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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리터 Aug 31. 2021

8월, 나는 이런 내가 좋아

2021년 8월의 월말결산

기억이 흐릿해지는 게 아까워 남겨두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

보고, 듣고, 생각하고, 느낀 것들을 바탕으로 매달을 기록해둡니다.




8월에 읽은 책

•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 박상영

- 다이어트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현대인들은 무조건 공감할 수밖에 없는 에세이. 진짜 재미있어서 술술 읽히고, 중간에 현실 웃음 터지기도 했는데, 다 읽고 나니 뭔가 씁쓸했다. 이렇게 바쁘고 치열한 삶 속에서 마음과 육체를 동시에 잘 챙기기란 너무 고난도의 미션인 것 같아..

"아침 일찍 출근해서 싫은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억지로 만들어지는 루틴이 때로는 인간을 구원하기도 한다. 싫은 사람일지언정 그가 주는 어떤 스트레스가 긍정적인 자극이 되어주기도 하며, 한 줌의 월급은 지푸라기처럼 날아가버릴 수 있는 생의 감각을 현실에 묶어놓기도 한다."
"나는 이제 더 이상 거창한 꿈과 목표를, 희망을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내 삶이 어떤 목표를 위해 나아가는 '과정'이 아니라 내가 감각하고 있는 현실의 연속이라 여기기로 했다."


• <아무튼, 비건> - 김한민  

-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뭐냐 물으면 고민 없이 바로 고기라고 대답하지만, 환경 문제를 생각하면 이렇게 육식 지향적인 삶을 지속하는 게 맞나 싶다. 이 책에서 비건은 정체성이나 명사이기 이전에 형용사라고 한다. 비건이 되기 전에 '비건적'인 노력이라도. 주 1회, 일 한 끼라도 비건 지향을 실천해볼까 한다.

"요는 최선을 다하는 것. 나보다 철저하게 실천하는 사람을 존중하고 나의 융통성을 미화하지 않되, 타협을 할 때는 억지로 합리화하거나 찜찜함을 외면하지 않는 태도이다."
"귀찮음이 내 행동의 원인이 되게 하지 말자."


•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 김혼비

-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땐 나도 축구 한번 해볼까 하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고, 축구를 시작하고 다시 한번 읽으니 이번엔 정식 여자 축구팀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할 수 있는 우리 팀이 있었으면 좋겠고, 경쟁을 통해 승부욕을 맘껏 발휘하고 싶다. 이 책 덕분에 또 한 번 다음 목표가 생긴 셈. 언젠가 팀에 들어가게 된다면 다시 한번 읽을 것. 그때의 목표는 팀의 승리가 되겠지.


• <그니까 작사가 뭐냐면> - 안영주

- 작사는 다양한 상황과 감정에 쉽게 몰입했다 바로 헤어 나올 수 있는 사람들이 잘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은데. 어쩌면 나는 이미 늦어버린 게 아닐까.


• <팔리는 나를 만들어 팝니다> - 박창선

- 일하면서 셀프 영업의 기술이 필요하다는 건 머리로는 알지만 '퍼스널 브랜딩'이라는 건 아무래도 내 영역은 아닌 것 같다. 나는 그냥 나 할래. 팔리는 나 말고.  

"오래 조사하고 빠르게 정리해서 과감히 내놓아 봅시다."


8월에 즐겨들은 음악

• Spitz 'Robinson'

- 롱바케 보고 90년대 J팝 좀 더 찾아 듣다가 여기에 정착했다. 뭐랄까. 여름날에 통기타 메고 자전거 타고 시골에 어느 흙길을 달리는 풍경이 상상되는, 무해하고 순수하고도 아련한 곡.


진짜 오랜만에 신곡들 다 챙겨 들었다. 올림픽 끝나고 대거 발매된 K팝 신보 효연 'Second' (feat. BIBI), 더보이즈 'THRILL RIDE', 온앤오프 '여름 쏙', 선미 'You can't sit with us', 투모로우바이투게더 'LO$ER=LO♡ER', 레드벨벳 'Queendom' 등등 다 잘 들었고. 갑자기 이달의 소녀에 꽂혀서 'Butterfly', 'So What', 'PTT' 늦었지만 열스밍.


