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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리터 Sep 30. 2019

9월, 케이팝 걸그룹 처돌이라
행복해요

2019년 9월의 월말결산

기억이 흐릿해지는 게 아까워 남겨두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

보고, 듣고, 생각하고, 느낀 것들을 바탕으로 매달을 기록해둡니다.




9월에 읽은 책과 잡지

• 책 <JOBS - EDITOR> - 매거진 B 편집부

- '좋아하는 것으로부터 좋은 것을 골라내는 사람'이라는 정의가 다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에 조금 더 자부심을 느끼고 애정을 가져도 좋겠다.


• 책 <THE BEER: 맥주 스타일 사전> - 김만제

- 세상은 넓고 맥주는 많다. 맥주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 한번 공부해보자.


• 잡지 <DRIFT> Volume 7: San Francisco

- 혼잡한 도심 환경에서 블루 보틀이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방법을 묻는 질문에 대한 대답. "저희는 그런 방법을 쓰고 있지 않아요. 때로는 싸움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싸움에서 이기는 방법이 되기도 하죠."


9월에 즐겨들은 음악과 즐겨본 콘텐츠 그 사이

•Mnet '퀸덤'

- 또다시 엠넷의 노예가 되기는 싫었는데, 첫 화부터 빠져 버리고 커버곡 경연 내내 머리 풀고 달려버린 케이팝 처돌이. 회사가 정해주는 기획, 대중이 바라는 컨셉이 아닌, 본인들이 아티스트로서 하고 싶은 무대를 직접 만드니 이렇게나 풍성해진다. '퀸덤'을 계기로 걸그룹을 꽃이나 인형 같은 존재가 아닌, 본업 열심히 하는 프로로 보는 시선이 많이 생기고, 또 당연해지기를 바란다. (그러니 퀸덤 제작진, 이 글을 보고 있다면 쓸데없는 게임 작작하고 멤버들이 프로미 뿜뿜하며 무대 회의하고 준비하는 과정이나 더 보여주세요.)

 그리고 한 50번은 더 돌려봤을 오마이걸 'Destiny (나의 지구)'.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이 무대는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무언가를 확실히 건드렸다. 너무 깊이 있어 내 안에 있는지도 모르고 살아왔던 그런 감정을 일깨워줬달까. 노래 편곡, 안무, 무대 연출, 의상, 멤버들의 라이브와 표정, 모든 게 잘 어우러진 종합 예술이다. 이 정도면 돈 내고 봐야 하는 거 아닌지. 실력 있고, 예쁘고, 착하고, 똑똑하고, 게다가 열심히 하기까지 하는 오마이걸은 이제 더더욱 잘될 일만 남았다.


•JTBC '비긴어게인3' 베를린 편

- 나의 최애 솔로 가수가 나의 최애 도시에 가서 노래한다니, 이 무슨 나 환장하게 하는 운명의 조합이란 말인가. 담백한 보컬을 좋아해서 이적, 태연, 폴킴, 적재의 노래가 딱 취향에 맞았고, 나이 차이는 있지만 다들 친구 같은 분위기라 편안하게 볼 수 있었다. 다 좋았지만 베를린에서 가장 좋아하는 스팟 몽비쥬 파크에서 태연이 부른 '사랑밖엔 난 몰라'와 'When we were young'을 베스트로 꼽아본다.

 매주 금요일 일찍 집에 와서 맥주 한 잔 까놓고 심장 부여잡으면서 '비긴어게인' 본 게 최고의 힐링이자, 한 주 한 주를 버티며 살아가야 하는 이유였다. 다음 편은 나의 차애 도시 암스테르담인데, 11월까지 어떻게 기다리란 말이냐.


• JTBC '캠핑클럽' 10회

- '캠핑클럽'은 지난 7월 콘텐츠로 썼었지만, 팬들과의 만남과 공연으로 채워진 10회는 엄연히 다른 콘텐츠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해서. 14년 만에 네 명이 한 무대에 서서 그 시절 노래를 부른 게 실화라니. TV로 보면서도 내적 오열했는데 현장에서 실제로 본 진짜 팬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개인적으로는 '당신은 모르실 거야+루비' 무대가 가장 좋았다. '당신은 모르실 거야'는 정말 잊고 있던 노래라 반가웠고, 성유리가 울어서 좋았다(...?). '루비'는 이 노래를 자주 따라 불렀던 8살 시절의 내가 생각나서 좋았고. 레전드 1세대 아이돌의 재결합이라면 요란할 법도 한데 참으로 깔끔하고 담백하다. '그들만의 잔치'가 아닌 모두가 아련해지는 추억 소환, 핑클이 아니면 누가 또 할 수 있을까. 역시 나의 어린 시절 최고 우상 핑클 언니들.


