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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리터 Sep 29. 2021

9월, 실력 있는 젊은 리더

2021년 9월의 월말결산

기억이 흐릿해지는 게 아까워 남겨두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

보고, 듣고, 생각하고, 느낀 것들을 바탕으로 매달을 기록해둡니다.




9월에 읽은 책

• <지금 여기의 아이돌-아티스트> - 김영대

- NCT, 블랙핑크, 태민, 이달의 소녀,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레드벨벳, 데이식스, 태연, 아이유, 방탄소년단. 지금도 활발히 활동하며 케이팝계에 어떤 씬을 만들어내고 있는 아티스트 10팀에 대한 김영대 평론가의 이야기. 익히 잘 알고 있는 가수들과 이미 좋아하는 노래들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접하니 두 배, 세 배로 재미있다. 특히 데이식스는 밴드라는 음악적 방법론을 가진 '보컬' 그룹이다, 데이식스의 노래는 이제는 전설처럼 잊힌 멜로디의 아름다움을 이어나가고 있다는 해석이 신선했다.


• <걸어서 환장 속으로> - 곽민지

- 진짜 웃겨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단숨에 읽었다. 역시 비혼세 님의 미친 필력. 환갑 부모님 모시고 무려 스페인 자유여행이라니.. 상상만 해도 환장하겠는데 직접 가이드 겸 짐꾼 겸 포토그래퍼 겸 모든 역할을 해내신 거 너무 대단하고. 책에 묘사된 부모님 행동이나 말이 우리 엄마 아빠랑도 너무 겹쳐 보여서, 나도 더 늦기 전에 한번 도전해볼까 싶은 생각이 잠깐 들었다. K-장녀는 어쩔 수 없나 봐.


• <월간 생활 도구> - 김자영, 이진주

- 소장 욕구 뿜뿜하는 생활 도구를 판매하는 카탈로그의 제품 안내서 같은 것. 글과 사진을 눈에 담았을 뿐인데 그 물건들을 하나하나 직접 구매하고 사용하는 것 같은 만족감이 느껴졌다. 저자가 사물이 주는 효용과 아름다움을 훌륭하게 묘사한 덕분일 테다. 특히 병따개 겸 병마개라는 Sizzler 너무 천재적인 제품이라고 생각되어 바로 찾아보고 하나 주문했지 뭐야. 영업 효과도 훌륭한 것으로..


 •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 김규림, 송은정, 봉 현, 이지수, 김희정, 강보혜, 김키미, 신지혜, 문희정, 임진아

- 열 명의 여성 작가들이 말하는 나의 집. 남의 집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언젠가 꾸릴 나만의 온전한 집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보게 된다. 나다운, 나를 닮은, 나에게 안전한 그런 공간을 만들 거야.  

"나만 아는 세계를 조금씩 넓혀가는 사람이 많은 세계. 나 말고 다른 존재를 이해하는 데 충분한 시간을 쓰는 사람이 많은 세계."
"나의 방은 내가 하고자 하는 바를 기꺼이 들어준다. 내가 살고자 하는 대로 달라진다. 그리고 나도, 나의 방처럼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고 믿고 싶다."
"오늘 떠오른 생각은 오늘 가장 진하다. 이제는 더 이상 당일의 색채를 눈앞에서 잃고 싶지 않다."


9월에 즐겨들은 음악

• Young K 1st Mini Album <ETERNAL>

- 한 해에 완전체 앨범, 유닛 앨범 내고 솔로 앨범까지 내는 가수가 있다? 네, 입대를 앞두고 열일하는 제 최애랍니다.. 솔로 앨범 소식을 접하고 다양한 스펙트럼의 곡을 들을 수 있겠다는 기대가 가장 컸다. 데이식스는 밴드 특성을 살려 락 기반의 음악을 하지만, 영케이는 YOUNG ONE이나 데모곡 등으로 순수하게 본인 보컬 역량으로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는 모습도 많이 보여줬기 때문이다. 역시 이번 앨범 락스타적 면모 잘 살린 타이틀 '끝까지 안아 줄게'부터 세상 차분한 자장가 '잘 자라 내 사람아', 이지 리스닝할 수 있는 '베스트 송', 'Microphone' 등.. 전곡 다 좋은데 나는 백만 년 만에 랩 하는 영현 들을 수 있는 '사랑은 얼어 죽을'이 너무 좋다. 휴덕은 얼어 죽을..


• 백예린 리메이크 앨범 <선물> 

-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한국어로 노래하는 백예린 그저 소중하다. 정말 모처럼 순수하게 가사와 멜로디의 아름다움만을 음미하면서 꼭꼭 씹어 들은 앨범이었다. 이게 '선물'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 보통 리메이크 앨범은 이전 세대 히트곡 같은 것들로 채워지기 마련인데,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본인에게 잘 어울리는 곡들로 엄선한 점도 예린백스럽다. 곡마다 어울리는 일러스트 리릭 비디오를 만든 것도 예린백스럽다. 백예린이 세상 모든 노래 다 불러주는 그날까지 그저 존버.


