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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리터 Feb 27. 2020

2월에 마신 8개의 카페

강동 - 분당 - 위례 - 합정 - 강릉 - 강남

가끔 마시러 떠납니다. 취향과 분위기 소비를 즐깁니다.

매달 다녀간 카페들을 개인적으로 기록하기 위해 사진과 함께 짧은 평을 남겨놓습니다. 카페에 대한 감상은 지극히 주관적이며, 방문 목적과 시간대, 주문 메뉴, 날씨, 운 등에 따라 크게 좌우될 수 있습니다.




1. 천호 파트원나이스


우연히 여기 샌드위치가 어떤 이의 '인생 샌드위치'라는 댓글을 보고 꽂혀서, 바로 다음 날 찾아갔다. 파스트라미 샌드위치는 쫄깃한 치아바타 사이에 풍성한 재료가 꽉꽉 채워져 있어 한 끼 식사로 손색없었고, 특히 블루베리 잼이 새콤달콤한 맛을 더해주는 킥이었다. 세련된 컵에 담겨 나오는 커피와도 잘 어울렸고.


전반적으로 멀끔하고 모던한 물씬 풍기는 블랙 앤 화이트 톤의 인테리어로, 좁은 공간에 군더더기 없어 좋았다. 가게 내부가 심플하니 창밖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빨간 벽돌의 빌라가 줄지어있는 친근한 동네 골목길이 새삼 예뻐 보이더라. 맛있는 샌드위치와 커피 덕분에, 누군가의 일상이 나에게는 일탈이 되는 걸 경험할 수 있는 곳이었다.


2. 암사 평상시  


비건 스윗츠를 파는 곳으로 통밀가루와 건강한 재료로만 디저트를 만든다는 자부심이 강해 보였다. 나는 당근 케이크를 주문했는데 비건 디저트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니 평생 맛본 당근 케이크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맛있었다. 부드럽고 너무 달지 않아 딱 좋았다.


공간 자체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콘크리트와 파이프 등의 자재가 노출된 빈티지 감성의 인테리어인데, 밝은 우드톤의 가구와 군데군데 놓인 식물이 그 삭막함을 덜어준다. 벽 한가운데 나있는 커다란 창 밖으로 뒷마당이 보이는 구조도 특이했다. 그 작은 공터가 뭐라고, 안에서 밖을 내다보고 있으면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 다 든다. 정말이지 애매한 위치 빼고 모든 게 완벽했던 카페.


+) 얼마 전 망원동에 2호점을 오픈했단다.


3. 분당 야탑 차와


밖에서 보면 간판도 없고 어두컴컴해서 의심스러워 보이는 가게인데, 문을 열고 들어서면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딱 내가 찾던 어둡고 조용하고 차분한 공간. 은은하게 풍기는 인센스 향과 신비로운 제3세계 st 음악을 감상하다 보면 어디 저 멀리 치앙마이 같은 곳으로 순간 이동한 듯한 기분마저 든다. 이런 곳에서는 뭔가를 열심히 하기보다는, 그냥 멍하니 앉아 명상하는 듯 시간을 보내는 게 좋겠다 싶었다.


커피 메뉴도 있긴 하지만 이곳의 본질은 찻집이다. 계절마다 바뀌는 monthly tea와 계절 소스를 끼얹은 백설기를 주문했다. 와, 백설기가 이렇게 맛있는 디저트였던가. 구름을 떠먹는 듯했다. 따뜻한 차와 포슬포슬한 백설기를 천천히 음미하다 보니 하루 종일 나를 괴롭히던 두통이 조금 가라앉았다.


4. 성남 위례 위클리커피


1년 반 만에 다시 찾은 곳. 이 카페도, 이 상가도, 그리고 이 동네도 여전히 새하얗고 여전히 텅 비어있다. 테이블과 좌석이 제대로 갖추어진 공간이 아닌 벽에 일렬로 기대앉아야 하는 구조라, 여럿이 대화를 나누러 가기보다는 혼자 또는 둘이서 조용한 여유 시간을 보내러 가기 적합한 곳이다.


