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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리터 Sep 01. 2019

8월,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2019년 8월의 월말결산

기억이 흐릿해지는 게 아까워 남겨두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

보고, 듣고, 생각하고, 느낀 것들을 바탕으로 매달을 기록해둡니다.




8월에 읽은 책과 잡지

• 책 <디터 람스: 디자이너들의 디자이너> - 시즈 드 종

- 합정 모티프커피바에서 디터 람스의 '선반 시스템'을 처음 보고 반했다. 뉴욕 MoMA에서 그의 작품들이 내 취향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그리고 이 책에서 그가 디자인 사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알게 됐다. 그가 남긴 디자인 10계명은 꼭 디자인 종사자가 아니더라도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참고할 만하다.

1. 좋은 디자인은 혁신적이다.
2. 좋은 디자인은 제품을 유용하게 한다.
3. 좋은 디자인은 아름답다.
4. 좋은 디자인은 제품을 이해하기 쉽게 한다.
5. 좋은 디자인은 불필요한 관심을 끌지 않는다.
6. 좋은 디자인은 정직하다.
7. 좋은 디자인은 오래간다.
8. 좋은 디자인은 마지막 디테일까지 철저하다.
9. 좋은 디자인은 환경을 생각한다.
10. 좋은 디자인은 가능한 한 최소한으로 디자인한다.


• 책 <좋아 보이는 것들의 비밀> - 이랑주

- 매장 컬러와 색 비율, 조명의 온도와 각도, 매대의 높이와 폭 등..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모든 것들이 알고 보니 모두 철저히 계산된 것들이다. 사람들의 행동 패턴을 꾸준히 관찰한 결과에 과학적 원리를 접목시킨 나름의 법칙들이다. 우리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그동안 너무 몰랐다는 생각에 VMD에 대해 한번 공부해보고 싶어 졌다.

"사람들은 70%보다 5%를 강렬하게 기억한다."
"정말 좋아 보이는 것들은 꽉 차있지 않다. 약간 비어 있는 듯 자연스럽다."
"하고 싶은 말을 안 할 수 있는 힘"
"혼자만 알고 있는 철학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 책 <마케터의 여행법> - 김석현

- 회사가 나에게 준 업무는 마케팅이 아닐지라도, 우리는 모두 자기 자신을 마케팅해야 하기에 '마케터'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제목 보고 넓은 세상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며 관점과 감각을 키우는 법을 다룰 줄 알았는데. 유럽 마트에서 소비 트렌드를 파악하고, 그로 인해 특정 브랜드가 성장하리라는 투자 감각을 읽어내는 데에 더 포커스가 되어있는 책이었다. 기대했던 바와는 살짝 달랐지만 어쨌든 도움될 만한 내용.

"취향이란 한마디로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를 명확히 아는 것이다. (중략) 경험을 통해 취향이 생겨나고, 시간이 쌓이면서 취향이 다듬어진다."


8월에 즐겨들은 음악

- 요즘 새 노래 찾아들어보는 게 왜 이렇게 귀찮은지. 원래 아는 노래, 옛날 노래만 계속 듣게 된다.  


8월에 즐긴 문화생활

• DAY6 2nd 월드투어 <Gravity> 서울

- 시작부터 관객을 일으켜 세우더니 보통 앵콜 때 뛰어노는 곡들로 오프닝 무대를 열었다. 처음부터 달리면서 거의 자리에 앉을 수가 없는 역대급 '서터레서' 푸는 셋리스트. 무빙 스테이지로 이들이 얼마나 공연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는지 알 수 있었고, 멤버들의 솔로 연주와 짱짱한 라이브로 새삼 이들의 실력이 크게 성장했음을 느꼈다. 특히 막콘 앵콜 때는 관객석 다 돌아다니며 팬들과 호흡해주고, 노래방 온 듯이 같이 뛰어놀았다. 스트레스 풀어주고, 자존감 지켜주고, 행복 주입해주는 데이식스 공연 없는 인생 절대 상상 불가.


•전시 <데이비드 호크니 展>

- 얼리버드 티켓 끊어놓고 사람 많다고 미루고 미루다 전시 종료 하루 전에 겨우 다녀왔다. 내가 미술 관람하러 온 건지 사람 구경하러 온 건지 헷갈릴 정도라, 작품을 보고 무언가를 느끼는 건 불가능했다.


•전시 <에릭 요한슨 展>

- 사진 작품 자체도 시각적으로 멋있지만, 전시를 보는 내내 감탄했던 포인트는 바로 에릭 요한슨의 상상력이었다. 구름은 누군가 양털을 잘라 하늘 위로 쏘아 올린 게 아닐까, 매일 밤 달을 골라 하늘에 걸어놓는 'full moon service'라는 업체가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이런 스윗한 상상을 대체 어떻게 하는 걸까. 전시를 다 보고 나오는 길에 쓰여있던 문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 전시를 통해 여러분을 제한하고 있던 것들에게서 조금은 벗어났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은 모두 창의적으로 태어난 사람들입니다."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 제목과 캐스팅만으로 오래전부터 정말 많이 기대해온 영화였다. 아날로그, 라디오, 음악 소재의 멜로라니 보기 전부터 내 취향 저격이라고 생각했는데, 개봉날 보고 솔직히 많이 아쉬웠다. 억지 우연의 반복, 공감되지 않는 감정선, 뻔한 사랑 이야기. 스토리가 아쉬우면 음악이라도 빵빵했으면 좋았을 텐데. 물론 '영원한 사랑'이 나올 땐 벅차올라서 심장 터지는 줄 알았고, 'Fix you'에서는 눈물을 훔치긴 했지만. <건축학개론>의 '기억의 습작'만 한 임팩트는 아니었다. 라디오를 매개체로 쓰고 싶었으면 음악이 확실하게 더 들어갔어야 하지 않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영화 제목에 낚인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8월에 즐겨본 콘텐츠

