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리터 Sep 17. 2018

9월에 마신 7개의 카페

위례 - 성수 - 강남 - 성북

가끔 마시러 떠납니다. 취향과 분위기 소비를 즐깁니다.

매달 다녀간 카페들을 개인적으로 기록하기 위해 사진과 함께 짧은 평을 남겨놓습니다. 카페에 대한 감상은 지극히 주관적이며, 방문 목적과 시간대, 주문 메뉴, 날씨, 운 등에 따라 크게 좌우될 수 있습니다.




1. 위례 코그노센티


요즘 샌드위치에 꽂혔다. 샌드위치가 '꽂힐 만한' 음식이냐 묻는다면 고개를 들어 코그노센티를 보라고 말하고 싶다. '갈릭포크바게트'를 먹었는데 따뜻하고 포근하고 훈훈한 맛이었다. 돼지 불고기에 마늘과 치즈 조합, 가장 예상 가능하고 안전하면서도 늘 옳다. 이름과 명성과 샌드위치 맛에 비해 인테리어나 분위기는 다소 평범했던 게 약간의 아쉬움 포인트.



2. 위례 데일리오아시스


씹덕 터지는 음료 비주얼로 유명한 대구 카페 '데일리 오아시스', 위례에도 생겼다는 소식에 다녀왔다. 우유 베이스 음료에 말차 아이스크림과 젖소 모양의 쿠키가 올려진 '말차먹었소'를 주문했다. 어떤 맛이냐고? 생긴 것처럼 '귀여운 맛'. 정신 놓고 퍼 먹는데 어린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선인장 쿠기가 올려진 음료와 사막을 형상화한 티라미수도 먹어보고 싶었는데, 언젠가 여러 명 데리고 와서 예쁜 메뉴 다 시켜보고 싶은 곳.



3. 위례 위클리커피

 

위례 신도시를 닮은 카페. 아직 입주 중인 아파트 단지 상가에 있는 이 작은 카페는 참 하얗고 아무것도 없다. 뭐든 다 새 것인 위례 그 자체다. 분명 공간은 텅 빈 느낌인데 사람들은 뺵빽하게 벽에 붙어 앉아 각자 커피를 마시는 곳. 조금 낯선 분위기였지만 사장님들은 친절하시고, 주문한 크림라떼는 달고 맛있었다.


여기 찾아온 이유 8할이 저 로고였다. 그냥 웃고 있는 얼굴일 뿐인데 이렇게까지 귀여울 일인가. 특히 테이크아웃 컵에 그려진 얼굴이 좀 더 귀엽다. 최소한의 요소로 확실한 아이덴티티를 드러내는 법. 오늘도 배운다.



4. 성수동 TBD


지나가며 볼 때마다 텅 비어있어서 뭐하는 곳이지 싶었던 곳, 간판도 없어 입구에 놓인 러그만 이곳의 이름을 말해준다. 심플하기 그지없는 이 공간은 알고 보니 낮에는 이렇게나 맛있는 샌드위치를 파는 곳이었다. 무화과와 살구 바게트 샌드위치, 달달하게 졸인 처트니와 치즈를 같이 먹으니 세상 맛있네. 세트로 커피를 함께 주문했는데, 커피를 담아주는 병도 이곳과 잘 어울리게 모던하고 예쁘다. 아주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고 나온 기분. 다른 샌드위치도 먹어보고 싶고, 저녁에 와인과 안주를 파는 분위기도 느껴보고 싶다.



5. 성수동 로우키


유명한 남양주 로우키의 성수점. 분명 예쁘고 세련됐지만, 원래 이 건물에 남아있는 요소들에 마음 편안해지는 우드 소재를 써서, 일부러 꾸며내지 않은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연출된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주문하고, 제조하고, 커피와 관련 굿즈를 진열해둔 쇼룸이 있고, 안쪽에는 삥 둘러앉아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별도의 커피 라운지가 있다.


커피 라운지는 과장 조금 보태서, 스텀프타운 커피가 있는 포틀랜드 에이스호텔 로비와 닮았다. 신문과 잡지가 놓인 큰 탁자를 중심으로 여러 사람들이 모여 앉는 건 분명 한국 카페에는 잘 없는 구도다. 포틀랜드와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나를 포함 모든 이들이 둘러앉아 폰만 보고 있었다는 점...



6. 테라로사 포스코센터점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오졌다"라고 탄식을 내뱉었다. 엄청난 스케일의 이 공간이 책으로 꽉 메워져 있었다. 한쪽 벽면이 전부 책장인 건 물론, 테이블에도 빽빽하게 꽂혀 있었다. 주로 사진집이나 예술 관련 원서들이고, 대충 봐도 몇 만 권은 되어 보였다. 책장 틈으로 채광이 들어오고, 뒤에 있는 가로수가 은은한 배경이 되어주어 장관을 연출한다. 책이 이렇게나 멋있는 겁니다!


단 한 가지 흠은 이 귀한 책들이 다 그저 장식용이라는 것. 꺼내 볼 수 없고, 만져서도 안 된다. 여기 멋있어서 돋았던 소름이 쏙 들어가던 반전.



7. 동선동 카페동선동


여기서 5분 거리에 있는 초등학교를 다녔기에, 오랜만에 왔어도 낯익은 곳. 성신여대 입구와 미아리고개 딱 그 중간쯤에 있다. 자리에 앉아 창밖을 보면 오른쪽은 빌딩과 각종 프랜차이즈가 넘쳐나는 여대 앞 번화가, 왼쪽은 저 멀리 아파트촌 앞에 와글와글한 점성촌. 정말 특이한 광경 한가운데 멀뚱멀뚱 서 있는 킨포크 감성 카페다.


이곳 메뉴 중 '새우 오꼬노미야끼 스콘'이 너무 궁금해서 와봤다. 꽤 만족스러웠다. 진짜 실한 새우가 두 마리 들어있고, 가다랑어포가 춤추고, 밀가루와 잘 어울리는 데리야끼 소스와 마요네즈는 역시 빵과도 잘 어울린다. 다른 데 다 있는 그런 메뉴 말고, 그곳에 가야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메뉴를 찾게 된다.



+ 긴 유럽여행을 앞두고 있어, 이번 달 카페투어는 소박하게 7개만 :)



개별 사진의 무단 공유 및 불법 도용을 금합니다.

#jc_카페투어 for more

매거진의 이전글 8월에 마신 12개의 카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