이번 방문의 목적은 오직 프로슈토 토스트. 프로슈토와 치즈의 꼬릿꼬릿한 짭짤함과 꿀의 달콤함이 입 안에서 축제를 벌이는 것 마냥 재미있는 조합이다. 한입거리였던 양은 아쉬웠지만, 자꾸 생각나는 맛이라 왠지 브런치 먹으러 몇 번 더 갈 것만 같은 예감. 달달한 음료가 안 땡겨서 그냥 카페 라떼를 마셨지만, 크림이 녹아 흘러내리는 듯한 비주얼의 크림 라떼, 말차 라떼가 인기 메뉴니 참고.


5. 합정 다스이스트프로밧


'이것은 프로밧이다'라는 정직한 상호명의 이 카페는 독일의 로스터기 브랜드 프로밧의 쇼룸이다. 매장 안에서 로스팅 룸이 보이는 구조라 신기했고, 지금 마시는 이 커피가 어떤 과정을 거쳐 나에게 오게 됐는지 어렴풋이 상상해보는 재미도 있었다. 사전 예약을 하면 직접 로스팅 기계를 사용해 볼 수도 있다고 한다.


커피 맛은 잘 모르지만, 산미가 좀 덜하다는 원두로 골라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셨는데 꽤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도 전반적으로 군더더기 없이 블랙 앤 화이트의 깔끔하고 세련된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었다. 독일스러움 그 자체.


6. 강릉 테라로사 경포호수점


강릉 하면 떠오르는 카페는 당연히 테라로사인데, 여러 지점 중에서도 딱 하나만 가야 한다면 경포호수점이어야 했다. 지나치게 상업화된 오션뷰 카페를 피해온 이곳에서 바라보는 경포천 뷰도 나쁘지 않다.


이곳에서는 책에 둘러싸여 있는 기분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서울에서 가본 적 있는 테라로사 포스코센터점이 같은 컨셉으로 워낙 압도적인 스케일이었어서 개인적으로는 그만한 감흥은 없었지만 같이 간 사람들이 좋아해 줘서 보람 있었다. 이 좋은 책들이 다 꺼내볼 수 없는 장식용이라는 건 아쉽지만 여전히 멋진 공간. 2층에 있는 책방 한길서가도 둘러볼만하다.


7. 세곡 델라보테가


지난 11월에 다녀온 이후 두 번째 방문, 이탈리아에서 새 가구들을 들여와 델라보테가 시즌2를 오픈했다고 해서 다시 가봤다. 같은 공간에서 가구 제품만 좀 바뀌었을 뿐인데, 이전 시즌에는 시크한 느낌이 강했다면 이번 시즌이 좀 더 편안하고 아기자기한 느낌이 나는 게 신기했다. 차마 엄두가 안 나서 가격 문의는 못 드려봤지만 탐나는 제품도 많았고.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 커피 맛도 좋고 카페도 조용해서 참 좋은데, 이 날 따라 여기 텐션 높은 강아지가 나를 너무 좋아해 줘서 커피를 천천히 음미하기는 어려웠다.


8. 위례 소녀다방


코로나 때문에 멀리 나갈 수가 없어서 가까운 곳에 있는 카페를 찾다가 발견한 곳. 이름 그대로 예쁘고 아기자기한 소녀감성 가득하다. 내 취향에 딱 맞지는 않지만 누구나 무난히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따뜻한 분위기의 공간일 것이다. 특히 '손님 구함'이라고 쓴 입간판이 너무 위트 있고 귀여워서 호감도 up.


나는 식사로 햄에그 샌드위치를 먹었지만 여기 베이킹 클래스도 운영하시는 만큼 마들렌, 쿠키 등 디저트를 잘하시는 것 같다. 배달도 쉴 틈 없이 나가고. 다음에는 베이커리 류로 도전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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