•tvN '삼시세끼 산촌편'

- 개인적으로 나영석 PD 예능 스타일과 안 맞아서 챙겨보는 편은 아니었는데, 순전히 출연진 때문에 보게 된 거다. 염정아가 또 얼마나 매력이 쩔어버릴까 궁금해서. 이전 편들은 아저씨들 요리하고 설거지한 걸 왜 기특하게 봐줘야 하나 싶었는데, 이번 편은 누구 하나 생색내지 않고 묵묵하게 자기 일 열심히 하는 게 너무 보기 좋고 그저 마음이 편안해진다. 나도 저렇게 공기 좋고 아름다운 데 가서 속세는 잠시 잊고 뭐 해 먹지 고민만 하며 살아보고 싶다. 딱 1박 2일만.


•유튜브 SBS KPOP CLASSIC '인기가요 라이브 스트리밍'

- 요즘 가장 핫한 '온라인 탑골공원'. 1999~2000년 시절 '인기가요'를 24시간 스트리밍 해주는데, 한번 켜면 몇 시간 순삭 될 정도로 자꾸 보게 된다. 연말 시상식, 상반기 결산 같은 거 아니고 그냥 매주 하는 음악방송인데 20위부터 1위까지 모르는 노래가 거의 없고, 심지어 다 명곡이라 보면서 따라 부르다 보면 여기가 노래방이고 싱어롱이다. 함께 추억팔이도 하고, 미친 드립력도 뽐내는 실시간 채팅 보는 재미도 쏠쏠하고. 신기하게도 그 시절을 다시 보면 생각보다 안 촌스럽고 오히려 힙해 보인다. 지금의 레트로, 뉴트로 열풍을 반영해 시기를 아주 잘 선정한 듯. 역시 유행은 돌고 돈다.


8월에 잘한 소비

•Gravity MD 데니멀즈 인형 Jae

- 오타쿠 같은 거 알지만 팬심 빼고 봐도 데니멀즈 너무 귀엽지 않나. 당장 데레곤볼 하고 싶지만 꾹 참고 하나씩 차례로 입양하려 한다. 지난번에 산 '케'에 이어 두 번째 픽은 '쩨' (처돌이 아님 주의) 물량 없어서 인형 옷 못 산 건 분하지만 뭐 또 기회가 있겠지. 이름은 '릴제이', 첫째 '릴케이' 따라지어 봤다.


8월에 탐험해본 동네

•서소문 - 경주 - 잠실 - 제주 - 사계리 - 무릉리 - 월령리 - 성수


경주 가족 여행

- 매년 여름 한 번씩은 1박 2일로 가족여행을 다녀오는 편이다. 올해의 행선지는 경주. 우여곡절은 많았고 계획은 없었지만, 그래도 막상 가서는 모두가 즐거웠..다고 믿는다. 황리단길은 너무 좁은데 북적거리고 이미 상업화돼서 기대보다는 별로. 오히려 자연이 좋았다. 해파랑길의 주상절리가 이국적이었고, 해 질 녘의 월정교는 올여름 최고의 순간으로 꼽아도 손색없었다.


홀로 제주 여행

- 놀러 간 건 아니었지만 마침 하루 여유가 생겨 혼자 돌아다니고 왔다. 부지런히 카페와 맛집을 찾아다니니 잠깐이나마 여행 온 듯한 기분도 들었고. 무엇보다 나의 제주 최애 스팟, 내 사랑 월령리에 오랜만에 찾아가 한참을 멍 때리고 앉아있던 시간이 소중했다. 대차게 부서지는 파도와 제 멋대로 자라나는 선인장을 바라보며 해방감을 느끼고 왔다.   


8월에 마신 카페


8월에 맛있게 먹은 음식

•'미방'의 양갈비

- 회식으로 먹은 고오오오급 양갈비. 고기가 입에서 녹는다는 게 이런 거였지, 오랜만에 느껴봤다. 고기만큼이나 식빵과 마늘밥이 맛있었다. 역시 탄수화물!


•'제주고로'의 고로덮밥

- 재료 소진으로 마감이라 울 뻔했는데, 딱 덮밥 1인분 가능하다고 받아주셔서 운 좋게 먹어본 고로덮밥. 고소한 밥 위에 참치회, 연어회, 아보카도의 조합이 좋고, 뭐니 뭐니 해도 달달한 계란이 킥이었다.


8월에 잘한 일

답이 없어 보이고 막막했던 일이 그래도 차근차근 진행되며 조금씩 모양을 갖춰가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빨리 다 끝나버렸으면 좋겠다.


8월에 아쉬웠던 일

1. 뉴욕 다녀온 지 벌써 세 달이나 됐다. 바라보며 버틸 다음 여행이 없다는 게 나를 미치게 한다. 어느 도시에 가보고 싶은지 생각은 많이 하는데 일 때문에 시기를 못 정하겠다. 계속 타이밍만 보는 지금이 너무 싫지만. 그전에 여권 연장부터 하자.


2. 별생각 없다가 빼박 하반기에 들어서니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마음이 불안해진다. 새삼 시간이 진짜 빠르다는 게 느껴진다. 어느덧 올해가 네 달 밖에 남지 않았다. 좀 더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나의 20대 끝자락, 나는 지금까지 어떤 것들을 이루었나, 무엇이 남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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