울에서는 조금 생소한 느낌이었나 보다. 가게 내부에 있는 나무 오두막 같은 구조물도 신기했다. 약간 홀리스터 매장 느낌 나고, 확실이 외국에 나와있는 느낌이다. '성수동 속의 캘리포니아'라고 내 맘대로 별명을 붙여본다.


시크한 인테리어에 반전이었던 건 직접 빵을 굽는 베이커리이기도 하다는 사실. 커피에 까눌레 하나를 곁들였는데 맛이 훌륭했다. 무료로 가져올 수 있는 엽서에 이런 문구가 쓰여있다. '어떠한 유행에도 휩쓸리지 않고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을 함께 즐겨주면 그저 그것으로 좋은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있는 곳' 역시 인기 많은 것, 있어 보이는 것보다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알려준 멋진 곳이다.


5. 연남 어카운타빌라버디


비 오는 평일 오후, 잠시 비를 피해 쉬다 가려 들렀다. 연남동 카페가 대부분 좁은 골목길에 있는 반면, 이곳은 큰 길가에 있고, 벽면이 통유리로 되어 있다. 바깥 뷰가 예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창가에 앉아 멍하니 오가는 차와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기 좋았다. 비 오는 날에는 역시 따뜻한 카페라떼다.


인상 깊었던 건 다양한 좌석 형태였다. 보통 카페에 흔히 있는 2~3인용 테이블뿐 아니라, 벽 쪽을 보고 바에 앉을 수 있는 스툴, 여러 명이 와서 자연스레 일행이 될 수 있는 큰 원형 테이블 등. 그래서 어디 앉으면 좋을지 꽤 고민이 됐다. '항상 함께하는 좋은 친구'라는 상호명답게 부담 없이 와서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곳이다.


6. 연남 서울콜렉터


외갓집 같은 친근한 느낌의 옛 주택을 개조한 카페. 주 메뉴는 동양식 차와 서양식 차로, 친절하게 각 메뉴를 설명해주시고 주문하면 자리로 가져다주신다. 나는 참외가 올라간 여름 홍차를 주문했는데, 과일 위에 더 부어먹을 수 있게 여분의 홍차를 따로 준비해주셔서 감동했다.

'서울 콜렉터'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예쁘고 다양한 소품, 특히 세월의 흔적이 묻어난 빈티지 소품들이 많고, 따로 판매도 하신다. 특히 가게 한가운데 진열되어 있는 그릇과 컵은 너무 예뻐서 시선강탈. 개인적으로는 벽에 군데군데 걸려있던 옛날 빈티지 시계에 눈이 갔다. 서울, 그중에서도 연남동이라는 핫하고 빠른 동네에서 세월의 아름다움을 지켜나가는 게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다. 역시 무언가를 수집하는 이들만이 가진 어떤 내공 같은 게 있다.


7. 을지로 커피사마리아


커피를 하는 커피사와 그림을 그리는 화가 마리아가 함께 쓰는 작업실. 군데군데 직접 그리신 작품이 무심한 듯 시크하게 전시되어 있고, 실제로 사용하시는 물감과 붓, 스케치북도 툭툭 놓여있다. 실제로 작업하시는 모습을 본 건 아니지만 누군가의 작업 공간을 구경했다는 것만으로도 예술적 영감이 조금이나마 충전된 듯한 느낌.


요즘 쉽게 볼 수 없는 레드카펫과, 옛날 극장 의자 같은 소품들이 레트로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매우 을지로스럽다고 생각했던 곳.


8. 을지로 클래직


여기 샌드위치 100점 만점에 120점 드립니다. 가벼운 한 끼로 정말 맛있는 샌드위치를 먹었을 때의 만족감을 좋아하는데, 그 기분을 오랜만에 느끼게 해 준 샌드위치였다. 리코타 치즈 샌드위치를 먹었는데 산뜻하고 상큼해서 입맛이 돌고 기분이 좋아졌다. 동행인이 먹은 햄치즈 크루아상도 만족스러웠다고.


안쪽 자리 두 군데 빼고는 온통 새까만 벽면에, 예술 작업실 느낌의 인테리어다. 처음 들어갔을 때 약간 태연 '사계' 뮤직비디오 세트장 같다고 생각한. 블랙을 싫어하는 건 아닌데, 이렇게 맛있는 샌드위치와 영롱한 에이드를 어두운 방 안에서 먹는 건 뭔가 좀 낯설고 어려웠다.


9. 을지로 After Jerk Off


불상 앞에 향 피우고, 수족관에 잉어가 헤엄치는 카페는 처음이라. 나야 이런 곳인 줄 알고 궁금해서 찾아갔지만, 동행인은 꽤나 문화충격을 받았을 거다. 붉은 조명의 바는 홍콩의 어느 술집을, 불상 있는 쪽 벽면은 태국의 어느 사원을, 정갈하게 메뉴를 담아주신 식기는 한국의 흔한 할머니 댁을 연상시킨다. TMI지만 접시는 메이드 인 재팬이더라. 홍콩에 태국, 서울, 일본까지 한 공간에서 아시아 완전 정복할 수 있는 오리엔탈의 정수, 애프터저크오프.


서울 안에서 잠깐이나마 이국적인 모험을 즐겨보고 싶다면 추천한다. 저녁 시간에는 맥주/와인바로 운영된다는데, 낮에 갔을 때보다 훨씬 몽환적이고 분위기 있을 듯하다. 이 분위기에는 술이지. 같은 빌딩 1~2층에 있는 샵과 서점도 구경해볼 만하다. 이 세상 힙함이 아니다.




개별 사진의 무단 공유 및 불법 도용을 금합니다.

#jc_카페투어 for more

매거진의 이전글 3월에 마신 11개의 카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