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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리터 Oct 31. 2021

10월, 가을 한정 외향인

2021년 10월의 월말결산

기억이 흐릿해지는 게 아까워 남겨두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

보고, 듣고, 생각하고, 느낀 것들을 바탕으로 매달을 기록해둡니다.




10월에 읽은 책

•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말합니다> - 박소연

- 누구나 다 아는 얘기지만 막상 일하다 보면 그 누구도 100% 실천하지는 못하는 것들. 이 책 내용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받고 개인적인 의견 몇 개만 덧붙이자면. 제발 하고자 하는 말이 뭔지 명확하게 전할 것, 치사하게 상대 직급/나이에 따라 말 다르게 하지 말 것, 다짜고짜 물어보기 전에 최소한 알아보고 문의할 것, 남 탓하지 말 것, 그리고 무엇보다 예의 있게 말할 것.

"내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상대방 말이 얼마나 멍청한가'를 증명하면 안 됩니다. 상대방을 공격하지 않으면서 내가 원하는 걸 우아하게 말하는 법을 배우세요."
"직장에서 직급은 자기 몫만큼의 고민을 하라고 만든 겁니다. 혼자 싸우기 벅찰 때는 지원군을 현명하게 끌어들이세요."
"우리가 볼 수 있는 건 행동뿐입니다. 바꿀 수 있는 것도 행동뿐이고요. 그러니 보이지 않는 마음을 가지고 실랑이하지 마세요."


• <제대로 화내면 인생이 편해진다> - 요시다 다카요시

- 최근 일 때문에 나답지 않게 분노라는 감정을 자주 느끼는데, 가장 컨트롤이 어려운 감정 중 하나인 것 같다. 대놓고 표출할 깜냥은 못 되고, 맞서 싸우자니 상대와 똑같은 사람 되는 것 같아 자존심 상하고, 뭐라고 했다가 곧 후회할 것 같아 그냥 혼자 뒷목 잡고 씨익씨익 삭힐 뿐. 분노를 에너지원으로 써보자는 저자의 시각이 새롭긴 했다. 말처럼 쉽지 않아 그렇지.

"분노를 통해 문제의 본질을 깨달으면 지금보다 더 나은 상태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인간이 표출하는 원래의 분노는 이렇게 무언가를 '좋게 만들기' 위해 존재하는 건설적인 감정 중 하나다."
"분노를 헛되게 쓰거나 방해물로 취급하지 말고 '잘 활용해서 결과적으로 능숙하게 없애는 방법'을 실천하라"


• <지금 물 올리러 갑니다> - 윤이나

- 당연히 맛있지만 한 번도 대단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는, 이 라면이라는 음식이 저자를 비롯해 얼마나 많은 한국 사람들에게 중요한 의미였을까 약간 사회학적 관점에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이 책 읽으면 무조건 바로 라면 하나 끓이게 되어있으니 각오하고 읽을 것.


• <더 좋은 곳으로 가자> - 정문정

- '능력에 요령을 더하면 멋지게 갈 수 있다'는 부제가 심금을 울렸다. 늘 그 '요령'이라는 게 모자라 2% 부족한 어른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서. 하루아침에 변하진 않을 테지만 그래도 이런저런 경험들을 통해 조금씩 '좋은 곳'으로 가고 있다고 믿어 본다. 여러모로 내 가치관과 통하는 부분이 많아 최근에 읽은 에세이 중 가장 공감이 됐다. 언젠가 삶이 지칠 때 다시 한번 읽어보면 좋을 책.

"그러니 듣고 싶은 말들을 최대한 수집하기를. 어른이 된다는 건 자신만의 관점을 가지고 그에 어울리는 선택을 해나가는 일. (중략) 긍정의 말들로 채워진 부적을 많이 지닌 사람들에겐 자기 선택을 믿는 일이 한결 쉬우니까."
"경험해보지도 않고 좋아한다거나 싫어한다고 단정하지 않기, 의견과 편견을 구분하기, 다른 사람들의 경험이 이해되지 않더라도 악한 짓만 아니라면 비난하지 않고 다만 궁금히 여기기. 이런 노력을 통해 제대로 좋아하고 분명하게 싫어하고 싶다. 깊어지고 넓어지며 자주 감탄하기 위해서."
"우리는 자신의 단점은 이해받길 원하면서 타인의 단점을 너무 쉽게 바꾸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자칫 단점을 개선하려 애쓰다 보면 고구마 뿌리처럼 그와 연결된 장점마저 잘려나가게 된다. 장점을 볼 때 그에 파생되는 단점을 함께 바라보고, 뭔가 고치라 말하고 싶어지는 것이 생길 때는 그 또한 장점의 부산물이라 생각하면 관계에서 오는 괴로움을 줄일 수 있다."


10월에 즐겨들은 음악

그냥 맨날 듣는 노래들만 들었다. 플레이리스트에 추가된 신곡은 이 정도.

