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리터 Jun 30. 2019

6월, 폭풍전야

2019년 6월의 월말결산

기억이 흐릿해지는 게 아까워 남겨두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

보고, 듣고, 생각하고, 느낀 것들을 바탕으로 매달을 기록해둡니다.




6월에 읽은 책과 잡지

• 책 <여행의 이유> - 김영하

- "기대와는 다른 현실에 실망하고, 대신 생각지도 않던 어떤 것을 얻고, 그로 인해 인생의 행로가 미묘하게 달라지고, 한참의 세월이 지나 오래전에 겪은 멀미의 기억과 파장을 떠올리고, 그러다 문득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알게 되는 것. 생각해보면 나에게 여행은 언제나 그런 것이었다."


• 탑클래스 6월호 'BTS와 그들, ARMY'

- "BTS is not only music but also a way of life" 언제부턴가 방탄소년단이 나오는 콘텐츠보다 방탄소년단을 분석하는 콘텐츠가 더 재미있어졌다. 그들을 소비하고 애정하는 사람들부터 그들을 만드는 사람들까지, 이야기를 들려줄 사람이 참 많다.


• 책 <집과 작업실> - 캐럴라인 클리프턴 모그

- 이사 가면 내 방 한편을 작업실로 꾸미고 싶어서. 뭘 작업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작업실이 갖고 싶어서.

"인간은 잡동 사니가 쌓인 곳에 더 많은 것을 보태는 경향이 있다. 무더기가 커질수록 그 크기를 줄이기는 어려워진다."


6월에 즐겨들은 음악

•The Volunteers의 노래들

- 사운드클라우드와 유튜브로만 들을 수 있는 밴드 The Volunteers의 노래. 감성깡패, 음색깡패 백예린이 좀 더 멋지고 자유로운 음악을 할 수 있게 하는 또 다른 이름이 아닐까. 이렇게 양면적인 자아를 가지면서 둘 다 잘 소화해내는 사람이 매력적이다. 듣고 있으면 몽환적인 꿈을 꾸는 기분이라 헤어나고 싶지가 않다. 가장 좋아하는 곡은 'Radio'와 'Summer' 둘 중 절대 못 골라.


•일각고래 (Young K) - 너를 품에 안으면 (복면가왕) 

데이식스 - Up & Down (불후의 명곡)  

- 6월에 컴백할 줄 알았는데 안 하잖아요. 근데 갑자기 막 TV에 나오잖아요. 또 노래 너무 잘해버렸잖아요. 들을 커버곡 두 개 더 생겨서 좋잖아요.


6월에 즐긴 문화생활

• 전시 <어둠 속의 대화>

- 겁쟁이 쫄보 타입이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컸는데, 막상 들어가서 조금씩 적응하고 나니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었다. 우리가 걱정이 많고 겁이 많은 건, 어쩌면 너무 많이 볼 수 있어서 또 너무 많이 알아서는 아닐까 하는 생각.


• 체험 '나만의 향수 만들기'

- 요즘 향기에 미쳐 사는 사람이라, 정말 열심히 듣고 집중했던 시간. 결과물로 나온 룸스프레이와 향수는 달달한 자스민 향이 너무 많이 들어간 것 같아 2% 아쉽지만. 내 취향에 맞는 향을 좀 더 찾아보고 싶어 진 계기가 됐다.


• 체험 '퍼스널 컬러 진단'

- 확신의 가을 뮤트. 기억해. 회색 섞인 뮤트 컬러, 노랑 섞인 따뜻한 컬러, 무광, 골드, 코랄, 그리고 부드러운 패턴.


