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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리터 Dec 01. 2019

11월, 이제 진짜 다 왔다

2019년 11월의 월말결산

기억이 흐릿해지는 게 아까워 남겨두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

보고, 듣고, 생각하고, 느낀 것들을 바탕으로 매달을 기록해둡니다.




11월에 읽은 책과 잡지


• 책 < 일상기술연구소 > -제현주, 금정연

- 익숙한 것을 낯설게 만들기, 낯선 것을 익숙하게 만들기

- 쓸모없는 일을 자신에게 허락하기

- 관심 분야의 깊이를 늘려가기, 가볍게 시작하기

- 배우는 것과 표현하는 것을 오가기

- 자신의 상태를 상대에 대한 원망을 섞지 않고 담백하게 말하기


11월에 즐겨들은 음악

• 온앤오프 'Moscow Moscow'

- 이 노래에 누가 약 탔나, 거의 한 달 내내 이 곡만 들은 듯. 전부터 모스크바에 가보고 싶었던 터라, 제목에 속는 셈 치고 한번 들어나보자 했는데. 세상에, 아련하고 먹먹하면서도 신비롭다. 11월의 쌀쌀한 바람과 찬 공기에도 잘 어울리고. 이런 명곡을 누가 썼나 궁금해서 찾아보니 샤이니 '방백'과 소녀시대 '첫눈에'를 작곡한 모노트리 황현의 곡이다. 역시 믿고 듣는 황현. 심지어 가사도 낯선 도시에서 만난 인연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그걸 메인보컬 효진이 도입에서 너무 잘 살려버렸다. 곡, 가사, 보컬의 합이 이렇게 좋은 노래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들어줬으면 좋겠다.


펀치넬로 ‘낙서 (feat. 백예린)’

- 순전히 백예린 피처링 때문에 한번 들어봤고, 또 계속 듣게 되는 노래. "아직도 넌 낙서인 것 같아 내 연필 끝에 남아"라는 후렴구 가사부터가 우선 사기고. 나온 지 한 달도 안된 신곡인데 왠지 최소 10년은 들어온 노래 같이 친근하게 느껴진다. 미니홈피 시절에 나왔으면 bgm으로 흥했을 프리스타일 'Y' 감성이랄까.


11월에 즐긴 문화생활

• 2019 스페이스오디티 크리에이티브 컨퍼런스 <Fandom: 누구나 팬을 만드는 시대>

-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누군가의 팬으로 살아왔고, 지금도 어떻게 보면 팬덤 비즈니스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팬덤'을 주제로 컨퍼런스가 열린다는 것 자체가 뜻깊었고 설렜다. 지금 내가 하는 일 관련해서도 인사이트를 많이 얻고, 개인적으로도 설레는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던 시간.

- "브랜드가 팬덤을 가지기 위해서는 다른 것과 구별되는, 차별화되는 매력이 있어야 한다." (플러스엑스)

- "독자들의 루틴에 스며들어야 한다. SNS를 볼 때와 이메일을 볼 때 나의 자아가 달라진다." (뉴닉)

- "Z세대들은 최대 집중력 8초라 그들을 타켓팅하는 콘텐츠는 3초 안에 승부 봐야 한다." (틱톡)


• '소설 속 스카치위스키 여행' 위스키 시음회

- 내가 잘 모르는 세계를 한번 경험해보고 싶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가본 이벤트. 워낙 말씀을 재미있게 해 주셔서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위스키 4종을 시음용 잔에 조금씩 준비해주셨는데도 도수가 40도가 다 넘으니까 많이 남기고 와서 아쉬웠다. 내가 위스키를 즐길 날이 오긴 할까.


11월에 즐겨본 콘텐츠

• 유튜브 Frank James '16 Personalities' 시리즈

- MBTI 처돌이가 유튜브에 INFJ 검색하다 알게 된 채널. 하나의 직업이나 상황을 정해, 16가지의 MBTI들이 각각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짧게 짧게 직접 연기하는 포맷이다. 대본도 주옥같고, 미국식 유머도 제대로고, 혼자 뻔뻔하게 연기 잘해서 너무 웃김. 보통 INFJ가 맨 마지막에 나와서 임팩트 있다. 역시 INFJ, 제일 또라이 같은 성격.


• 부동산 유튜브

- 자취 욕구가 하늘을 찌르더니 이젠 성층권을 뚫었다. 인테리어, 랜선 집들이 콘텐츠를 닳도록 보는 걸 넘어 이제 집 매물을 찾아보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직은 진짜 살 생각도, 살 돈도 없지만 간접적으로나마 집을 보는 눈을 키우고 있달까. 내가 만약 이 집에 산다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고 싶은지 머릿속으로 구상하는 재미가 있다. 그러니 제 집은 18평 투룸 정도면 딱 좋겠는데요..


11월에 잘한 소비

• 각인 빨대

- 커피는 못 줄이지만 플라스틱 빨대라도 좀 줄여보려고 주문했다. 쨍한 레드 컬러에 이름이 떡하니 박혀있으니 누가 봐도 내 빨대, 나다운 소유물이라 마음에 든다.


11월에 탐험해본 동네

세곡 - 석촌 - 흑석 - 한남 - 잠실


• 또 한 번의 제주

- 내려가서 일하느라 정신없었지만 주말 마지막 날 하루는 틈 내서 제주를 즐기고 왔다. 아침 일찍 일어나 혼자 조용히 서귀포 곳곳을 산책하고, 오랜만에 제주 사는 지인을 만나 사계 해변과 송악산 둘레길을 함께 걸으며 엄청난 자연경관에 감탄하고, 내가 몰랐던 제주도의 이면도 보고, 현지인의 걱정에 공감하고. 이렇게 또 제주에 자주 와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겨버렸다.


11월에 마신 카페


11월에 맛있게 먹은 음식

• 제주에서 먹은 모든 음식들

- 진짜 '오지게 먹었다'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었던 3박 4일

서문수산의 4인 한상
만배회센타의 방어회
형돈의 흑돼지
오롯의 전복게우비빔밥
서귀포올레시장의 방어회, 광어회
노마스의 스테이크, 뇨끼, 감자수프


11월에 잘한 일

1. 진짜 바빴고, 정말 열심히 일했다고 말할 수 있다. 길게는 1년, 본격적으로는 반년 넘게 준비해온 게 이제 진짜 세상에 나오는 날만을 앞두고 있다. 실감이 잘 안 나고, 불안하고 걱정되는 부분도 있지만 설레고 기대되는 마음이 더 크다고 믿고 싶다.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어 사실..


2. 이렇게 바쁘고 정신없었는데도 어떻게든 틈 내서 바람 쐬고, 새로운 곳도 가보고, 세상 열심히 돌아다닌 나를 칭찬한다. 올 가을에 단풍을 충분히 즐기지 못해 아쉬웠는데, 대신 억새풀은 원없이 봤다. 노들섬, 산굼부리, 송악산에서 본 장면들로 내 20대의 마지막 가을을 아름답게 기억해야겠다.


11월에 아쉬웠던 일

1. 월말정산의 마지막 줄인 아쉬웠던 일로 몇 달째 같은 내용을 되풀이해서 쓰는 것 같은데. 지난달, 지지난 달보다도 더 바쁘다고 운동도 많이 못 가고, 책 읽는 시간과 글 쓰는 시간도 줄었다. 이런 내가 12월에는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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