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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리터 Aug 03. 2019

7월,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2019년 7월의 월말결산

기억이 흐릿해지는 게 아까워 남겨두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

보고, 듣고, 생각하고, 느낀 것들을 바탕으로 매달을 기록해둡니다.




7월에 읽은 책과 잡지

• 책 <힙한 생활 혁명> - 사쿠마 유미코

- "결국 힙이라는 것은 문화의 기호에서 예리한 센스를 가지고 주류에 대한 저항 혹은 아웃사이더적인 요소를 갖고 있는 것"

- 주어져 있는 선택지를 따르지 않고, 고유한 취향에 따라 나만의 것을 창조한다는 점에서 나는 힙스터이고 싶다.


• 책 <트루 포틀랜드> - BRIDGE LAB

- <힙한 생활 혁명> 읽고 그리워진 세상에서 가장 힙한 도시 포틀랜드. 아는 곳을 만나면 반갑고, 몰랐던 곳을 발견하면 또 가고 싶어 진다.  


• 책 <15도> - 김하나

- "당신이 하는 일 중에서 남들보다 수고롭지만 기꺼이 감수하는 부분이 있습니까? 거기에 당신만의 스토리가 있습니다."
- 5년 전 광고회사 취업 준비할 때가 머리가 가장 잘 돌아가고 유연한 사고를 펼칠 수 있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유명 카피라이터가 던지는 다양한 질문에 오랜만에 뇌가 말랑말랑해진 느낌을 다시 받았다. 가끔은 이런 뇌 훈련이 필요하다.


• 잡지 <매거진 B Vol.63 : 이케아 (IKEA)>

- "개인적인 공간의 필요성, 사람은 자신만의 공간을 정의할 수 있어야 그곳을 진정한 집이라고 느낀다"

- "결국 더 나은 생활을 만드는 방법은 완성된 해법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에게 더 많은 힘을 주는 것"

- "라곰(lagom):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딱 적당한"


• 책 <싱글 라이프 스타일 아이디어 100> - REISM

- 오늘도 속으로 외쳐본다. 아, 혼자 살고 싶다!


7월에 즐겨들은 음악

•DAY6 <The Book of Us : Gravity>

- 이미 내 마음속 올해 최고 명반. 타이틀곡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를 비롯해 앨범 전반적으로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나이 때, 그리고 이 계절과 잘 어울리는 청량한 느낌. 개인적으로 7월 초까지 많이 힘들었는데, 7월 15일에 앨범이 나오고, 거짓말처럼 7월 16일부터 하루하루가 상쾌하고 가뿐해졌다.

 수록곡 중 최애곡 한 곡을 꼽기 어렵지만 'For me'의 밝고 긍정적인 느낌이 좋고, 'How to love'의 귀엽고 그루비한 전주가 좋고, '돌아갈래요'의 도운의 담담한 보컬 한 소절이 좋고, 감추고 싶은 약한 모습을 고백하는 '포장'의 가사가 좋고, 광활한 곳으로 뻗어나가는 듯한 'Best Part'의 박진감이 좋다. 그냥 다 좋다.


•핑클 '영원', 'Shadow', '늘 지금처럼'

- '캠핑클럽'에 빠져 옛날 핑클 노래를 다시 찾아 듣고 있다. 그중에서도 이전에는 잘 몰랐거나 즐겨 듣지 않다가 최근에 재발견하게 된 노래들. 곡에 얽힌 추억 같은 것도 없는데, 옛 시절 노래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듣고 있다 보면 막 아련해지고 그렇다.


•NCT DREAM 'BOOM'

- 아주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SM 노래. "난 너의 꿈이자 꿈에 닿는 통로가 돼 너의 꿈을 손에 쥐여줄 수 있어" 가사 너무 좋고 "순수한 표정으로 춤을 추던 아인 이제 웃으면서 이 트랙에 불을 질러" 가사 너무 지금의 NCT드림 그 자체라 귀엽다.


7월에 즐긴 문화생활

•혼코노

- ...도 문화생활이라고 우겨본다. 새로 이사 온 집 바로 앞에 크고 깨끗한 코노가 있어서, 여기저기 오가면서 진짜 많이 갔다. 스트레스 왕창 받고 퇴근하는 길에 코노로 뛰어갔을 땐, 마치 학원 끝난 청소년의 일탈 같은 마음이었달까.


