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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리터 Jul 01. 2018

6월에 마신 14개의 카페

연남-중화-성수-경리단-해방촌-공릉-방이-성북


가끔 마시러 떠납니다. 취향과 분위기 소비를 즐깁니다.

매달 다녀간 카페들을 개인적으로 기록하기 위해 사진과 함께 짧은 평을 남겨놓습니다. 카페에 대한 감상은 지극히 주관적이며, 방문 목적과 시간대, 주문 메뉴, 날씨, 운 등에 따라 크게 좌우될 수 있습니다.




#1 연남동 카페 스콘


카페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인상 깊었던 건, 마당이 딸린 2층 가정집을 개조했다는 점. 지금은 빌라가 들어서고 없지만, 어렸을 때 외가댁이 딱 이렇게 생겼었던 기억에 뭉클했다. 그렇게 덥지 않았으면 마당이나 테라스에 앉았을 텐데, 봄이나 가을 선선한 바람이 부는 때 다시 가면 좋겠다.


연남동이라는 핫한 지리적 특성과 전반적으로 깔끔한 화이트톤 인테리어, 인증샷을 부르는 음료+디저트 비주얼까지. 모자란 게 없지만 그래서 아쉬웠던 점은 사람이 너무 많은 데다가, 내부에 소리가 좀 울려 시끄럽다는 점. 양옆 테이블에 서라운드로 청각 강탈당하고, TMI 너무 많이 들어 피로했던 기억이 아쉽다.


추천지수: ★★★☆

재방문의사: ★★☆


#2 연남동 커피냅로스터스


인스타를 짧고 굵게 강타했던, 그 핫하다는 커피냅로스터스. 사람이 너무 몰리는 곳은 되도록 가지 않으려는 편이지만, 사진으로만 봐서는 대체 어떻게 생긴 걸까 너무 궁금해서 찾아가 봤다.


정말 카페 안에 벽돌로 쌓은 언덕이 펼쳐져 있고, 손님은 중턱에 앉든 꼭대기에 앉든 밖에 벤치에 앉든, 원하는 곳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 된다. 커피 마시는 공간에 탁자와 의자가 있어야 한다는 편견을 버린 특이한 구조. 신선했지만 솔직히 조금 불편하다고 생각했던 건 비밀.


추천지수: ★★★☆

재방문의사: ★★


#3 중화동 육공사


세 번째 방문인데도 여전히 이 동네에 이 카페가 있는 게 적응이 안 되는 위치.  


지난번에 그릴드치즈를 먹고 웬만한 샌드위치 전문 레스토랑보다 훌륭한 퀄리티에 너무 놀랐는데, 이번에 먹은 아보카도 토스트는 더 큰 감동. 다이어터로서 눈치, 부담, 죄책감 없이 즐길 수 있는 완벽한 브런치, 매우 만족이었다. 여기 604번은 못 와도, 잘하면 64번은 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천지수: ★★★★

재방문의사: ★★★★☆


#4 성수동 카멜


그냥 '카멜 커피'가 맛있어서 유명한 줄 알고 갔는데 웬걸, 공간 자체에 매력이 철철 넘쳐흐르던 곳. '멋있다' 보다는 특유의 '멋이 있다'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카멜. 멋 포인트는 크게 세 가지.


첫째, 아래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카페의 모든 요소들이 일관적으로 라이트 브라운 톤을 띄고 있다. 시그니쳐 메뉴인 카멜 커피색에 가까운 색이라고 본다면 너무 앞서 나간 해석일까. 라이트 브라운 계열의 가구와 조리기구들을 배치하고, 커피색 펜으로 안내문 및 메뉴판을 손수 쓰고, 브랜드 로고를 박아 판매하는 가방 역시도 그 색.


둘째, 안내문과 메뉴판 곳곳에 의도적으로 틀린 영어 스펠링을 쓴다. notice를 'NOTIS', menu를 'MAENEW'라고 적는 식. 못 보고 지나치기 쉬운 글씨인데 오히려 너무 낯설고 거슬려서 '뭐야?' 하고 눈을 씻고 다시 보게 되더라. 설마, 정말 그런 효과를 노린 거였을까.