곡 단위로는 많이 들은 신곡 이달의 소녀 (희진, 김립, 진솔, 이브) 'Not Friends', ITZY 'Swipe', KEY 'Yellow Tape', 'Helium 헬륨'그리고.. 헤이마마, 베러, 닥터페퍼, 런더월드 등 스우파 플레이리스트 그만 듣는 법 혹시 아시는 분? 


9월에 본 영화와 드라마

• 넷플릭스 영화 <걸스 오브 막시> (2021)

- 돌이켜 생각해보면 학교는 정말 유해하고 폭력적인 사회였다. 미국 학교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을 듯. 10대 여성 청소년들이 처음으로 뭔가 잘못됐는데? 왜 내가 고개 숙이고 참아야 하지?라는 의문점을 품으며 페미니즘에 눈을 떴을 때. 각자 방식도 속도도 다르지만 결국 모두 같은 마음이었고 연대하고 행동하여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것. 그게 중요한 것 같다. 다소 아쉬운 부분들에 대한 지적도 있었지만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는 미국 하이틴 무비라는 점 자체에 의의가 있다고 생각하고. 무엇보다 주인공의 각성 계기가 된 루시가 너무 멋있었다. 본인 선정 영화 역사상 가장 진보적인 10대 여성 청소년 캐릭터.


• 넷플릭스 시리즈 <더 체어> (2021)

- 영문학과 최초의 여성 학과장이라는 큰 타이틀을 단 닥터 킴의 얼굴은 너무 고돼 보였는데, 다시 평교수가 되어 시 구절의 아름다움을 얘기하는 지윤의 눈은 반짝반짝 빛나 보였다. 조직은 유능한 사람을 관리자로 앉히는 게 가장 쉽고 빠른 문제 해결 방법이라고 생각하지만, 일 잘하는 사람이 반드시 훌륭한 관리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책임을 혼자 다 짊어지려 하다 결국 스스로를 갉아먹는 유형의 사람도 있을 것. 실무와 관리는 다른 차원의 일이라는 걸 인정하자. '온갖 잡것들 중 우두머리 잡것'이 힘들면 그냥 '잡것'으로 살아가도 된다. "일 덜하는 승진이 세상에 어딨어요?"


• KBS 드라마 <땐뽀걸즈> (2018)

- 대학과 취업, 서울과 거제, 꿈과 현실 사이에서 지독한 고민의 시기를 견딘 주인공 시은. 꿈을 이뤘다고 무조건 행복하고, 이루지 못했다고 불행하기만 한 인생이 어디 있겠나. 그냥 사는 거지. 태어나 처음으로 어떤 목표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재미를 붙이고, 함께할 수 있는 친구들을 만난, 내가 가장 빛난 그 시기를 기억하며. 내 인생에 또 한 번 그런 빛나는 순간을 만들고자, 그렇게 사는 거지.


• 일본 TBS 드라마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힘내라 인류! 신춘 스페셜!! SP> (2021)

- 결혼 엔딩으로 끝난 드라마 그 후 가정 공동체 운영, 임신, 출산, 육아로 이어지는 이야기. 미쿠리와 히라마사가 보여줬듯이 어느 한쪽이 희생하는 게 아니라 둘이 함께 잘해나가고, 필요할 땐 외주를 주는 등 다른 곳에 도움을 청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부부의 역할뿐 아니라 육아 휴직 제도, 자녀의 성씨 결정, 미혼모, 성소수자, 비혼 중년 여성의 돌봄 문제 등 다른 드라마에서 잘 다루지 않는 현 사회의 이슈를 생활 밀착형으로 다루는 점도 신선했고 생각할 거리를 안겨주어 좋았다. 특히 극 중후반부에 코로나가 들이닥치면서 생긴 긴급 재택근무, 마스크 소독제 대란, 재난지원금 신청, 이동 금지령 등의 소재들은 너무 현실적이라 소름이 돋을 정도. 이런 점들 때문에 단순히 인기 로코 드라마의 속편이라기보다는 (우리나라와도 꽤나 비슷한) 2020년 일본 사회를 가장 리얼하게 묘사한 픽션물로 오래오래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

"불안의 공유와 이해, 안심."
"마음속의 고독은 분명 누구나가 갖고 있고 언제까지나 사라지지 않는 걸지도 모른다. 언젠가 재차 만났을 때 조금만 상냥해져서 건강하게 서로 도울 수 있으면 된다."


9월의 덕통사고

이번 달에 인상 깊게 본 콘텐츠는 8월에 쓴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저 라이트한 시청자였다가 일상생활 불가한 과몰입 덕후가 되었을 뿐. 정말이지 2021년 9월은 한국 예능 속 여성들을 열렬히 사랑했던 나날들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그중에서도 내 마음을 거하게 치고 간 최애 두 명을 소개합니다. (BGM: I believe~)


'스트릿 우먼 파이터' YGX 리더 리정. 약자 배틀 때부터 우루왑 헤이~ 하는 특유의 춤 스타일이 마음에 들었는데, 계급 미션 때 대선배 리더들 사이에서 용기 내서 본인 안무 어필해보고 빠르게 분위기 전환하는 센스에 반했다. (멋있어.. 짜증나~♡) 어린 나이에 독보적인 커리어 쌓은 것도 대단하고, 본인의 실력과 팀에 대한 자부심을 대놓고 당당하게 드러내면서도, 적당한 선과 예의를 지킬 줄 아는 태도가 멋지다. 이미 뭐 '리정 제일 잘 나가'지만 앞으로 훨씬 더 크게 될 사람인 것 같다. 근데 내가 당신 댄스 워크샵 한 번은 들어보고 나서 더 큰 물에 보내야 할 것 같으니 조금만 기다려주시길.


