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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리터 Nov 03. 2019

10월, 내가 사랑하는 계절

2019년 10월의 월말결산

기억이 흐릿해지는 게 아까워 남겨두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

보고, 듣고, 생각하고, 느낀 것들을 바탕으로 매달을 기록해둡니다.




10월에 읽은 책과 잡지

• 잡지 컨셉진 72호 <당신은 좋은 습관이 있나요?>

- 예전에 서점 갈 때마다 보이면 하나씩 사서 모아뒀던 작은 사이즈의 월간 잡지. 좋은 기회가 있어 정기구독을 신청해 오랜만에 다시 읽게 됐다. 편하게 보다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밑줄 쫙 치고 싶은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게 컨셉진의 매력인 듯. 특히 이번 호 주제가 '습관'이라 내 삶의 작은 순간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어 좋았다.

"삶의 결정적인 순간이 반드시 섬광처럼 지나가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한참 지나고서야 눈치챌 수 있을 만큼 희미하지만, 특별한 색으로 물든 여러 해의 세월일 수도 있다."

"사람이 삶을 사랑할 때 삶이 발산하는 매력을 나는 결코 제대로 묘사할 수 없을 것이다. (중략) 삶을 견뎌내는 게 아니라, 삶의 모든 면을 끌어안고 사랑하는 사람은 분명 있었다."


• 책 <아틀라스 오브 비어> - 낸시 홀스트-플렌, 마크 W.패터슨


10월에 즐겨들은 음악

• 데이식스(DAY6) 정규 3집 <The Book of Us : Entropy>

- 말해 뭐해. 데이식스 역사상 처음으로 신곡으로만 꽉꽉 채워진 정규앨범이다. 솔직히 발매 전 앨범 샘플러를 들었을 때 딱 '이거다!' 하고 느낌이 오는 노래가 많지는 않았는데 기우였다. 데이식스가 안 해본 장르가 많아 처음에만 낯설었을 뿐, 듣다 보면 한 곡 한 곡 정말 개성 있고, 특히 참신한 가사에 귀 기울이게 된다. (천재 작사가 영케이 당신 대체..) 'Sweet Chaos'는 타이틀은 역시 타이틀이다 싶을 정도로 임팩트가 강하면서도 질리지 않는다. 수록곡 중 많이 듣게 되는 건 '365247', 'Not Fine (나빠)', '마치 흘러가는 바람처럼'.


• 태연 정규 2집 <Purpose>

- 나왔다, 올해의 명반. 콘서트에서 선공개한 곡이 많은데 음원으로 들으니 또 전혀 새로운 노래 같다. 전반적으로 이 계절에 듣기 좋은 무게감 있는 곡이 많아, 곡 개별 단위가 아닌 앨범 전체를 권하고 싶다. 그래도 좀 더 마음이 가는 수록곡은 'Gravity', 'Wine', 'Love you like crazy'.


• 오마이걸 '게릴라 (Guerilla)'

- 아니, 오마이걸 당신들 미쳤습니까. 대체 어디까지 성장하려고! 걸그룹이 사랑을 노래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진취적으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노래하는 게 정말 멋있다. 늘 믿고 듣지만 이번 곡은 유독 서지음 작사가가 서지음했고, 오마이걸이 오마이걸했다. 이제 더욱 잘될 일만 남은 팀. 승리를 sing forever~


•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9와 4분의 3 승강장에서 너를 기다려'

- 사실 투바투 특유의 여리여리한 느낌이 나에게는 입덕 장벽이었는데, 노래가 좋은 건 부정할 수 없다. 남자 아이돌 댄스곡을 듣고 '명곡이다'라고 생각 든 건 진짜 오랜만이다. 빅히트의 자본으로 퀄리티가 보장되고, 푸시도 남다르다. 내가 10대였으면 이번 활동을 계기로 입덕했을 수도.


10월에 즐긴 문화생활

• 전시 <바우하우스와 현대 생활>

- 심플하고 모던한 바우하우스 스타일에 제대로 빠졌다. 단순히 보고 좋다, 예쁘다 감상하는 차원을 넘어서 이 가구와 소품을 늘 내 곁에 두고 싶다는 소유욕까지 든다. 아무래도 다음 베를린 여행은 데사우까지 해서 바우하우스 투어로 돌아봐야겠다.


• 맥주 양조 체험

- 한 번쯤 해보고 싶었던 맥주 양조. 무려 4시간 반이나 걸리는데 대부분 그냥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라 성격 급한 사람에겐 꽤 힘든 일이었다. 해본 걸로 만족하고, 열심히 벌어서 맥주는 사 먹는 걸로.


• TAEYEON <PURPOSE: THE EXHIBIT>

- 앨범 발매 전에 오픈한 사진전. 마침 근처에 갈 일이 있어서 잠깐 들러봤다. 전시 규모가 크지는 않았지만 사진 하나하나가 주는 임팩트가 강했다.


• 영화 <82년생 김지영>

- 영화 보는 내내 불안에 공감하고, 부조리에 분노하느라 마음이 편치 못했다. 결국 너무 많이 울어서 얼굴이 팅팅 부어서 나왔고.

 영화를 보고 오랜만에 엄마와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과연 나는 엄마처럼 이 모든 것들은 다 견뎌내고 좋은 어른이 될 수 있을까. 김지영 인생이 뭐가 힘든 건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은 한번 본인들 낳고 길러주신 엄마의 이야기를 좀 들어보면 좋겠다. 누군가가 짊어진 삶의 무게와 고통을 내가 공감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게 없는 게 되는 건 아니다.


