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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리터 Jun 25. 2019

6월에 마신 11개의 카페

상수 - 서촌 - 성수 - 제주 - 한림 - 애월 - 남원

가끔 마시러 떠납니다. 취향과 분위기 소비를 즐깁니다.

매달 다녀간 카페들을 개인적으로 기록하기 위해 사진과 함께 짧은 평을 남겨놓습니다. 카페에 대한 감상은 지극히 주관적이며, 방문 목적과 시간대, 주문 메뉴, 날씨, 운 등에 따라 크게 좌우될 수 있습니다.




1. 상수 이리카페


홍대 인근의 작가들과 예술가들이 모인다는 아지트. 시대를 풍미한 유명 작가들의 사진과 한쪽 벽면을 빼곡하게 가득 채운 낡은 책들이 눈에 띈다. “음악 미술 글쓰기 영화 등, 우리는 가리지 않고 존중합니다” 모든 문화를 존중한다는 이 곳에 들어서면 아무것도 읽지 않고, 보지 않고, 듣지 않고, 쓰지 않는 게 오히려 힘들 것 같다. 비 내리는 주말 오후, 나는 책을 읽었지만 책 대신 노트북이 있었다면 글이 술술 써졌을 법한 분위기. 


나는 작가도 아니고 홍대 주민도 아니지만, 이런 공간들은 오래오래 변치 말고 그 자리를 지키고 있기를 바란다.  


2. 합정 모카라디오 팝업스토어


모카라디오가 여기에 오픈한 줄 모르고 지나가다 우연히 보고 들어가 봤다. 기대 안 하고 들어갔다가 아이스 맥심 모카 한 잔에 시리얼 바, 머그컵에 코스터까지 공짜로 받아와서 기분은 좋았다. 


라디오 컨셉의 카페라 1층에서는 실제 라디오 부스에서 DJ가 손님들의 사연과 신청곡을 받고 있고, 2층에는 혼자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부스가 설치되어 있다. 브랜딩 확실하게 하네. 이제 회사 탕비실에서 믹스 커피를 보면 저절로 노란색 라디오가 떠오를 지경이다. 


3. 서촌 mk2


아마 서촌에서 가장 유명한 카페 중 하나일 디자인 카페 mk2. 직접 수집하신 빈티지 가구와 소품으로 채워진 공간이라고 한다. 독일 특유의 투박한 세련미가 느껴지는 실내에서, 창 밖으로는 한옥 지붕과 지극히 한국적인 풍경이 보이는 게 재미있었다.


인테리어도, 서비스도, 맛도, 과하지 않고 딱 필요한 만큼만. 그래서 임팩트는 약하지만 긴 여운이 남는 곳이었다. 때로는 반짝이는 트렌디함보다는 이렇게 세월이 지나도 유효한 멋을 찾게 된다.


4. 서촌 서촌양과자점 레


이름 그대로 서촌에 있는 양과자점. 쇼케이스에 진열된 수많은 베이커리들을 보고 나도 모르게 탄식을 내뱉을 정도였다. 달달한 빵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천국과 다름없을 곳. 달달한 빵을 즐기지 않는 사람은 간단한 점심 겸 크로와상 샌드위치를 먹었고, 접시가 없어서 좀 불편했지만 맛은 좋았다.


테이블은 많지만 창가 쪽 자리가 예뻐서 자리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앞집의 중요성, 큰 창 밖으로 보이는 맞은편 집 건물도 예쁘고 나무도 잘 가꿔놓은 덕분에 맞은편 카페 장사가 잘 된다.


5. 서촌 아키비스트


서촌은 여러 번 가봤지만 단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가볼 생각도 해본 적 없는 골목에 위치한 카페. 이 동네를 닮은, 진중한 느낌의 카페라 좋았다. 적당히 어둡고, 적당히 조용하고, 적당히 여유로웠다. 내부 벽면 컬러가 짙은 초록색이었는데, 개인적으로 짙은 초록색을 쓰는 카페는 다 평타 이상은 한다는 이상한 편견을 갖고 있는 터라 더 마음에 들었다. '기록을 관리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카페 이름과도 잘 어울렸고.


이 카페의 시그니처 메뉴라는 아인슈페너와 앙버터 스콘을 주문했다. 둘 다 참 맛있긴 했는데 같이 먹기에는 너무 달고 느끼해서, 결국 질려버리고 반씩 남겨야만 했다.