'걸스플래닛999' 김다연. 프듀 전 시즌 내내 원픽은 다 있었지만 '얘 진짜 잘 돼야 하는데'라는 생각에 이렇게까지 신경 쓰이는 건 처음이다. 아이돌에게 기대하는 실력, 매력, 인성, 리더십 뭐 하나 부족한 게 없고 똑똑하고 참 괜찮은 사람인 것 같아서, 그냥 여기서 짱 먹고 앞으로 하고 싶은 거 다 해라~ 응원해주고 싶다. 한국 1등 존재감 각인시킨 K/DA, 리더, 안무 창작, 킬링 파트까지 하드 캐리로 역대급 무대 만들어낸 아이스크림 보시고 "김다연" 이름 세 글자 기억해주세요, 대중 선생님들! 반드시 3년 안에 케이팝에 큰 일 낼 인재입니다.

 

쓰고 보니 1등으로 실력 증명하는 본업 존잘 어린 리더st를 좋아하는 것 같은데, 어쩌면 내가 되고 싶어 하는 인물상(?)에 가까운 것 같다. 내 실력에 자부심 갖고 우리 팀 믿고 책임지고 이끌어서 좋은 성과 내는 거. 분야는 다르지만 우리 어린 갓기들 리더십 보고 언니가 많이 배운다.. ^_^


9월에 잘한 소비

아무래도 축구를 오래 하게 될 것 같아서 제대로 된 풋살화를 장만했다. 새 신발 신고 요즘은 게임 뛸 때 거의 뭐 날아다니는 기분이다. 실내용 축구공도 하나 사서 밤에 TV 보면서 발로 볼 컨트롤 연습을 한다. 확실히 공이 발에 붙는 감각을 자주 익히니 실력 향상에도 도움 되는 것 같다. 마음만은 축구인의 삶..


9월에 맛있게 먹은 음식

- 크림스프 베이글칩 이거 진짜 콘소메맛 덕후 환장하는 마성의 과자/안주다. 올리브영 갈 때마다 물량이 없어서 더 못 사는 게 한이다.

- '마구로쇼쿠도'의 하브동, 1시간 기다려서 먹을 가치가 있었다. 입에서 그냥 저항 없이 녹아버리더라. 

- '라페름'의 병아리콩 샐러드와 쿠스쿠스 치킨 스테이크. 몸에 좋은 건강식이 이렇게 맛있을 수 있구나 싶었고, 원래 별로 안 좋아했던 비트와 후무스에 대한 선입견을 깰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


9월에 잘한 일

- 코로나 무서워서 거의 외출을 안 하다가 정~말 오랜만에 서울에 몇 번 다녀왔다. 역시 나는 주기적으로 도시의 문화 자본에 몸을 담가줘야 하는 타입. 성수동-서울숲, 삼청동-북촌, 한남동 가서 방역수칙 잘 지키면서 소비도 하고, 카페도 가고, 산책도 하고. 초가을을 만끽하기에 완벽했던 시간들.


- 러닝을 시작했다. 어렸을 때 천식을 앓았던 탓에 늘 달리기를 두려워 했는데, 한번 눈 딱 감고 벽을 깨보니 생각보다 할만 하더라. 땀 흘리고 나면 뿌듯하고, 애플워치로 기록 재는 것도 재미있고, 무엇보다 선선한 가을 저녁 바람을 마음껏 느낄 수 있어 행복하다. 


- 업테이블에 연재를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는 먹고 마시러 다니는 이야기를 쓴다. 각 잡고 긴 글을 쓰는 게 너무 오랜만이라 마음처럼 잘 안 되긴 하지만, 처음으로 내 글을 외부로 발산하는 일에 도전하는 것에 의의를 두려 한다. 올 가을 격주 금요일로 발행되는 '이슐랭 투스타' 시리즈 많관부!


9월에 아쉬웠던 일

- 마음이 싱숭생숭한 날들이 많았다. 어떤 날은 외로웠고, 어떤 날은 서러웠고, 어떤 날은 불안했다. 이러다 또 지나가겠지. 


9월에 행복했던 순간

1. 드럼 레슨 5회 차 만에 드디어 한 곡 연주 성공했을 때  

2. 정말 오랜만에 엄마랑 단둘이 데이트 한 날, 새로운 것들을 접하고 재미있어 하는 엄마를 보며  

3. 날씨가 비현실적으로 좋았던 데이오프 날의 삼청동-북촌 나들이, 이 도시가 너무 아름답고 황홀해서 살짝 눈물이 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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