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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리터 Sep 29. 2019

9월에 마신 8개의 카페

이태원 - 충무로 - 위례 - 용산 - 신사

가끔 마시러 떠납니다. 취향과 분위기 소비를 즐깁니다.

매달 다녀간 카페들을 개인적으로 기록하기 위해 사진과 함께 짧은 평을 남겨놓습니다. 카페에 대한 감상은 지극히 주관적이며, 방문 목적과 시간대, 주문 메뉴, 날씨, 운 등에 따라 크게 좌우될 수 있습니다.




1. 이태원 더베이커스테이블


경리단길에 있는 독일식 베이커리, 브런치 카페. 한국 베이커리 카페에 흔히 있을 법한 아기자기하고 예쁜 빵이 아닌, 진짜 독일 사람들이 주식으로 먹는 평범하고 투박한 빵이 무심한 듯 시크하게 진열되어 있다. 브레첼 뜯어 토마토 수프에 찍먹하니 아 여기가 곧 독일이다 구텐 모르겐 당케 쉔. 이건 진짜 독일 여행 가서 먹던 맛이다.


이곳의 모든 요소들이 남의 것을 따라 하는 게 아닌, 자기 것을 지키기 위한 '진짜'라서 좋았다. 집에서 1시간 30분 만에 갈 수 있는 authentic한 유럽.


2. 이태원 올모스트홈카페 경리단길점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에피그램에서 새로 오픈한 올모스트홈카페 경리단길점. 오래된 옛 동네 한가운데 누군가가 잘 가꿔놓은 비밀 정원에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었다. 전체적으로 눈에 확 들어오는 초록색이 시원하고 싱그러운 느낌을 주고, 곳곳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식물들이 주는 안정감이 있다. 그린에 꽂혀서 음료도 쑥 라떼로 주문했는데 딱 기대했던 건강한 맛이라 만족했다. 카페 하나 다녀왔을 뿐인데 정신 디톡스하고 온 효과 무엇.


3. 충무로 섬광


세월이 묻어나는 을지로 뿜뿜노래방 건물 5층에 낮에는 카페, 저녁에는 와인바가 되는 비밀스러운 공간. 5층 계단을 걸어 올라가는 고통도 잠시. 문을 열자마자 빈티지 스피커, 장국영 LP, 서예 글씨 같은 소품들이 주는 클래식한 분위기에 압도된다.


과일 프렌치토스트에 소비뇽 블랑 한 잔을 주문했다. 프렌치토스트는 말해 뭐해. 입에 넣으면 천국의 종소리 울려 퍼지는 살찌는 맛이고. 당도 적은 화이트 와인과 잘 어울렸다. 와인과 함께 내어주신 크래커와 허브 버터도 매력적이다. 창밖으로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동네를 내다보며 프랑스인처럼 먹은 가벼운 점심.


4. 위례 반가쿠


창곡천 산책로 쪽으로 테라스가 크게 나있어 날씨 좋은 날 꼭 한번 가봐야겠다 생각했던 곳.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전반적으로 일본풍으로 인테리어를 해놨다. 창밖으로 보이는 푸른 나무와 잘 어우러져 진짜 교토에 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 테라스에 앉아 따스한 햇살 쬐고,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졸졸 시냇물 소리가 들려오는 곳에서, 여유롭게 책을 읽는 완벽한 시간을 보낸 곳.


개인적으로 양갱의 식감을 안 좋아하지만 노란 빛깔에 홀려서 단호박 양갱을 주문해봤는데, 이거 안 먹었으면 후회할 뻔했다. 커피와 함께 한 입 먹으면 사르르 녹아 약간의 단맛과 진한 고소함만 남는다.  


5. 위례 위에


가볍게 브런치 먹으러 몇 번 갔던 동네 카페. 그냥 버터 토스트부터 아보카도, 계란, 새우가 올라간 제대로 된 풍성한 브런치까지, 다양한 메뉴를 맛볼 수 있는 토스트 전문점이다. 지금까지 프렌치토스트, 시나몬에 절인 사과와 브리치즈가 올라간 토스트, 갈릭과 아몬드가 올라간토스트를 먹어봤는데 맛에 실망한 적은 없었다. 내가 먹은 토스트는 5000원대, 아메리카노 1900원으로 가격도 착해서 자주 가고 싶어 지는 곳. 모든 메뉴를 한 번씩 다 맛보고 다시 한번 리뷰해봐야지.


6. 용산 카데뜨


바게트 샌드위치, 수프 등 가벼운 브런치 메뉴와 간단한 디저트류 베이커리가 있는 곳. 그릴드 베지터블 샌드위치를 먹었는데 보기에도 예쁘고, 건강한 음식이라 먹으면서 산뜻한 기운이 느껴졌다. 겉은 딱딱하고 속은 촉촉한 바게트가 압권이었다. 하나 따로 사 올걸 뒤늦게 후회했을 정도로 완벽한 바게트 덕에 프랑스에 와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아쉬운 점은 매장이 작아 큰 원형 테이블에 합석을 해야 한다는 점. 혼자 조용히 브런치를 즐기다가, 옆에 앉은 사람들이 별로 듣고 싶지 않은 얘기들을 너무 크게 해대서 금방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7. 용산 트래버틴


진짜 이런 데에 카페가 있다고? 싶었던 옛날 동네 골목에 빼꼼 숨어있는 카페. 오래된 집의 지붕과 기둥만 남기고 통유리로 개조해 빈티지한 멋과 세련미가 공존한다.


카페 한가운데에 쌩뚱맞게 엄청 크고 평평한 돌이 있는데 알고보니 이 돌 이름이 '트래버틴'이란다. 그 위에 앉았는데 너무 차갑고 딱딱해 오래 앉아있기는 힘들었고, 테이블 위치를 옮길 수도 없어서 어정쩡한 자세로 앉아 후딱 먹어 치워야 했다. 혼자 책 보며 시간 보내기도, 함께 간 사람과 대화를 나누기에도 좀 애매한 구조일 것 같다. 멋있고 맛있는 공간이지만 그걸 누리기 위해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8. 신사 커피라이터


순전히 이름에 끌려 한번쯤 가봐야지 생각했던 곳. 매장 입구에도, 테이블 위에도 펜촉 마크가 그려져 있고, 내가 주문한 음료 이름을 컵 뒷편에 직접 펜으로 예쁘게 적어주신다. 실제 글 쓰는 일을 하시는 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일관성 있는 디테일이 너무 좋다.


직접 로스팅을 하는 곳 답게 원두를 선택할 수도 있었고 커피 맛도 훌륭했다. 이번엔 테이크 아웃 했지만 매장이 널찍하니 쾌적하고 테이블 사이 간격도 넓어서 다음엔 오래 머물러봐도 좋겠다고 생각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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