7월에 즐겨본 콘텐츠

•JTBC '캠핑클럽'

- 더 이상 연예인들끼리 여행 가고 놀러 다니는 예능 프로그램 따위는 통하지 않을 거라 믿었는데 '캠핑클럽'은 다르다. 인물들이 매력 있고, 그들만의 사연이 있고, 또 배경까지 좋으니 볼 만한 이유가 충분해진다. 새삼 핑클 멤버 조합이 진짜 좋다고 느꼈다. 네 명 다 너무 예쁘고 각자 캐릭터 뚜렷해서, 지금 나와도 덕후몰이 제대로 할 조합. 특히 예전보다 조금 열린 이진과 예전보다 조금 닫힌 이효리가 세월이 흘러 이제 조금씩 맞아간다는 서사는 미쳤다.


•사주 어플 '포스텔러'

- 고민이 많으면 어디에라도 의존하고 싶어 져서, 습관적으로 사주 어플을 켰다. 도움이 된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은 편안해진다. 하루 딱 한번 뽑을 수 있는 타로 코너를 보면 '먼저 연락할까요 말까요?', '이직할까요 말까요?', '휴학할까요 말까요?' 등 상상 이상으로 구체적인 질문들이 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런 사소한(?) 고민에 괴로워하며, 차라리 누군가가 yes or no로 대답해줬으면 하고 바라는지에 대한 니즈를 잘 파악한 듯.


7월에 잘한 소비

•내 방에 들어온 모든 것

- 드디어 이사! 나만의 공간을 잘 가꿔보고 싶어서 내 방에 신경을 많이 썼다. 책상과 서랍이 있는 쪽은 작업 공간, 침대와 편한 의자가 있는 쪽은 휴식 공간으로 분리했다. 한쪽 벽면에는 최애 컬러이자 나의 아이덴티티와도 같은 노란색을 칠했고, 그동안 여행 다니며 수집해온 아끼는 소품들을 진열해뒀다. 새 공간에 어울리는 물건들을 계속 하나둘씩 새로 들여오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가득 채워나가야지.


7월에 탐험해본 동네

성북 - 수유 - 이태원 - 강남


7월에 마신 카페


7월에 맛있게 먹은 음식

•'청류벽'의 보쌈과 들기름 막국수

- 강남 한복판에서 직접 메밀국수를 제면 하는 곳. 특히 들기름 막국수는 처음 먹어보는데, 약간 감칠맛이 돌면서 엄청 고소해서 계속 당기는 맛이었다. 지금도 생각난다. (참고로 사진은 그냥 평범했던 비빔 막국수..) 거기다 소 구성이 좋았던 보쌈까지! 안주가 좋아서 오랜만에 막걸리 맛있게 마신 날.


•'수돈재'의 감자탕

- 내가 아는 감자탕은 맵고 짜고 msg 팍팍 친 맛에 먹는 음식인데. 정말 맛있는데도 전혀 자극적이지 않아 신기한 우리 동네 감자탕 맛집. 오픈한 지 꽤 됐는데도 아직까지 오픈 행사로 뼈해장국 한 그릇에 5천 원에 팔고 있다. 사장님, 오래오래 장사해주세요..


7월에 잘한 일

1. 살면서 겪어본 선택의 순간들 중 가장 힘든 결정을 내려야 했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는 건 다른 말로 이래도 후회가 남고 저래도 후회가 남을 거다는 뜻이라고 생각해서, 더 괴로웠고 많이 답답했다. 그래도 그동안의 커리어와 사회생활을 되돌아보며 다시 한번 내가 나아가야 할 길을 확인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리라 믿는다. 이왕 결정 내렸으니 내 선택에 대한 후회가 남지 않도록 해보자.


2. 고민의 시간과 이사 때문에 정신없어서 폐인처럼 살다가, 7월 말 들어서 다시 건강한 생활패턴을 되찾았다. 출근 시간을 앞당겨 부지런해졌고, 퇴근 후에는 운동과 자기 계발로 저녁이 있는 삶을 실천하고 있다. 점심 도시락을 싸가서 식습관도 좋아지고, 남는 시간에 회사 도서관에서 책을 읽기도 한다. 그래, 이렇게만 살자.


7월에 아쉬웠던 일

1. 4년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내 인생의 역대급 한 페이지가 된 순간이 있었는데. 어쩐지 기쁜 마음보다는 불편한 마음이 더 오래간다. 내가 워낙 쓸데없는 걱정 잘하는 소심쟁이라 그런 거겠지만. 다시 한번 상황이 주어진다면 그러지 않았을 텐데 하는 후회가 드는 것 같다. 아, 나는 성덕은 못 되는 운명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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