10월에 즐겨본 콘텐츠

• tvN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2>

- 여행 예능이라는 트렌드도, 백종원이라는 콘텐츠도 이미 너무 많이 소비되어버렸기에 더 이상 특별할 게 없을 수도 있는데. 늘 심각하던 이 사람이 여기만 오면 신나서 돌아다니고 자기가 아는 모든 걸 다 얘기해주고 싶어 하는 그 '들뜸'이 느껴져서 차별화된다. 진짜 자기가 좋아서 하는 거잖아. 역시 깊이가 있는 사람이 더욱 즐길 수 있다는 걸 그를 통해 배운다.


• 1인 가구 일상 유튜브

- 독립하고 싶은 욕망은 늘 있었지만 요즘은 정말 하늘을 찔러버린다. 혼자 살면서 집 예쁘게 꾸며놓고, 잘해 먹고, 일상을 소중히 여기며 사는 1인 가구 일상 유튜브를 보며 대리 만족하는 편. 최근 즐겨 보는 유튜버는 슛뚜, 히조, 달콩, 르탐, 子时当归 등.. 부럽다!


10월에 잘한 소비

• 데니멀즈 '케' 인형 & 인형 옷

- 지난 그래비티 투어 때 인형 옷 못 산 걸 두고두고 아쉬워했는데 드디어 손에 넣었다. 케랑 쩨 옷 바꿔 입혀서 방 한 구석에 세워 쪼르르 놨는데 그냥 보고만 있어도 엄마미소가 지어진다. 어쩌면 데이식스보다 데니멀즈를 더 사랑하는 걸 수도..


• 뱅크 스탠드

- 오래전부터 갖고 싶었는데 막연히 비쌀 거라 생각했던 제품. 마침 오늘의 집에서 할인하길래, 나 자신에게 주는 생일 선물 겸 해서 질렀다. 스탠드 하나로 방에 차분한 무드가 깔리는 게 신기하다. 덕분에 요즘 밤에는 형광등 안 켜고, 은은한 조명과 함께 휴식을 취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퇴근 후 삶의 질이 조금 더 높아졌다.


• 몬스테라

- 내가 한 소비는 아니고 엄마가 준 생일선물 1탄! (무려 3탄까지 있었다.) 지나가는 말로 요즘 몬스테라가 예뻐 보인다고 했던 걸 기억하고, 생일 선물이라며 서프라이즈로 방에 갖다 주셨다. 볼 때마다 엄마가 생각나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선물. 오래오래 잘 키우고 싶다.


10월에 탐험해본 동네

북촌 - 성수 - 제주 (용담, 함덕, 김녕) - 익선 - 합정 - 망원 - 용산 - 성수

북촌-삼청동-광화문 일대

- 날씨가 참 좋았던 어느 일요일, 전시 보고 카페도 다녀볼 겸 해서 혼자 삼청동 일대를 돌아다녔다. 한복 입은 사람도 많고, 외국인 관광객도 많아서 마치 나도 여행 온 사람처럼 들떴다. 발길 닿는 대로 걸어보고, 사진도 많이 찍고, 서울을 마음껏 누렸다. 내가 가장 잘 아는 도시를 외부 여행객의 시선으로 탐험하는 특별한 경험. 돌아오는 길에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케이팝 페스티벌 리허설도 구경했다. 완벽한 마무리.

• 잠깐의 제주 여행

- 이번 달에도 일하러 잠깐 제주로. 또 날씨가 너무 좋아버려서 퇴근하고 잠깐 시간 내서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특히 함덕 서우봉에 올라 뒤돌아서 본 한라산 뷰가 압권이었다. 스트레스의 연속인 나날들 사이에서 잠시나마 마음의 평화를 찾았다. 어떻게 출장까지 사랑하겠어, 제주 사랑하는 거지.


10월에 마신 카페


10월에 맛있게 먹은 음식

• 용출횟집의 황돔 회와 형돈의 흑돼지  

- 이번에 제주 가서 건진 건, 짧은 시간 안에 진짜 잘 먹고 왔다는 것.


• 내가 만든 해물 파스타

- 냉동실을 열어보니 손질된 새우와 오징어가 좀 남아있길래, 골뱅이까지 넣고 해물 오일 파스타를 만들어봤다. 역시 파스타에는 버터가 약간 들어가줘야 맛이 난다. 최근에 했던 요리 중에 단연 베스트. 동생도 맛있다며 칭찬해줬다. 점심이었는데 맥주를 안 깔 수가 없었지.


10월에 잘한 일

1.  별 거 아닌데 귀찮아서 미뤄왔던 일들을 하나씩 해치웠다. 염색, 독감 예방 접종, 여권 재발급 신청 같이 진짜 별 거 아닌 것들. 왜 이런 작은 일들은 꼭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루게 되는 걸까.


10월에 아쉬웠던 일

1. 매년 10월만 기다리며 사는 '악토버 악개'. 10월이면 무릇 가디건 입고, 따뜻한 라떼 들고, 흐드러진 노란 은행나무 아래를 거니는 여유 정도는 부려줘야 하는데. 아쉽게도 올해 10월에는 이 짧고 소중한 계절을 충분히 누리지 못했던 것 같다. 몸은 그렇게까지 바쁘지 않은데 마음이 너무 바빠서 심적인 여유가 없었다. 아까워라..


2. 갈수록 책을 많이 안 읽게 되는 것 같다. 바쁘긴 하지만 틈을 낼 수는 있다. 일주일에 최소 두 번은 점심 도시락을 싸가서 회사 도서관에서 먹는다든지, 자기 전 최소 10분은 꼭 책을 본다든지. 어느 정도 목표를 정해놔야 습관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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