그리고 대망의 셋째, 여기 화장실이 대박이다. 말로 설명이 안 되는 분위기에 화장실 문을 열자마자 '어머 이게 뭐야' 하고 놀랐다. 엄청 넓은 공간에 은은한 조명이 포근한 느낌을 주고, 바닥에는 고풍스러운 카펫이 깔려 있으며, 고장 난 가구, 꽃병, 고서 등 멋스러운 소품들이 곳곳에 무심한 듯 시크하게 놓여있다. 여기가 화장실인 게 너무 아까울 정도. 내 방이어도 괜찮을 것 같은데 ^^


추천지수: ★★★★☆

재방문의사: ★★★★★


#5 경리단길 카페미주리


미국 가정집 같다고 생각했던 곳. 미주리 주가 연상되는 상호명도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가구와 소품이 garage sale에서 사 온 듯한 빈티지함과 번잡함이 있다. 나쁜 뜻 아니고, 그만큼 일상적인 물건을 갖고 조화롭게 꾸며 분위기를 만들어냈다고..


2층에 생각보다 넓은 좌석이 있어 놀라웠고, slow coffee style 커피잔이 마음에 쏙 드어 하나 사 오고 싶었다. 지하에 있는 '불필요상점'을 못 가본 게 아쉽다.


추천지수: ★★★☆

재방문의사: ★★


#6 해방촌 업사이드


지도에 별표는 달아놨었지만 사실 이 날 계획에는 없었던 곳. 덥고 습한 날 가파른 해방촌 언덕 끝에 찾은 여기, 천국이었네.


잘은 모르지만 커피를 아주 공들여 타고, 커피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는 바이브가 느껴졌다. 이럴 때면 그렇게 많이 마셔보고도 커피맛 구별할 줄 모르는 나의 짧은 지식과 미각이 안타깝다. 얼그레이 스콘과 상큼한 과일맛이 나던 생크림이 정말 맛있었던 건 알겠더라.


추천지수: ★★★

재방문의사: ★★★☆


#7 공릉동 무드쉐어


가장 마음에 든 건 단연 이름이었다. 'mood share' 카페의 본질 그 자체를 설명해준다.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곳이 바로 카페다. 아마 그런 의미에서 테이블은 3개뿐이고, 여럿이 둘러앉을 수 있도록 큰 소파를 배치해뒀을 테다.


옆에는 친구 한 쌍, 커플 한 쌍, 아기 둘에 엄마 셋, 그 사이에 혼자 덩그러니 앉았는데 솔직히 낯설고 뻘쭘했던 건 사실이다. 잡지도 보며 여유로운 척을 해봤으나 옆사람들이 신경 쓰여 케이크가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더라. 아기들이 울기 시작할 때 더 이상 무드를 셰어 할 수 없다고 판단, 도망치듯 빠져나와 언제 가도 마음 편한 나의 안식처로 향했다.


추천지수: ★★☆

재방문의사: ★☆


#8 공릉동 오누이


무슨 말이 필요할까. "오랜만에 오셨네요"라는 사장님의 인사를 듣는 순간, 역시 또 오길 잘했다 싶은 나의 안식처, my all-time favorite.  


추천지수: ★★★★

재방문의사: ★★★★★+♡


#9 방이동 커피바이셉템버


주말에 가서였을까, 좁은 공간 탓일까, 원래 그런 곳이었을까. 복작복작하고 다소 정신없어서 눈치 보며 있다가, 눈치 보며 도망치듯 나왔다. 메뉴가 상당한 비주얼을 자랑하는 만큼 인스타용 음료+디저트 인생샷을 건지기에는 좋은 장소.


