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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리터 Jan 23. 2020

1월에 마신 7개의 카페

성수 - 마장 - 후암 - 방이

가끔 마시러 떠납니다. 취향과 분위기 소비를 즐깁니다.

매달 다녀간 카페들을 개인적으로 기록하기 위해 사진과 함께 짧은 평을 남겨놓습니다. 카페에 대한 감상은 지극히 주관적이며, 방문 목적과 시간대, 주문 메뉴, 날씨, 운 등에 따라 크게 좌우될 수 있습니다.




1. 성수 앤드밀


방배동에 있던 시절부터 성수동으로 이전한 지금까지 샌드위치 맛집으로 소문난 '앤드밀'. 몇 달 전에 갔다가 자리가 없어서 그냥 나왔던 기억이 있을 정도로 유명하고도 협소한 곳이다. 여유 있게 먹고 싶어 이번엔 평일 점심에 오픈 첫 손님으로 방문했다.


다이어트 중이라 생채소가 들어간 샌드위치를 고르려다가, 1월 한정 메뉴라는 말에 혹해서 주문해버린 '바질 크림 고구마 그릴 샌드위치'. 바질 크림이 워낙 맛있었지만 반 쪽 먹고 나니 좀 물리더라. 빵+고구마는 너무 헤비하다. 음식이 예쁜 만큼 공간도 조금 더 깔끔하고 아기자기하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도 남은 곳. 그래도 나는 샌드위치 처돌이라 다음에 또 신메뉴 먹으러 가겠지..


2. 성수 알비


서울숲 뒷골목에서 길을 잘못 들었다가 posters, books, coffee 세 단어 조합 보고 여긴 뭐지 궁금해서 한번 들어가 본 곳. 알고 보니 프랑스·영국의 오리지널 빈티지 포스터를 리프린팅해서 파는 샵 겸 카페였다.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유럽풍의 예쁜 포스터가 한가득이라 두 눈이 즐거운 건 물론이고, 음악 선곡도 좋고, 은은하게 풍기는 인센스 향도 좋아서 얼어붙었던 감각이 되살아나는 기분이었달까.


지나가다 우연히 들어와 본 곳인데 이 공간이 주는 매료되어 따뜻한 차도 한 잔 하고, 마음에 드는 포스터도 두 장 구매했다. 길을 잃은 덕분에 숨어있는 보석을 발견했다.


3. 성수 카모플라쥬


이 공간에 나 빼고 온통 찐 힙스터들 뿐이었다. 아는 사람이 아니면 찾아오지 않을 것 같은 골목에 숨어있는 작은 카페인데 외관에서부터 범상치 않은 포스가 풍겨져 나와 '진짜들이 찾는 진짜' 같은 느낌이다. 오픈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업계에서는 나름 입소문을 탔는지, 업계 종사자들도 찾아와서 이곳 커피를 맛보고 사장님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고 하더라. 커피 맛은 잘 모르는 나도 플랫화이트가 참 부드럽고 고소하다고 느끼며 만족스럽게 즐겼다.


공간이 넓거나 자리가 편한 건 아니지만, 진짜 맛있는 커피 한 잔과 함께 잠시 쉬다 가기에 좋다. 100달러 지폐 다발 모형으로 된 테이블에서 커피로 flex 하는 짜릿한 기분은 덤이다.


4. 마장 인더매스


복잡한 서울 왕십리 한복판에 이런 거대한 카페라니. 직접 원두 로스팅을 하고 납품도 하는 곳이라, 마치 거대한 커피 공장 같기도 했다. 밖에서 봤을 때 엄청난 규모에 놀랐고,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탁 트여있는 공간감에 감탄했다. 좁고 불편하고 눈치 보이는 카페에 있다 오니 숨통이 다 트이는 기분이었다. 외관, 포스터, 메뉴판과 제품, 굿즈 등 모든 곳에 '인더매스'라는 브랜드를 보여주는 고유의 폰트와 쨍한 오렌지 컬러가 일관성 있게 보이는 것도 감각 있었고.


공간도 완벽한데 무엇보다도 여기 #55 스케일 블렌딩으로 마신 아이스 아메리카노 딱 내 스타일이었다. 갓 로스팅한 원두라 더 맛있는 걸까. 매일 아침 이 카페로 출근해서 맛있는 커피 한 잔 시켜놓고 일하는 프리랜서가 되고 싶다는 상상을 해보며..


5. 후암 시엠프레꼬모도밍고

 

진한 녹색 배경에 계란 노른자 같이 생긴 귀여운 전등을 배치한 센스라면 분명 마음에 드는 공간일 거란 생각에 추운 날 굽이굽이 언덕길을 올라 찾아간 곳. 색감은 참 예쁜데.. 참 예쁜데..


가벼운 점심으로 먹은 명란에그샌드위치는 8500원이라는 가격에 비해 맛도 양도 개인적으로는 좀 아쉬웠고. 가게 안에 유일한 손님이었는데 어쩐지 마음도 편치 못했다. 두세명 정도가 가서 에이드랑 샌드위치, 디저트까지 시켜놓고 사진 찍으면 예쁘게 건질 수는 있는 곳. 


6. 후암 더모놀로그하우스


온통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했던 곳, 넘나 취향저격이라 진짜 욕 나올 정도로 좋았다.  

곳곳에 모노클 잡지를 비치해두고, 카페 이름도 비슷한 데다가, 지하층 구조로 되어있고, 심지어 커피 마시면 초콜릿을 함께 준다는데.. 런던의 모노클 카페를 아주 노골적으로 따라 했지만, 둘 다 경험해본 입장에서 솔직히 거기보다 세련됐고, 편하고, 덜 붐비고, 읽을거리에 대한 접근성도 더 좋았다고 느꼈다.


오리지널보다 카피를 더 좋아해도 되는 걸까? 가치관에 혼란이 오지만.. 좋은 건 부정할 수 없다. 런던은 못 가니까, 당분간 여기가 내가 서울에서 가장 사랑하는 장소 중 하나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7. 방이 르쉬드서울


콘서트 다니느라 이제 올림픽공원 근처 카페는 거의 다 가본 듯하다. 올림픽홀, 핸드볼 경기장 기준으로 공연 입장까지 1.5~2시간 남았을 때 시간 때우러 다녀오기 딱 적당한 거리의 카페를 또 하나 찾았다.


'서울 남쪽'이라는 뜻의 르쉬드서울은 전반적으로 인테리어가 깔끔하고 포근하고 편안한 동네 카페였다. 다들 조용하게 대화를 나누거나 노트북으로 일을 하는 분위기였어서 술술 책이 잘 읽혔고, 잘 쉬다 나왔다. 날이 추워 따뜻한 라떼를 마셨지만, 여름엔 아이스크림, 식사 대용으로는 샌드위치를 많이들 먹는 것 같으니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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