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 (잠실·삼전) - 한남
가끔 마시러 떠납니다. 취향과 분위기 소비를 즐깁니다.
매달 다녀간 카페들을 개인적으로 기록하기 위해 사진과 함께 짧은 평을 남겨놓습니다. 카페에 대한 감상은 지극히 주관적이며, 방문 목적과 시간대, 주문 메뉴, 날씨, 운 등에 따라 크게 좌우될 수 있습니다.
*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기 전 8월 초에 다녀왔습니다.
1. 잠실 하우스
House가 아니라 HOWS. 서울 카페쇼에서 운영하는 카페이고, 브루잉 챔피언 출신이라는 유명 바리스타가 이끈다고 하니 커피 맛에 매우 신경 쓰는 곳임에 틀림없다. 너무 덥고 목말랐던 터라 맛은 느낄 새도 없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쭉 들이켜버려서 잘 모르겠지만.
요즘 같이 덥고 습한 날에 가면 딱 좋다. 테이블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게 아니라 손님들이 벽을 따라 앉는 구조로 되어 있어, 전혀 답답하지 않고 서로 간의 적당한 거리도 유지된다. 벽면을 가득 채운 바다 그림과 열대 정원 그림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시원해지면서 마음이 탁 트이는 기분도 든다. 그리고 무엇보다 냉방을 정말 아낌없이 틀어줘서 나중에는 추워서 일어났을 정도다. 1층은 카페, 2층은 서점, 지하는 전시 공간으로 운영하는 복합 문화 공간인 만큼, 더운 날 밖에 나온 김에 이것저것 구경해봐도 좋겠다.
2. 삼전 엘레멘터리커피
흔한 동네 골목길 빌라 건물에 이렇게 힙한 카페가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진짜 옛날 건물에서나 보던 낡은 문틀과 바닥을 그대로 살렸는데, 이국적인 느낌을 주는 소품들과도 꽤나 잘 어울리는 게 신기하다. 그 안에서 멜버른 마켓레인 원두로 내린 라떼를 마시는 게 이질감이 들지 않았고, 오히려 편안하게 커피를 즐길 수 있었다.
애견 동반 가능 카페라 강아지 데리고 온 손님들이 진짜 많았다. 동네 댕댕이들 정모 현장에 초대된 휴먼은 혼자 조금 외로웠지만 덕분에 귀요미들 여럿 볼 수 있어 즐거웠다. 단골손님과 단골 강아지들이 올 때마다 사장님이 엄청 반갑게 맞아주시는 걸 보면서 속으로 조금 부럽기도 했다. 집 앞에 이런 편한 아지트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도 저 멀리 마포에나 있을 법한 이런 힙한 로컬 카페가 송파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서울 동쪽 주민은 그저 감사합니다.
3. 송파 오린지
예전에 석촌역 부근에 있을 때도 일부러 1시간씩 광역버스 타고 몇 번 찾아가곤 했던 카페. 순전히 여기 타마고산도가 너무 맛있어서, 딱 내 스타일이어서였다. 그 뒤로는 잠시 잊고 살다가, 최근 석촌호수 부근으로 확장 이전했다는 소식에 그때 먹던 그 산도 맛이 그리워져 오랜만에 한번 가봤다.
공간은 크게 기대 안 했는데 진-짜 예뻐졌다. 가게 외관은 무슨 동화에 나오는 집 같고, 실내는 딱 지금 사람들이 제일 좋아할 스타일로 꾸며놨다. '감성'이란 단어가 '인스타에서 유행하는 스타일이다'라는 뜻으로 쓰이는 거 진짜 싫어하는데, 이건 '감성 끝판왕'이라는 말 말고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에그 샌드위치, 토마토 절임, 미도리 라떼 조합도 여전히 맛있고 정갈한 한 끼로 딱 좋다. 예쁘고 쾌적한 곳에서 먹으니 더 좋다.
4. 한남 베르그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난리인 음식 '크로플'이 맛있다고 소문난 곳. 모든 테이블에서 크로플을 먹고 있고, 커피 바에서는 쉴 새 없이 크로플을 구워내고, 크로플 스티커를 가져갈 수 있게 비치해놓고. '#' 모양의 카페 로고도 아마 크로플 모양을 본떠 만들었을 테다. 이 정도면 이 카페의 시그니쳐 메뉴인 걸 넘어서 아이덴티티 자체가 크로플인 건가 싶어서 조금 웃음이 나기도 했다. 이 대유행이 끝나도 여전히 지속 가능한 카페 일지 궁금해지는 부분. 크로플로만 기억되기에는 '베르그'라는 이름과 간지 쩌는 공항 전광표지판이 조금 아까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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