6. 성수 메쉬커피


뚝섬역에서 서울숲 가는 길목에 있는 테이크 아웃 전용 커피집. 가게 앞에 놓여있는 박스나 간이의자에 걸터앉아 여유롭게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을 늘 볼 수 있다. 인테리어나 SNS에서 유행할 만한 요소보다는, 조금 투박하지만 진짜 커피 맛에 신경 쓰는 듯한 곳.


내가 주문한 커피쉐이크는 우유 거품의 목 넘김이 황홀할 정도로 부드러웠고, 많이 달지 않아 더 좋았다. 단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너무나 한입거리라 금세 다 먹고 아쉬웠다는 것. 결국 옆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하나 더 사 먹은 후에야 커피 양이 찼다.


7. 제주 미쿠니 


삼양 검은모래해변 앞에 있는 작은 카페. 특이하게 2층 테이블석의 절반은 밝은 화이트톤에 편안하고 아기자기한 느낌, 절반은 어두운 브라운 톤에 차분하고 시원한 느낌의 공간으로 나눠져 있다. 내가 앉은 어두운 쪽은 살짝 일본풍 인테리어여서 교토 여행 온 느낌도 났다.


디저트가 맛있다는 지인의 추천에 다쿠아즈와 쑥 인절미 파운드 케익을 먹었다. 특히 제주 당근 크림치즈 다쿠아즈가 기억에 남는다. 단 맛을 즐기지 않는 내 입맛에 딱 맞았고, 다쿠아즈의 쫀득쫀득한 식감과 크림치즈의 짭짤함의 조화가 인상 깊었다.


8. 한림 협재식물원


사진 보고 가장 궁금했던 카페. '식물원'이라는 이름과 '사유적 가드닝'이라는 수식어, 그리고 온실 느낌의 건물 구조가 주는 따뜻한 느낌이 좋았다.


사진 속 그곳에 들어가 보니 에메랄드빛 협재 바다가 보이는 살짝 오션뷰인 데다, 햇살이 가득 쏟아져 들어오는 통유리라 더 예뻤다. 그러나 생각보다 실내가 좁고, 핫플레이스 답게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앉아있고 싶은 마음은 안 들었다. 테이크아웃해서 마당에서 햇볕을 쬐며 마시다가 그냥 나왔다.


9. 애월 모립


관광객이 많아 시끄러운 애월 카페거리 뒤편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립은 외딴섬처럼 평화롭다. 주문할 때 '모립은 조용하고 여유로운 공간을 지향합니다. 그런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배려 부탁드립니다.'라고 적혀있는 쪽지를 주셔서 그런 것 같고, 이 공간 자체가 주는 무게감 때문에 더 잘 지켜지고 있는 것 같다.


이름을 참 잘 지었다. 말 그대로 푸르고 조용하고 시원해서, 무언가에 몰입하기 좋은 공간이었다. 따로 할 거리를 가져가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몰입할 수 있는 건 오롯이 커피뿐이었다. 내가 주문한 '돌담'이라는 이름의 드립 커피는 이 공간과 잘 어울리는 담백한 맛이었다.


10. 제주 플랫4커피로스터스


'제주 안에 작은 런던'이라는 별명이 잘 어울리는 카페. 'Coffee House'라고 쓰여있는 외관에서부터 런던 느낌이 물씬 풍기는데, 실제로 영국에서 공수해온 원두를 사용하시는 듯하다.


머그에 마시고 싶어 일부러 라떼를 시켰는데 여기는 라떼를 유리잔에, 플랫화이트를 머그에 주시나 보다. (바보..) 라떼든 플랫화이트든,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이 좋았다. 오랜만에 진짜 '잘하는 커피'를 마셨다는 느낌에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11. 남원 우드노트


마음에 안정을 주는 초록색을 원 없이 감상하고 온 곳. 흔한 배경에 불과했던 나무와 풀잎도, 커다란 액자 같은 창을 통해 보니 그 자체만으로도 소중한 오브제가 된다.


내가 갔을 땐 벌레 때문에 창문을 열 수 없게 되었지만, 창문을 사이에 두고 안쪽과 바깥쪽에서 마주 보며 먹을 수 있는 구조도 인상 깊었다. 뒷마당에는 잔디밭 위에 피크닉처럼 세팅해놓고 먹을 수 있다. 음료는 평범했지만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베이커리가 의외로 맛있었다. 특히 에그타르트는 웬만한 전문점 못지않은 퀄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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