• Seori 'Dive with you (feat. eaJ)'

 - 그리고 이달의 노래로 선정해 마땅한 곡. 고막 홀리는 음색과 한국어를 영어처럼 발음하는 재주가 있는 서리와 사람 애간장 태우는 창법을 가진 제형의 만남. 촉촉하고 아름답다. 눈 감고 이 노래를 들으면 깊은 물속을 유영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드는데 몸이 자유로워지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특히 비가 많이 오던 8월 장마철의 여름밤과 잘 어울리던.


8월에 본 영화와 드라마

•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 미친 분위기와 영상미에 압도당했고, 주체적으로 살고자 하는 두 여성의 이야기에 감명받았는데.. 참 좋았는데.. 너무 잔잔해서 집중을 잘 못한 내가 잘못이겠지.


• 영화 <줄리&줄리아>

- "She saved me" "You saved yourself"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하고자 하는 마음이 내 삶을 구한다.


8월에 인상 깊게 본 콘텐츠

• JTBC 예능 <슈퍼밴드2> (2021)

- 최근 나를 가장 열광하게 만드는 것. 잘하는 사람들끼리 만나서 더 잘하는 거 보고 듣고 즐기는 거 최고 짜릿하다. 아니 그리고 어떻게 매주 레전드 무대가 나오죠? 고민 끝에 고른 현재까지 최애 무대 5개는 Oops! I Did It Again, House I Used to Call Home, Don't Look Back, It’s Raining, Forever Young. 정말 이런 보컬, 연주, 편곡을 이렇게 방구석에서 무료로 즐겨도 되는 것일지..  


• Mnet 예능 <스트릿우먼파이터> (2021)

- 1회 방송만으로 이건 분명 앞으로 몇 달간 내 현생을 조져놓을 것 같다는 확신을 준 예능. 춤 잘 추고 승부욕 쩔고 자존감 높은 여성들 너무 좋아! 설마 이 멋진 여성 댄서들 데리고 유치한 프듀st 악마의 편집할 생각은 아니겠죠? 우리 언니들 실력 발휘할 수 있는 멋진 무대만 잘 부탁해요 엠넷!


• Mnet 예능 <걸스플래닛999 : 소녀대전> (2021)

- 이것까지 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말이죠. 티파니랑 선미가 마스터 역할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서 한번 봤다가, 중소 기획사 걸그룹 멤버들이랑 타 오디션 출신들 짠하면서 기특한 마음에 계속 보다가.. 여기 의외로 실력자가 많아서 제대로 발 묶여버림. 이렇게 잘하는 애들이 데뷔 못하고, 데뷔해도 성공 못하는 시장의 현실. 보컬+퍼포먼스+끼의 집합체인 K팝 능력치를 평가하는 대중의 눈만 점점 더 높아져만 가고..


• 유튜브 '키킷'

- 국내 최초이자 아직까지 국내 유일 여자축구 유튜브 채널. 더 많은 여성들이 나도 축구 한번 해볼까? 관심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 시도를 하는 게 정말 멋있고 박수 쳐주고 싶다. 특히 사회인 여성 축구팀 ooofc 시즌1 6부작은 아주 잘 만든 휴먼 다큐를 본 것 같은 벅차오르는 감동을 받았다.

 

• 유튜브 'Roommy room tour'

 - 룸투어 영상 보는 게 취미인데 언제부턴가 한국 특유의 '갬성 브이로그'st 룸투어 영상에 싫증이 났다. 저게 정말 본인 취향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다 똑같은 유행템과 비슷한 인테리어, 하나도 안 궁금한 타인의 얼굴과 TMI 사생활. (집만 궁금하단 말이다) 그러다 우연히 발견한 이 일본 룸투어 채널에는 사람과 목소리가 등장하지 않아, 사적인 생활 흔적이 배제된 집과 인테리어만 구경할 수 있어 편안했다. 근데 여기에도 '한국에서 사 온', '한국식 ~~'라는 자막이 빈번히 등장하는데 K-파급력 대체 어디까지..!

 

• 유튜브 '엠비탸'

- 요즘 대세 플로타곤 MBTI 채널 중 여기가 제일 재밌다. 회사생활 소재에 공감할 수밖에 없는 나이.. 왜 자꾸 근무시간에 고양이 영상 봐요? (ENTJ) 제가 왜요? (INTP) 내가 둘을 말렸어! (ENFP) 같은 대사가 진짜 찰지고, ENTJ가 공지하고 ENFP가 인스타 운영하는 세계관도 MBTI에 진심인 게 느껴진다. 역시 제일 공감되는 건 싸움 말리다 씹히고 집에 가고 싶어 하는 INFJ의 현자 미소 껄껄..