추천지수: ★★

재방문의사: ★☆


#10 방이동 트레프푼크트


요즘 소위 말하는 '힙하다'는 트렌드는 어딘가 조금 불친절하고 불편함을 감수하는 특성을 수반한다. 이름에서부터 힙 포스가 풍기는 이곳은 아주 힙하지만 의외로 딱 적당한 선을 지킨다. 커피도, 장식도, 서비스도 딱 필요한 만큼만. 멋있으면서 편안하고, 편안하면서 멋있기 쉽지 않은데 트레프푼크트가 그걸 해낸다.


Treffpunkt m. 남성 1. 집합[회합] 지점, 만나는 장소

이름덕후, 독일덕후 가산점 +20


추천지수: ★★★☆

재방문의사: ★★★★☆


#11 코엑스 조앤더주스


저녁 대용으로 아보카도 셰이크를 사 먹으려고 들어갔는데, 주문 1초 전에 신메뉴 메뉴판을 보고 홀린 듯이 이거 달라고 말하고 있더라. 바로 아보카도 커피 '아보카조'.


물론 '조앤더주스'가 특별할 게 없는 체인점이라 이 리스트에 포함할까 말까 백 번 고민했으나, 외면하기에는 너무 맛있었다. 그만큼 아보카도가 다했다.


추천지수: ★★☆  

재방문의사: ★★★★


#12 방이동 삼쓰리셋


뜨거웠던 어느 여름의 한낮, 너무 덥고 힘들고 지쳐 쓰러지기 직전에 찾아 들어간 '오아시스' 같은 곳. 에어컨에 선풍기까지 풀가동 중이었지만, 그보다는 메탈이 주는 특유의 시원함이 쿨하게 느껴져 행복했던 곳.


모든 게 예사롭지 않다. 들어가자마자 반겨주는(?) 대문짝만 한 Ed Atkins 액자, 곳곳에 있는 붉은 물감이 튀긴 그림, 그리고 사장님이 열혈팬이신 걸로 추정되는 Cigarettes After Sex의 음악까지. 모던 예술의 집합소라고 표현하면 너무 오버일까. 호불호가 심하게 갈릴 타입, 나는 물론 극호.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순식간에 들이켰는데 약간 취하는 느낌이었다.


추천지수: ★★★★☆

재방문의사: ★★★★★


#13 삼선동 커피매터스


거슬리는 것 없이 모든 게 조화롭게 정돈되어 있다. 12시 정각에 이 날의 첫 손님으로 입장했는데 첫인상 점수 +10. 창가나 벽을 보고 혼자 앉을 수 있게 세팅된 테이블이 마음에 들었다. 달콤 고소한 코코플랫 한 잔을 시켜놓고 책 한 권 읽기 좋은 분위기였다.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이곳을 구성하는 요소들로 봤을 때 여기는 조용해야만 하는 분위기 같지만 이미 너무 인기가 많다. 사람이 드나드는 소리, 수다 소리, 셔터 소리를 무시할 수 없을 것. 조금 아쉬웠지만 카페는 내가 소유하는 게 아니니까.


한적함을 찾는다면, 커피를 마시고 나와 바로 앞 성북천을 따라 산책할 것을 추천한다.


추천지수: ★★★☆

재방문의사: ★★★★  


#14 성북동 제뉴어리피크닉


'성북동의 작은 스위스'를 꿈꾼다는 카페. 곳곳에 스위스 엽서와 장식품이 눈에 띄고, 손님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달아놓았다는 스위스의 노란 우체통은 이곳의 상징이 되었다. 마음에 쏙 들게 건강해 보여 주문한 샌드위치 이름도 '그린델발트 샌드위치'.


사장님이 어떤 분이신지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아마 본인을 닮은, 그래서 좋아하는 것들로만 가득 채운 결과물이 바로 이런 일관된 컨셉이 아닐까 하는 생각.


개인적으로 이 카페의 킬링 포인트는 크레파스로 삐뚤빼뚤하게 쓴 조카의 개업 축하 편지. "고모 커피샤 잘하시요 - 박00이 올림" 너무 귀여워버려서 고모미소, 처음으로 조카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천지수: ★★★★  

재방문의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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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c_카페투어 for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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