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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리터 Dec 01. 2019

11월에 마신 7개의 카페

세곡 - 송파 - 흑석 - 한남 - 서귀포 - 제주

가끔 마시러 떠납니다. 취향과 분위기 소비를 즐깁니다.

매달 다녀간 카페들을 개인적으로 기록하기 위해 사진과 함께 짧은 평을 남겨놓습니다. 카페에 대한 감상은 지극히 주관적이며, 방문 목적과 시간대, 주문 메뉴, 날씨, 운 등에 따라 크게 좌우될 수 있습니다.




1. 세곡 델라보테가


요즘 빈티지 가구에 부쩍 관심이 많아져서 세곡동에 오픈했다는 쇼룸을 한번 구경 가봤다. 새하얀 스튜디오 같은 공간에 독특한 디자인의 빈티지 가구들이 조화롭게 진열되어 있다. 그중에서 개인적으로는 시스템 선반이랑 투명 의자가 탐났고, 차마 가격은 여쭤보지 못했다고 한다..


사실 카페로서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직접 로스팅하셨다는 커피도 맛있고, 사장님도 친절하시고, 무엇보다 카페에 머무는 동안 빈티지 가구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메리트. 가구 라인업이 업데이트될 때마다 한 번씩 가봐야겠다.


2. 송파 뷰클랜드


훗날 내가 카페를 차리게 된다면 구역마다 컨셉과 목적이 다른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늘 생각해왔는데, 그와 상당히 유사한 카페가 실제로 생겼다. 


2층짜리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카페로, 각 방이 TALK, WORK, LOVE, ART 등으로 나뉘어 있다. (왠지 합정의 취향관이 생각났다.) 방의 목적에 따라 좌석과 테이블 모양도 다르고, 그 때문인지 손님들이 앉아있는 모습이나 대화의 데시벨까지도 달라진다. 공간 기획의 힘을 실감하며 여러모로 영감을 많이 받았다. 


다만 공간 여기저기에 텍스트가 과하게 많아 피로감을 느꼈다. 뷰클랜드를 만들면서 영감을 받으셨다는 책의 구절들을 곳곳에 써두셨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아름다워지는 곳'을 표방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도저히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가 없는 곳이었다. 


3. 흑석 오후홍콩


얼핏 보면 진짜 홍콩 골목길 어디엔가 숨어있을 법한 가게 같은 외관. 바깥처럼 가게 내부도 대부분 흰 타일로 인테리어가 되어있는 게 인상적이었다. 조금 더 확 홍콩 현지의 느낌이 났어도 좋았겠는데.


뽀로야우, 일명 파인애플 번이 맛있다고 해서 아침으로 먹으려고 일부러 찾아갔는데 빵이 12시부터 나온다는 건 몰랐네. 가장 기대했던 메뉴를 못 먹어서일까, 약간 허전했던 카페로 기억되는 곳.


4. 흑석 터방내


1983년부터 지금까지 중앙대 앞에 한결같이 자리를 지켜온 커피전문점. '응팔' 같은 드라마에서나 본 대학가 다방을 실제로 가본 건 처음이었다. 동굴 같은 구멍 안에 프라이빗한 테이블이 있는 구조가 신기했고, 벽 곳곳에는 지난 36년 간 이곳에서 대화를 꽃피운 이들의 이름과 낙서로 빼곡했다.


공간뿐 아니라 메뉴도 클래식하다. 나폴레옹이 즐겨 마셨다는 '카페 로얄'을 주문했는데 커피 설탕에 불을 붙여서 문화 충격. 늦은 저녁 시간이라 다른 손님들은 추억의 '파르페'도 많이들 주문하는 것 같더라. 나이가 지긋하신 사장님 두 분께서 직접 커피를 타 주셔서 정겨웠고, 커피도 맛있었다. 빈티지 '컨셉' 카페들이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세월의 두께, 이건 '찐'이다!


5. 한남 오라라


지나가다 보면서 늘 예쁘다고 생각했던 곳. 특히 무슨 영국의 전통 깊은 티룸 느낌 나는 간판이 취향저격이다. 왠지 밤에 오면 좋을 것 같다 생각했는데, 역시 밤에는 멋진 바로 변신하더라. 어둠 속 은은한 조명이 주는 무드에 취해 깊고 오랜 대화를 나눴다. 늦은 시각이라 카페인을 섭취할 수 없어 주문한 자몽 바질 진토닉도 맛있었다.  


6. 서귀포 유동커피


서귀포 시내에서 유명한 커피 전문점. 2년 전에 갔던 기억이 나 오랜만에 다시 찾았다. 여전히 빈티지하면서도 위트 있는 분위기. 요즘 사람이 너무 많아 붐빈다는데 이른 아침에 가서 다행히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공간보다는 커피 맛에 신경 쓰는 곳이고, 가격도 착해서 금방 흥하고 금방 망하는 제주도의 화려한 카페들과는 차별화된다.


카페 모카를 주문하면 휘핑크림 위에 사장님의 얼굴을 그려주는 게 포인트. 마실 때마다 얼굴이 점점 쪼그라드는 게 소소하게 재미있다. 갓 나온 크루아상 냄새가 참 좋았는데 못 먹어본 게 아쉽다.


7. 제주 루바토


잠깐 유행하는 카페, 인스타 유명 핫플레이스 말고. 제주 로컬 지인이 추천해준 진짜 커피 맛집. 커피 메뉴는 모두 핸드드립으로, 무려 열두 가지가 넘는 원두 중에서 커핑 노트를 참고해 각자 취향에 맞게 고를 수 있다. 커피 맛을 잘은 모르지만 정성이 담긴 커피라는 건 확실히 느낄 수 있었고. 아이스 핸드드립을 다 마시고 나니, 다른 원두로 내린 따뜻한 커피를 조금씩 맛볼 수 있게 서빙해주셔서 감동했다.


어둡고 묵직한 공기 속에서 모두가 작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거나 각자의 시간에 집중하는 분위기도 마음에 들었다. 군데군데 책, LP, 필름 카메라 등이 놓여있는 걸 볼 수 있다. 역시 커피와 책, 음악, 그리고 사진을 좋아하면 나와 잘 맞는 좋은 사람임에 틀림없다.





개별 사진의 무단 공유 및 불법 도용을 금합니다.

#jc_카페투어 for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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