• 멜론 X 서울신문 'K-POP 명곡 100' 

- K팝 역사 정리하는 콘텐츠들은 다 챙겨보는 편인데 특히 이건 시대와 장르적 구분 없이 선정한 100곡이라는 점에서 신선했고, 선정위원들이 쓴 글도 하나하나 찬찬히 읽어보며 그때 그 곡들을 되새겨보는 재미가 있었다. 특히 '다시 만난 세계'에서 노래의 생명력을 이야기하는 글에 좋아요 100개 드리고 싶었고. 오늘날의 K팝이 있기까지 2010년 전후 (특히 2008~2013)의 굵직한 히트곡들이 기여한 바가 컸다는 생각이 들었다.


8월에 잘한 소비

• 애플워치SE

- 남들이 애플워치 다 살 때도 난 굳이 필요 없다 생각했었는데 축구할 때 활동량 체크하는 거 보고 갑자기 뽐뿌 와서 질렀다. 확실히 매일 운동량이 트래킹 되니까 편하고, 링 채우는 재미가 있어서 더 많이 움직이게 되는 효과도 있다. 내 건강 챙겨주는 것도 좋고 알림 바로 확인하게 해주는 것도 참 좋은데, 스마트한 감옥에 자발적으로 갇혀 0과 1로 만든 디지털에 내 인격을 맡긴 것만 같은 이 묘한 기분..


• 드럼 강습

- 한 3년 전부터 (말로만) 드럼 배워보고 싶었었는데 이번에 '슈퍼밴드2' 은아경 님 무대 보고 제대로 꽂혀서 바로 다음 날 학원 등록했다. 아직 뚝딱거리는 쌩초보지만 더 일찍 시작하지 않은 걸 후회할 정도로 재미있다. 빨리 실력 늘어서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 연주하고 싶어. 스윗 카오스 전주에 나오는 두구두구둥 두구두구둥 치는 그날까지..! 


• 포스터&엽서 제작

- 어느 날 내 손으로 직접 나만의 것을 생산해내고 싶다는 욕구가 생겨서, 아끼는 여행 사진들을 꺼내 포스터와 엽서를 제작했다. 포토샵 다룰 줄도 모르고 대충 기본 폰트로 글씨만 넣어서 만든 것 치고는 나름 마음에 드는 퀄리티. 곳곳에 붙여두니 인테리어 효과로도 좋고 지금 내 방 거의 '걸어서 세계 속으로' 됐어 너무 좋아.


8월에 잘한 일

- 사는 게 제법 재미있다고 느낀 순간들이 있었다. 특별할 거 없이 그냥 저녁에 산책하다가, 재미있는 콘텐츠 보다가, 일을 마치고 취미 생활하러 가는 길에 문득 한 번씩 그렇게 느낀다. 작년  해를 정리하며  에 '지속 가능한 삶'이 새해 다짐이라고 썼었는데, 이 정도면 이룬 거 아닌가 싶어 ‘나 잘 살고 있구나’ 하고 마음이 놓였다.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 몸과 마음, 혼자와 함께가 어느 정도 균형이 맞춰진 딱 지금의 삶을 오래오래 유지하고 싶다.

-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새로운 일에 도전해보기로 마음먹은 것. 고민 끝에 용기를 낸 것.


8월에 아쉬웠던 일

- 업무 스트레스의 정점을 찍고 이러다 내가 화병으로 쓰러질 수도 있겠구나 싶었던 시기가 있었던 것..? 다행히 월말인 지금은 그래도 많이 극복했다. 제발 회사 일을 건조하게 대하는 연습을 하자. 일은 일이고, 걔는 걔고, 나는 나다.


8월에 행복했던 순간

1. 동네에 새로 생긴 에스프레소 바에서 즐긴 잠깐 잠깐의 커피 타임들

2. 내가 만든 포스터 실물로 받아보고 좋아 죽겠던 거

3. 드럼 선생님이 잘한다고 백번 칭찬해주고, 얼마든지 못해도 되고 틀려도 된다고 천 번 말해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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