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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리터 Nov 10. 2019

나의 맥주잔에는
어떤 세계를 담아볼까

책 <아틀라스 오브 비어>를 읽고 

"너는 맥주잔을 닮았어."


어느 날 친구와 사람을 어떤 사물에 비유해보면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나를 보면 맥주잔이 연상된다는 말을 들었다. 맥주잔,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지만 꽤 마음에 드는 비유였다. 


물론 내가 맥주를 워낙 좋아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맥주잔'이라는 사물이 주는 느낌 자체가 마음에 들었다. 투명하고 깨지기도 쉽지만, 막상 손에 쥐어보면 보기보다 단단하고 묵직함이 느껴지는.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안에 무엇이 담기냐에 따라 무궁무진하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이왕이면 맛있는 맥주를 담는 맥주잔이고 싶고, 또 이왕이면 맥주 말고도 모든 걸 다 담는 잔이고 싶다.




맥주잔에 세계를 담다.


그래서인지 더욱, 책 첫 장에 나오는 개릿 올리버의 추천사 글 제목부터 강렬하게 마음에 와 닿았다. 맥주잔에 세계를 담는다니. 세상에, 그만큼 멋진 일이 또 있을까.


보통 '외국 맥주'라고 하면 주로 유럽의 대기업 맥주나 미국의 크래프트 맥주를 떠올렸고. 남아메리카의 맥주, 아프리카의 맥주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는 내가 사는 아시아의 맥주조차도 생소하게 다가오더라. 세계 곳곳에서 모두 저마다의 방식으로 맥주를 만들고, 마시고, 즐기고 있었다. 


책을 통해 전 세계의 맥주를 엿보며 흥미로웠던 건 같은 맥주, 또 같은 종류라도 국가별로 다 다른 맥주를 마시고 있다는 점이다. 같은 종류의 맥주라도 기후, 지역적 특성, 역사, 문화에 따라 다 조금씩 달라진다. 결국 맥주가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이 방대한 내용을 개릿 올리버가 다시 한번 아주 멋지게 요약해놨다. 


맥주는 사랑과 우정이며, 기술과 마법이고,
정체성이자 언어이며, 논쟁과 다툼이자,
음악과 패션이며, 대화와 혁명이며,
역사와 미래입니다. (중략)

맥주는 단순한 액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맥주는 인류입니다.


누군가는 '맥주가 곧 인류'라는 표현이 비약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이들의 모험심과 시행착오를 통해 만들어진 술이 다양한 방식으로 전해져 오며, 오늘날에도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또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나가도록 도와주는데. 이것이 인류가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


지난 책 <맥주 스타일 사전>에서는 다양한 맥주 종류를 접하며 맥주의 깊이를 알게 됐다면, 이번 책 <아틀라스 오브 비어>를 통해서는 전 세계에서 통하는 맥주의 다양성과 무한한 확장성까지 엿본 듯하다. 


그동안 맥주 때문에 여행한 건 아니었지만, 내 여행에서 맥주가 빠진 적은 없었긴 했다. 이제 맥주의 깊이와 넓이를 조금 알고 나니, 나의 여행에서 맥주의 비중을 좀 더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맥주를 통해서 다른 세상을 알아가 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세상은 넓고 맥주는 많다. 더 많이 여행하고, 더 많이 마셔보며 나만의 맥주잔에 무궁무진한 세계를 담아보고 싶다. 


멜버른, 서울, 프랑크프루트
포틀랜드, 베른, 하이델베르크
도쿄, 에든버러, 브뤼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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