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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리터 Mar 28. 2020

3월에 마신 6개의 카페

성내 - 위례 - 혜화 - 서촌 - 성수

가끔 마시러 떠납니다. 취향과 분위기 소비를 즐깁니다.

매달 다녀간 카페들을 개인적으로 기록하기 위해 사진과 함께 짧은 평을 남겨놓습니다. 카페에 대한 감상은 지극히 주관적이며, 방문 목적과 시간대, 주문 메뉴, 날씨, 운 등에 따라 크게 좌우될 수 있습니다.




1. 성내 모뉴먼트커피


좁은 골목길 공사현장 맞은편, 다소 어울리지 않는 위치에 숨어있는 예쁜 외관의 작은 카페. 가게 내부 한쪽 벽면에는 사장님이 직접 여행 다니면서 찍으신 듯한 유럽 사진들이 무심한 듯 시크하게 붙어있어, 마치 작은 사진전 같기도 하다. 심플하지만 심심하지는 않았던 곳.


대부분 동네 단골들이 주로 테이크아웃을 해가는 것 같았고, 가게 내부는 좁지만 한적해서 주말에 혼자 천천히 커피 마시며 책 읽기에 딱 좋았다. 다만, 시그니처 메뉴인 카푸치노는 일요일과 월요일에는 맛볼 수 없다는 점이 조금 아쉬웠다.


2. 성내 커피몽타주


강동구에서 커피 잘하기로 소문난 집. 인테리어도 군더더기 없이 딱 커피에 필요한 것만 있는 '진짜들의 공간' 같은 포스랄까. 테이크 아웃하면 3천 원으로 가격도 착해서, 맛있는 커피 한 잔 사들고 옆에 올림픽공원 산책하면 딱이다.  


이곳에서 직접 로스팅하고 판매도 하는 원두 이름이 너무 멋있어서 심쿵했는데, 묵직하고 씁쓸한 맛은 '비터스윗 라이프', 가벼운 산미가 있는 '센스&센서빌리티'란다. 이 원두 브랜드가 담긴 굿즈를 가게 한편에 진열해놓고 판매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예쁜 게 많아서 고민 끝에 비터스윗 라이프 뱃지를 샀는데, 결국 못 산 센스&센서빌리티 컵이 자꾸 눈에 밟힌다.. 아무래도 또 한 번 가게 될 것 같다.


3. 위례 고즈넉하다


이름이 참 예쁘다. '고요하고 아늑하다'는 뜻의 우리말 '고즈넉하다'. 이름 따라 참 따뜻하고 포근한 공간이었다. 가구, 조명, 소품 등에서 전반적으로 소위 말하는 일본 영화st 감성이 느껴진고, 거기다 손글씨로 직접 쓴 메뉴판과 가게 군데군데 붙어 있는 일러스트 그림은 귀여움을 더해준다.


주요 메뉴인 샌드위치도 맛있었고, 사장님도 참 친절하셨다. 마침 내가 갔을 때 다 비슷한 또래의 혼자 온 여성 손님들이었어서 심리적으로 더 편하기도 했고. 삭막한 신도시에서 잠시나마 고즈넉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추천하는 곳이다.


4. 혜화 카페 키이로


3년 전 말차 테린느를 맛있게 먹었던 곳인데, 신메뉴로 호지차 테린느가 나왔다는 소식에 오랜만에 다시 찾았다. 키이로의 테린느는 참 신기한 디저트다. 고작 손가락 만한 크기의 작은 테린느에 엄청 진하고 깊은 맛이 농축되어 있고, 조금씩 곁들여먹으라고 내어주신 크림과 팥은 전혀 달지 않아 테린느의 본맛을 해치지 않고 식감을 더해주는 정도로 재미를 준다. 이번에도 역시 아주 만족스럽게 즐겼고, 호지차 특유의 약간 씁쓸하고 구수한 맛이 오히려 말차보다 더 내 취향이었다.


교토 어딘가에 와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키이로 특유의 분위기도 참 좋다. 진한 우드색이 주는 차분함, 창밖으로 보이는 옆집의 기와지붕마저 어쩜 그렇게 멋있는지. 나는 운 좋게 하나 남은 자리에 앉았는데, 이후부터 웨이팅이 계속됐다. 테이블이 많지 않고 회전율이 빠르지 않은 편이라 인내심이 필요하지만, 맛있는 디저트를 맛보기 위해 충분히 감수할 만한 곳이다.


5. 서촌 풍류관


서울 도심에서 운치 있고 멋스럽게 '풍류(風流)'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라는 컨셉이다.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병풍, 난초, 돌 등의 소품에 살짝 당황했는데, 이게 또 묘하게 이 공간의 고요한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컨셉추얼 할 거면 이렇게 제대로, 아주 지독한 컨셉충이 되는 편이 나는 좋더라. 외국인 친구들 데려오면 정말 신기해할 것 같은 오리엔탈스러움의 끝판왕.


이 곳에선 풍류를 즐기는 방법으로 커피와 디저트 페어링을 권한다. 내가 선택한 '트러플 쑥 앙버터 모나카'에서는 트러플 향 덕분에 고급스러운 풍미가 느껴져서, 커피를 곁들이며 천천히 음미하기에 좋았다. 이 큰 공간에 손님은 나 하나뿐이었어서 더욱 제대로 '풍류'라는 걸 느껴볼 수 있었던 곳.


6. 성수 후식당


길 가다 입간판을 보고 호기심에 들어갔는데, 요즘 보기 힘든 작은 가정집을 개조한 카페라 신기했다. '후식당'이라는 이름 그대로 후식을 먹는 곳, 시즌마다 다른 디저트가 준비되어 있는 곳이다. 나는 '한라봉'이라는 이름의 타르트st 디저트를 골랐다. 과육이 통째로 올라가 있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니었으나, 안에 들어있는 호지차 필링과 달고나처럼 씹히는 설탕 조각이 맛있었다.


그런데 테이블당 메인 디저트 하나를 꼭 시켜야 하거나, 구움 과자는 3개 이상 시켜야 한다든가. 한 테이블에 2인 이상은 앉을 수 없고, 의자를 옮기면 안 되고, 테이블 이동도 안 된다든가. 이런저런 규칙이 좀 까다롭긴 했다. 카페에서 편하기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보다는 특별한 디저트를 즐기고 싶을 때 가야 할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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