•DAY6 팬미팅 "You Made My Day" Ep.2 [Scentographer]

- 사진을 찍듯 향으로 추억을 기록하는 'Scentographer' (scent+photographer)라는 컨셉부터 미친 기획. 데뷔 초 미공개곡들 (일명 '갓시리즈'), 제형 원필의 '그만 귀여웠음 해', 두 번째 악기 체인지 정도 기대하고 갔는데 진짜 다 해줄 줄이야. 역대급 대혜자 팬미팅이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지켜보는 내내 좀 이상한 기분도 들었다. 오열했던 첫 번째 팬미팅이나 에데식 12월 막콘 만한 감동은 없었고, 그렇다고 콘서트나 페스티벌 무대처럼 미친 듯이 뛰어놀지도 못했다. '거리감'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그것과 비슷한 시원섭섭함과 불편함이 느껴진 건 사실이었다. 브이라이브 생중계돼서 그런가, 잠실실내체육관이라는 큰 공연장을 가득 채워서 그런가. 모르겠고, 어쨌든 좋았던 감정과 공연장의 향기만 기억할 테니, 어서 컴백이나 빨리 해주길.


6월에 즐겨본 콘텐츠

없다. 반성하자.


6월에 잘한 소비

• 이케아 카트, 흔들의자, 침대 커버

- 이사 가서 쓸 새 가구들을 장만했다. 빨리 새 방을 꾸미고 싶어 근질근질하다.


6월에 탐험해본 동네

•홍대 - 서촌 - 성수 - 제주도 (제주시-한림-애월-남원-성산)


6월에 마신 카페


6월에 맛있게 먹은 음식

• 신라호텔 뷔페 The Parkview

- 내가 언제 또 이런 데 와서 먹어보겠나 싶어서, 맛보다는 그 분위기와 설렘으로 특별하게 기억에 남은 식사. 전반적으로 음식이 소름 끼치게 맛있는 건 잘 모르겠는데, 갈비, 양갈비, 마카롱은 다녀와서 가끔 한 번씩 생각난다.


• 그리운 바다 성산포의 고등어회, 갈치회

- 회를 너무너무 사랑하지만 고등어회, 갈치회는 태어나서 처음 먹어봤다. 갈치회는 미역에 싸 먹고, 고등어회는 깻잎에 와사비밥을 넣고 싸 먹어야 한단다. 다른 회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특유의 고소함이 쌈을 만나 배가 된다. 다른 곳에서는 절대 맛볼 수 없는 진짜 제주 성산포 음식.


6월에 잘한 일


1. 소소하게 해오던 크고 작은 프로젝트들을 무사히 끝냈다. 잊고 살아온 꿈과 이야기들로 내가 다시 설렐 수 있게 해 준 문토 '오늘의 작사' 모임. 갈수록 대충 쓰긴 했지만 97일 출석이라는 나름 준수한 성적으로 마무리한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 1kg도 빠지지 않았지만 매일매일 일부러라도 더 걸어야겠다는 경각심을 일깨워준 인바디 걷기 챌린지. 작사, 글쓰기, 걷기. 프로젝트는 끝났어도 앞으로 꾸준히 하며 나의 일이자 습관이 되었으면.

2. 여행인 듯, 아닌 듯, 오랜만에 제주도에 다녀왔다. 일상의 터전이 아닌 새로운 곳에서의 5일. 휴가는 아니었지만 부지런히 움직인 덕에 제대로 refresh 하고 왔다. 혼자여서 자유로웠던 시간도 있었고, 오랜만에 만난 반가운 사람들 덕에 짜릿했던 시간도 있었고, 편한 사람들과 함께한 배꼽 빠지게 웃고 재미있던 시간도 있었다. 제주에 가면 연락하고 만날 사람들이 생겨서 좋다. 내가 왔다고 좋은 데를 데려가고, 작게나마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는 선물을 주는 그 마음들이 너무 예쁘고 고마워서. 주위 사람들에게 내가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6월에 아쉬웠던 일


1. 고민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괴로워한 시간들이 많았다. 다음 달의 나는 답을 찾았을까. 뭘 하고 있을까.


2. 고민이 있다는 핑계로 한편으로는 나를 채우는 데에 있어서 게을렀던 것도 같다. 월말 정산을 쓰기 시작한 이래로 이렇게 인풋이 없었던 달은 처음. 7월은 더 없거나, 아예 많거나 딱 둘 중 하나일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5월, 큰 세상을 여행하고 내 인생이 달라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