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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리터 Jul 26. 2020

7월에 마신 6개의 카페

양재 - 성남 - 신촌 - 후암 - 회현

가끔 마시러 떠납니다. 취향과 분위기 소비를 즐깁니다.

매달 다녀간 카페들을 개인적으로 기록하기 위해 사진과 함께 짧은 평을 남겨놓습니다. 카페에 대한 감상은 지극히 주관적이며, 방문 목적과 시간대, 주문 메뉴, 날씨, 운 등에 따라 크게 좌우될 수 있습니다.




1. 양재 늬은


시즌별로 다른 컨셉의 전시를 여는 곳. 7월 초까지였던 '문구다방'에 다녀왔다. 마음에 드는 엽서, 편지지, 메모장 등 종이 네 장을 골라, 준비해주시는 유리펜과 잉크펜으로 글이나 편지를 써보는 코스다. 예쁜 마스킹 테이프와 스탬프로 마음껏 꾸며볼 수도 있다. 잉크펜으로 글씨를 써보는 경험이 처음이라 신기했고,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을 솔직한 문장들을 쭉 써내려 갔다.


문구를 써보는 경험도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초록초록한 양재천 숲이 훤히 보이는 창 밖 풍경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여기선 뭘 해도 만족스러울 것 같은 공간이다. 지금 늬은에는 '맑은 생활'이라는 전시가 진행 중이고 '문구다방'은 가을에 다시 돌아온다고 하니 참고.


2. 성남 새소리물소리


퇴근길에 잠깐 들렀을 뿐인데 어디 멀리 여행 온 듯한 기분을 낼 수 있는 곳. 여기 산속까지 버스 타고 걸어 올라온 손님은 나뿐인 것 같지만 충분히 차 없이도 올 만 했다. 100년이 넘었다는 반듯한 한옥 건물을 개조한 찻집으로, 앞마당에는 잉어가 사는 연못과 돌다리가 있고 곳곳에 큰 나무와 꽃들이 많아서 한적한 자연 속 느낌도 물씬 풍긴다. 실내에는 웨이팅이 있어 야외 마당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 괜찮았다.


여름에는 시원한 차 종류와 팥빙수를 파는데, 시원한 오미자차를 주문하니 작은 경단 두 개가 함께 나와 소소하게 기뻤다. 차 한 잔에 1만 원으로 가격대가 꽤 있는 편인데 별로 아깝지는 않았다. 이렇게 초록색에 둘러싸여 멍 때리는 나만의 고요한 시간이 절실히 필요했기 때문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전통 찻집은 촌스럽다고 생각했을 텐데, 이젠 이런 고전적인 게 가끔 끌리기도 한다. 나중에 엄마 아빠 모시고도 한번 가야지.


3. 신촌 벤치커피스튜디오


의외로 마땅한 카페가 별로 없는 카페 불모지 신촌/이대 부근에서 가장 괜찮아 보였던 카페. 널찍한 공간에 자유분방하게 놓여있는 벤치에 자리를 잡고 앉아 편하게 시간을 보내기에 좋다. 옆에 전시 공간도 있어서 잠깐 문화생활도 즐길 수 있고, 카페에 비치되어 있는 책이나 폴인페이퍼도 볼 수 있다.


시드니 갔을 때 마셔본 적 있는 Single O 커피를 쓴다고 해서 놀랐다. 산미가 강한 커피를 평소 즐기는 편은 아닌데, 디저트로 주문한 흑임자 휘낭시에가 워낙 고소해서 커피와의 조합이 괜찮았다. 주문할 때 원두 설명도 자세히 해주시고, 중간에 커피 맛은 괜찮은지도 여쭤봐 주시는 등 사장님이 커피에 진심인 게 느껴져서 좋았다.


4.  신촌 원앤온리커피


이대 앞 골목길에 있는 작은 한옥 건물을 개조한 카페. 여기는 솔직히 외관이 다했다. 한옥 지붕의 멋을 살려 근사한 감성 포토 스팟으로 꾸며놨다. 실내는 또 엄청 세련되게 요즘 유행하는 오늘의집st로 인테리어로 꾸며놓은 게 나름의 반전.


여기 레어 치즈 케이크가 찐으로 맛있었다. 이게 크림인지 치즈인지 케이크인지 모를 정도로 입에서 그냥 사르르 녹아 버린다. 빨간 포도가 토핑으로 올라가 있어서 종이컵과 영수증 종이와 컬러도 찰떡이라 예쁘다. 외관도 인테리어도 음식도 다 너무 예뻐서 계속 사진 찍고 싶어 지는, 인스타그래머블한 카페였다.


5. 후암 모듈러


강렬한 오렌지와 차분한 네이비 컬러 조합이 인상적이었던 곳. 파란색 선반으로 분리시켜놓은 커피 바 공간이 힙해 보였고, 낮에도 어두웠던 날 밝고 따뜻하게 빛나던 오렌지색 버섯 모양 조명도 포인트였다. 내부에서 창문과 거울을 통해 밖을 내다보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개방감 있는 구조였는데, 창문에 붙여놓은 오렌지&네이비 컬러 스티커도 아이덴티티 확실하고 감각 있었다. 


커피 가격이 착한 편이라 마음에 들었고, 에그 포테이토 샌드위치는 딱 우리가 다 아는 그 맛인데 가볍게 점심 한 끼 때우기에는 나쁘지 않다. 한 가지 팁이라면 여기 소리가 좀 울리는 구조라, 조용한 시간을 즐기고 싶다면 직장인들 점심시간은 피해서 가는 게 좋겠다. 


6. 회현 계단집


이름이 매우 직관적인 곳. 특이하게 길에서 계단을 올라가면 집이 하나 나오는데, 거기서도 주문은 1층에서 하고 자리에 앉으려면 2층으로 올라가야 한다. 알고 보니 낡은 옛날 가옥이었는데 서울역 일대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재탄생한 공간으로, 사회적 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카페라고 한다. 엄마 또래의 동네 주민분들이 바리스타로 일하시는데 진짜 엄마처럼 챙겨주시고 매우 친절하셨다. 


2층 공간은 다른 카페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다다미방 구조라 신기하긴 했지만, 서울시 차원에서 리모델링한 공간 치고 너무 왜색이 짙은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은 들었다. 원래 일본과 관련된 역사가 있었던 건물이었는지까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천편일률적인 요즘 인스타st 카페가 아닌 것만으로도 방문할 이유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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