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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리터 Dec 31. 2019

12월, 내가 더 행복해지길 바래

2019년 12월의 월말결산

기억이 흐릿해지는 게 아까워 남겨두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

보고, 듣고, 생각하고, 느낀 것들을 바탕으로 매달을 기록해둡니다.




12월에 읽은 책과 잡지

• 잡지 컨셉진 74호 <당신은 좋아하는 연예인이 있나요?>

- 이 나이 먹고 아직도 연예인 좋아하냐 묻는 사람들에게, 덕후에게 말 함부로 하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누군가의 팬으로 산다는 건, 그를 위해 내 삶을 바친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더 나은 모습의 내가 되기 위해 열심히 삶을 꾸려간다는 의미였다."

"돌아보니 삶에 늘 연예인이 자리했다. 과거에도, 지금도. 연예인이 삶을 아름답게 하는 건 분명한가 보다. 적어도 우리의 연예인은 그랬다."


• 책 < 영국에 맥주 마시러 가자 > -임형철

- 혼자서라도 들러 부담 없이 맥주 한 잔 할 수 있는 펍의 편한 분위기. 맥주에 대한 장벽이 낮은, 영국의 캐주얼한 펍 문화가 우리나라에도 도입되길 소망한다.


12월에 즐겨들은 음악

• 백예린 정규 1집 <Every letter I sent you>

- 이렇게 빨리, 또 이렇게 많이 내줄 줄은 몰랐다. 지난 5년 간 만들고 불렀던 곡들을 이렇게 한 번에 대방출한다는 건 이제부터는 더 성숙하고 자유롭게 음악 하고 싶다는, 젊은 뮤지션의 선언으로 느껴졌다. 그동안 유튜브와 사운드 클라우드로만 들어야 했던 'Square', '0310', 'Not a girl', 'Bunny'를 멜론에서 고음질로 들을 수 있어 기쁘고, 'True Lover'라는 새로운 최애곡이 생겨 행복하다. 이제 단독 공연만 해주면 존버단의 갓벽한 승리다.


• 태사자 'Time'  

- 슈가맨이 쏘아 올린 공. 유튜브로 옛날 영상 찾아보며 태사자 덕질에 빠졌다. 그 시절 노래 다 기억하는데 왜 유독 태사자 노래는 잘 몰랐었을까. 좀 더 일찍 당신들을 몰랐던 게 억울하니까 산타모니카 사는 이동윤 씨는 빠른 시일 내에 귀국해주세요. 제발 다시 활동해주세요..


12월에 즐긴 문화생활

• DAY6 <2019 Christmas Special Concert 'The Present'>

- 첫콘: 눈물이 찔끔 났다. 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매년 해주는 사람들, 참 고맙다.

- 막콘: 데이식스의 100번째 단독 공연이란다. 1회와 100회를 장식하는 곡이라며 데뷔곡 Congratulations를 불렀다. 그들의 1회와 100회에 콩츄도 있고 나도 있었다. 세어 보니 오늘이 내가 함께한 20번째 데이식스 콘서트였다. 돌이켜 보면 지난 4년, 그 스무 번의 만남이 참 소중했다. 데이식스를 알게 되어 감정을 표현하는 말들을 배웠고, 삶이 다채로워졌고, 가치관이 바뀌었고, 심지어 커리어까지 정해졌다. 그래서일까, 콩츄의 클라이맥스에서 꽃가루가 터지는 순간 올해가 이렇게 끝나가는 게 아쉽지만은 않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데이식스와 함께 지난 4년, 나의 20대 중후반, 이만하면 잘 보냈다. 그러니 데이식스, 당신들 때문에 내 삶과 꿈 미래 그 모든 게 바뀌었으니 200회, 300회, 1000회까지 절대 함께해.


• 2019 KBS 가요대축제

- 역대급 무질서와 불안을 경험한 가요대(환장)축제. K팝 자체를 즐기는 팬으로서 가벼운 마음으로 구경 갔다. 그 시절 샤이니를 보는 듯한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누난 너무 예뻐'와 심장 아플 정도로 예쁜 오마이걸의 '다섯 번째 계절'를 봤음에 만족하고, 오랜만에 대존잘들을 봐서 설렜다. 차은우, 진영, 그리고 석진. 당신들 참 예뻤어.


• 서울생활사박물관

- 개인의 일상에 대한 꾸준한 기록과 애정 어린 수집이 모여 하나의 역사가 된다. 더 열심히 나의 것들을 새기고, 더 많이 남겨둬야 하는 이유. 


12월에 즐겨본 콘텐츠

•KBS Joy <연애의 참견 2>

- 궁금하지도 않은 남의 연애 얘기 듣는 거 극혐하는 사람인데 유튜브 추천에 왜 자꾸 이런 게 뜨지? 짜증 나서 한번 눌러봤다가 그날 밤 세 시간 동안 몰아보게 될 줄이야. 서장훈·김숙 연기가 의외로 찰져서 너무 웃기고, 한혜진·주우재가 생각보다 말을 독하고 똑 부러지게 잘해서 통쾌하다. 그나저나 세상엔 너무 이상하고 무서운 또라이들이 많다. 연애는 위험해..


12월에 잘한 소비

• 2020 다이어리와 탁상 달력

- 올해는 처음으로 다이어리를 12월 끝까지 채운 기념비적인 해였다. 내년에는 하루하루를 더 풍부하게 기록하고 더 예쁘게 꾸미고 싶어서, 군더더기 없이 위클리가 큼직한 걸로 골랐다. 이 빈칸들을 또 어떤 일들로 채워나갈지 설렌다.


12월에 탐험해본 동네

•인천 - 부천 - 광화문 - 오금 - 일산 - 신사

 

•인천 호캉스

- 친구와 통 크게 인천 용유도에 있는 네스트호텔에서 1박 송년회를 했다. 오랜만에 맞는 바닷바람은 상쾌했고, 억새풀 너머로 지는 저녁노을은 아련했으며, 슬쩍 구경 간 옆동네 파라다이스 시티는 황홀했고, 새벽 3시까지 이어진 음주와 선곡은 탁월했으며, 아침에 눈 뜨자마자 침대에서 바로 보이는 일출은 희망찼다. 이렇게 좋은 시간을 좀 더 자주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했던 것 같다. 


12월에 마신 카페


12월에 맛있게 먹은 음식

- 딱히 없었다. 그저 많이 먹었을 뿐..


12월에 잘한 일

1. 지난 1년간 매달렸던, 처음부터 끝까지 다 내가 기획한 첫 서비스가 드디어 세상에 나왔다. 앞으로 더 할 일이 많고 이제 시작이지만, 그래도 드디어 무언가를 '해냈다'는 성취감이 크다. 입사 5년 차, 이제야 스스로를 기획자라고 소개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아 졌다.


2. 외면했던 나의 마음을 들여다볼 기회가 있었다. 깊은 동굴 속에 빠질 뻔하다가 다행히 마음을 다잡고 조금씩 밖으로 나오고 있다. '행복'이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애써 쓰지 않았던 내가, 이제는 간절히 나의 행복을 바라게 됐다. 세상에서 내가 제일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래야만 한다. 그러니 나의 행복을 위해서 이제부터는 눈치 보지 말고, 상처 받지 말고, 남 탓도 좀 하고 살자.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처럼 "내가 더 행복해지길 바래"


한 해가 끝나가는 무렵에 굳이 아쉬웠던 점을 쓰고 싶지는 않다. 대신 2019년 마무리 연말 정산 편을 준비했다. to be contiun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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