핑클, 태연, 오마이걸. 케이팝 걸그룹 1, 2, 3세대가 세트로 힘들고 지친 내 인생을 구원하러 오셨네. 이래서 케이팝 못 잃어~


9월에 즐긴 문화생활

• 영화 <벌새>

- 잔잔하게 봤는데 뜻밖의 깊은 울림을 남기고 간 영화. 김보라 감독이 아니었으면 다른 누가 영화로 만들 생각을 했을까 싶은 지극히 평범한 스토리인데, 그래서 이건 은희의 이야기이자 모두의 이야기가 된다.

 15살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알 거다. 그 나이는 정말 힘든 나이다. 내 안에 너무나도 많은 일들이 벌어져 감당이 안 되는데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 이 과정을 어떻게 헤쳐 나가는지에 따라 어떤 어른으로 성장하는지가 정해지는 건 아닐까. 나는 어땠을까. 말해봤자 이해해줄 사람이 없으니 점점 표현을 잃어가고, 혼자 생각만 많아진 것 같은데. 나의 지난날에도 영지 선생님 같은 존재가 있었다면 그때 조금 덜 아팠을까, 조금 더 나은 삶을 살았을까.


•전시 <바바라 크루거 : Forever>

- 이미지에 텍스트를 결합하는 시도를 최초로 했다는 아티스트 바바라 크루거. 이미지에 텍스트, 표현 수단이 두 배가 되니 그만큼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강렬하게 와 닿는다. 꼭 의미를 해석하지 않아도 작품 자체가 트렌디해서 눈이 즐겁다. 그래서 전시를 보는 경험이 꼭 거대한 잡지 속에 들어가 탐험해 보는 경험 마냥 신기했다. 다 보고 살짝 허무했는데, 전시 입장료에 비해 작품 수가 많지 않은 점은 좀 아쉬웠고.


9월에 즐겨본 콘텐츠

•팟캐스트 '듣똑라', '시스터후드'

- <벌새> 보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해 감상평과 감독 인터뷰를 찾아보다가 팟캐스트까지 듣게 됐다. 밀레니얼의 시사친구 '듣똑라'는 기자분들이 어려운 주제도 귀에 잘 꽂히며 이해하기 쉽게 말로 풀어주셔서 좋고. 대중문화 콘텐츠를 여성의 시각으로 소개하는 '시스터후드'는 친구랑 같이 보며 "맞아 맞아" 공감하는 느낌이라 재미있다. 한동안 팟캐스트를 잘 안 듣다가 오랜만에 다시 듣기 시작하니 의미 없는 출퇴근길이 조금 더 가치 있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MBC <뉴 논스톱>

- 온라인 탑골공원의 파급력은 생각보다 컸다. 지금은 wavve가 된 pooq 메인에 갑자기 옛날 방송 프로그램들이 떠서 호기심에 추억의 시트콤 '뉴 논스톱'을 한번 클릭했는데. 세상에 너무 재밌어서 앉은자리에서 네 편을 연속으로 봤고, 틈만 나면 들어가서 정주행 했다. 이렇게 가볍게 볼 수 있는 시트콤이 그립다.


9월에 잘한 소비

- 딱히 없다.


9월에 탐험해본 동네

•경리단 - 충무로 - 종각 - 삼각지 - 용산 - 신사 - 이태원


9월에 마신 카페


9월에 잘한 일

1. 막연히 도전해보고 싶다 생각만 했던 복싱을 드디어 시작했다. 무언가를 새로 배워보는 경험 자체가 너무 오랜만이라 설렌다. 새로운 동작을 하나하나 배우고 몸에 익혀가는 과정이 진짜 재미있다. 한번 갔다 오면 땀이 쭉 나서 운동 아주 제대로 한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하고. 이제 겨우 한 달 된 초보지만, 이왕 하는 거 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멋진 복서가 될 테야!


2. 맥주도 그렇다. 좋아하는 거에 비해 아는 건 없는 것 같아 한번쯤 공부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맥주 전문가를 모시고 하는 독서모임이 있길래 신청했다. 첫 책 읽고, 첫 모임을 했는데 느낌이 나쁘지 않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이 모임이 끝날 때쯤엔 더 맥주를 알고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되어있기를 바라며.


9월에 아쉬웠던 일

1. 일 스트레스가 부쩍 심해졌다. 더 잘하고 싶은데 여전히 모르는 게 많은 것 같고, 시간을 더 투자하고 싶은데 다른 일들이 붙잡아서 답답하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2. 여행 떠난 지 1년 지나기 전에만 완성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여행기 '디스 이즈 해프닝'. 발등에 불이 떨어져 막판 스퍼트를 내봤으나 딱 하나, 마지막 날 글을 아직 못 써서 목표 실패. 이왕 이렇게 된 거 한 달의 시간을 벌었다 생각하고, 10월에 잘 마무리하고 이전 글들도 퇴고하고 내버리자. 어서 다음 여행기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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