에스파 'ICONIC', 'aenergy', 트와이스 'The Feels', 이영지 '낮 밤', 볼빨간사춘기 '너는 내 세상이었어'


10월에 본 영화와 드라마

• 일본 TBS 드라마 <가족의 형태> (2016)

- 뻔하지만 전형적이어서 오히려 더욱 감동적이었던 이야기. 경제적 능력도 있고, 건강도 잘 챙기고, 좋아하는 취미 생활도 많이 가진 '혼자서도 충분한 존재들'도 결국 사람이기에,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는 누구나 다른 사람이 필요하다는 거다. 예전에 상담 선생님이 그런 말을 해줬을 땐 크게 다가오지 않았는데, 그걸 몸소 깨닫고 늦게나마 실천하고 있는 극 중 인물 요우조가 말하는 장면에선 눈물을 펑펑 쏟았다. 여전히 함께 살아가는 존재를 꼭 결혼이라는 제도로 묶어둘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다이스케와 하나코처럼 '언제든 하고 싶은 말을 하고, 기분 좋게 싸울 수 있는' 존재는 나에게도 가까운 곳에 있으면 좋겠다. 어디 있니? 언제 나타나니?

"곤란할 때는 사람들에게 상담하세요. 오랜 친구들에게도 연락하세요. 주변 사람들과도 사이좋게 지내세요. 나이를 먹으면 지금까지처럼 전부 혼자서 할 수 없어요. 혼자보다 둘, 둘보다는 셋이 좋으니까요."
"누구나 서로에게 민폐를 끼치며 살아가는 거잖아요."
"사람에게 상처 주지 않도록 사람을 피함으로써 되려 사람을 상처 주고 있는 거 아니냐?"


• 미국 paramountplus 드라마 <영거 시즌7> (2021)

- 작년에 제일 재미있게 본 미드의 최종 시즌. 6년의 세월이 지나 시즌1 당시 획기적이었던 '밀레니얼'이라는 이름도 어느새 구닥다리가 됐고, 이제 출판업계의 혁신으로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플랫폼과 앱 유료결제를 통한 온라인 연재 모델의 제시되는 세상이 됐다. 그 폭풍 속에서 꾸준히 천재적으로 일을 잘 해내는 라이자와 켈시만 보고 싶은데, 왜 이 언니들은 6년 내내 하나같이 이상한 남자들만 만나고 당하고 다니는 건지. 특히 일곱 시즌 내내 두 남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던 라이자 연애사의 결말이 아쉬웠다. 이럴 거면 로맨스 다 빼!


• 미국 Freeform 드라마 <볼드타입 시즌4> (2021)

- 그리고 올해 제일 재미있게 본 미드의 최신 시즌. 스포라 자세히 쓸 수는 없지만 세 주인공의 인생에서 너무 큰 사건들이 갑자기 휘몰아치면서, 그동안 무조건적으로 응원해온 캐릭터들을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고민과 실수, 입체적인 면까지 다 이 여성들의 일부니까,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싸우고 연대하고 쟁취하는 거니까, 여전히 사랑한다. 우리 서턴 행복해하는 모습 좀 제발 보고 싶으니 넷플릭스 어서 시즌5도 수급해오길.


10월에 인상 깊게 본 콘텐츠

- 아직까지도 '스우파'에 미쳐서 대사를 다 외울 정도로 스우파만 다시 돌려 보고.. 댄서들 나오는 방송, 유튜브, 라방 다 보고. 다음 과몰입 먹거리를 찾아 그 외 콘텐츠는 조금씩 간 보는 중.

- 요즘 즐겨 보는 유튜브 채널은 1인 가구 + 요리에 진심 + 양 푸짐 + 맛잘알 로망을 대리만족시켜주는 선생님들 'hongsi 홍시'와 '릿쭈', 샤이니 키 출연으로 알게 된 참신한 단톡방 기획 'Pixid', 그리고 근본 없이 그냥 미친 사람처럼 웃고 싶을 때 보는 이영지의 '차린 건 없지만'과 이용진의 '터키즈 온 더 블럭'.


10월에 마신 카페


10월에 잘한 일

- 내가 사랑하는 이 계절을 마음껏 누리러 틈만 나면 열심히 돌아다녔다. 이때 충분히 즐기지 못하면 긴 겨울 내내 후회할 걸 알기 때문에 일부러 부지런히 시간을 냈다. 비록 멀리 여행을 가진 못했지만 서울에도 충분히 좋은 곳이 많다고 새삼 느꼈고, 이런 가까운 외출로도 에너지가 충전될 수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혼자도 좋고 다른 사람과 함께였을 때도 좋았다. 내향성 96%를 자랑하는 나, 어쩌면 '10월 한정 외향인'일 지도 몰라.


- 조직 관리 업무를 맡은 지 6개월 차, 여전히 서툴지만 그래도 이젠 어떤 이슈가 생겨도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고, 빡쳤을 때 바로 무너지거나 섣불리 맞대응하지 않도록 멘탈이 단단해졌고, 나보다 우리 조직원들을 좀 더 챙겨줄 수 있는 여유가 조금은 생겼다. 언제까지 이 역할을 할지는 모르는 애매한 상황이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 책임감을 다하고 싶다.


10월에 아쉬웠던 일

- 나는 말이 아닌데 왜 천고마비의 계절이라고 살이 찌는 건지. 식단관리와 운동을 열심히 하고는 있지만, 먹고 싶은 건 굳이 참지 말고 먹자는 주의라 그런지 몇 달째 정체기가 계속되고 있다. 올해 목표로는 3kg를 더 감량해야 하는데 올해가 두 달 밖에 안 남아버렸네. 할 수 있을까? 하기 싫다..


10월에 행복했던 순간

1. 역대급으로 날씨 좋았던 날 양화대교 건너 선유도 가던 길  

2. 오랜만에 마음에 들었던 카페 버터하우스, 맨홀커피, 대충유원지 인왕산에서

3. '나 이 정도면 꽤 잘 살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던 생일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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