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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리터 Nov 18. 2018

10월에 마신 5개의 카페

혜화 - 성북 - 양재 - 서촌 - 한남

가끔 마시러 떠납니다. 취향과 분위기 소비를 즐깁니다.

매달 다녀간 카페들을 개인적으로 기록하기 위해 사진과 함께 짧은 평을 남겨놓습니다. 카페에 대한 감상은 지극히 주관적이며, 방문 목적과 시간대, 주문 메뉴, 날씨, 운 등에 따라 크게 좌우될 수 있습니다.


+10월 말에 귀국했기에, 10월 (국내) 카페투어는 소박하게 5개만 :)




1. 혜화 mrd


성균관대 후문, 학생들의 하숙/자취촌 골목 일대에 자리한 신상 카페. 다소 촌스럽고 투박한 갈색 벽돌 건물들에 둘러싸여 그런지 유독 (긍정적인 의미로) 튄다. 이 공간에 있는 모든 가구와 사물이 다 블랙&화이트로 통일되어 세련된 안정감을 준다. 


인상적이었던 포인트는 가게 입구에 붙어있는 평면도와, 주문할 때 손님이 연필로 직접 체크하는 주문서 겸 영수증, 그리고 원하는 대로 집어갈 수 있는 스티커. 별 거 아닐 수도 있는 종이 쪼가리가 이 공간의 이해를 돕고, 떠나서도 간직하고 추억하게끔 한다.


손님도, 직원들도 이 구역에 나 빼고 다 성대생인 것 같아 약간 뻘쭘했던 건 비밀. 




2. 성북 숑디인오하라


성신여대와 보문역 일대를 거닐다 보면 심심치 않게 기와지붕을 발견할 수 있다. 주로 빌라나 상가 같은 저층 건물 뒤나 사이에 빼꼼 숨어있다. 한옥을 개조한 가드닝 카페라는 이곳도 어디가 입구인지 헷갈리는 곳에 숨어있다. 


나무와 풀이 무성한 가운데 정원을 둘러싸고 앉을 수 있는 벤치나 테이블이 배치되어 있고, 마당을 포함한 집 전체는 얇은 흰 천으로 덮여있다. 집 안채와 마당 사이의 벽도, 문도 없다. 실내와 실외의 경계의 모호함이 주는 매력, 서울 시내에 몇 채 안 남은 한옥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고 온 곳. 


교토의 오하라 마을을 모티프로 만들었다는데, 오하라는 안 가봐서 그런지 생각보다 일본 특유의 느낌은 없었다. 오히려 한옥의 정취와 잘 가꾼 실내 정원이 만났을 때의 친근함 속 신선함이 컨셉이었다면 어땠을지.  



3. 양재 카페캐틀앤비


양재 쪽에 볼일이 있어 '양재천 카페거리'를 처음 가봤는데, 여기를 카페거리라고 부를 수 있는 건가 싶을 정도로 갈 만한 카페 찾기가 어려웠다. 그나마 오픈했고, 자리가 있고, 한번쯤 들어봤던 카페 캐틀앤비. 스타 셰프 레이먼킴 카페로 알려진 곳. 


소감은? 음.. 전형적인 한국의 대형 카페, 간판 없는 카페베네, 이 중에 하나쯤은 네 맘에 드는 게 있겠지 느낌. 메뉴도, 인테리어도 모두가 무난히 좋아할 만한 것을 추구하다가 결국 그 누구의 취향도 반영하지 못한 건 아닌지. 무엇보다도 천장이 높고 소리가 울리는 구조라 너무 시끄러웠다. 가실 분들은 꼭 참고하시길. 



4. 서촌 프로젝트온더로드


10월의 마지막 날, 더 늦기 전에 이 뷰를 놓치고 싶지 않아 찾아갔던 곳. 경복궁 돌담길과 샛노란 은행나무 뷰가 선사하는 가장 아름다운 서울의 가을 뷰를 즐길 수 있다. 창가에 앉아 숨을 들이쉬면 정말이지 가을이 내 안으로 빨려 들어오는 기분. 


뷰 좋은 카페로 한창 소문났을 때라 사람이 끊이질 않았다. 나도 운 좋게 창가에 한 자리가 나서 겨우 앉았는데 자리 경쟁으로 인한 소동이 몇 차례 있었다. 웨이팅과 자리 케어(..라고 쓰고 싸움 중재), 메뉴 설명, 서빙까지 혼자 다 하시는 사장님은 손님이 많아 기쁜 마음이셨을지, SNS 핫플로 변질(?)된 것에 대한 아쉬운 마음이셨을지 문득 궁금해졌다. 내가 재작년에 한번 갔었는데 "전에 오신 적 있죠?"라고 인사하신 건 진짜 나를 기억해주셨던 거였는지도. 


메뉴판에 없는 스페셜 메뉴, 스칼렛(빨간색, 히비스커스+레몬)과 빈센트 (노란색, 생강+레몬) 차 음료는 한 번쯤 꼭 마셔볼 만하다. 그리고 모녀가 함께 가면 사장님이 엄청 좋아하시며 서비스도 주신다. 



5. 한남 콜렉티보 커피 컴퍼니 


약속 전에 애매하게 시간이 떠서, 혼자 오래 앉아있어도 눈치 보이지 않을 만한 곳을 찾아갔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잘못 와버렸네. 화장품 브랜드 행사 중이었는데 그냥 제품 진열해놓고, 사진 걸어놓는 수준이 아니었다. 이 브랜드와 콜라보(?)한 에이드+마카롱 메뉴도 한정 판매하고 있었고, (그냥 커피 한 잔 시킨 후에야 알았다) 갈색 벽돌을 소재로 한 인테리어를 기대하고 올라갔으나 브랜드와 어울리게 벽과 테이블 위에 흰색 타일을 덧씌웠으며, 내가 자리 잡은 3층은 아예 인증샷을 찍고 사은품을 받아가는 이벤트 부스로 탈바꿈했다. 카페를 즐기러 갔다가 처음 들어보는 화장품 브랜드 체험을 하고 온 뜻밖의 경험. 


다음에 언젠가 다시 올게요. 이벤트 안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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