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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리터 Nov 30. 2018

11월에 마신 12개의 카페

해방촌 - 송파 - 성북  - 공릉 - 성수 - 중화 - 을지로

가끔 마시러 떠납니다. 취향과 분위기 소비를 즐깁니다.

매달 다녀간 카페들을 개인적으로 기록하기 위해 사진과 함께 짧은 평을 남겨놓습니다. 카페에 대한 감상은 지극히 주관적이며, 방문 목적과 시간대, 주문 메뉴, 날씨, 운 등에 따라 크게 좌우될 수 있습니다.




1. 해방촌 오랑오랑


친구와 해방촌에서 밥 먹고 카페 어디 갈까 고민하다, 요즘 SNS에서 핫하다는 디저트 카페 사진을 몇 개 보여줬는데 그래도 클래식 이즈 더 베스트 아니냐며 오랑오랑으로 결정. 신흥시장 안에 간판도 없고, 외관도 허름하지만 오랑우탄 사인을 보고 찾아오면 된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여기 계단이 역대급으로 좁고 가파르다는 것. 커피 두 잔을 들고 올라가는데 아슬아슬, 3층 옥상은 포기. 2층 창가 자리에 앉았는데 턱 막힌 벽돌벽 뷰에 다소 당황스러웠지만. 나름 오랜만에 느껴보는 정취라 즐길만했다.


2. 송파 얼터너티브커피 로스터스


alternative, 이름부터 다른 곳과는 차별화된 것만 같은 기대감을 주는 곳.


단호박 크림이 올라간 스매싱펌킨과 쑥 크림이 올라간 노이즈가든이라는 아인슈페너 메뉴가 유명하다. 고민 끝에 단호박으로 결정. 물론 크림 자체는 달고 무겁고 막 퍼먹기에는 부담스러웠지만, 그 아래 숨어있는 라떼가 깜짝 놀랄 만큼 고소했다. 여기 송리단길 라떼 맛집이었네.


3. 성북 네임드에스프레소


SNS에서 아주 간혹 이곳의 불친절함(?)을 토로하는 후기를 본 적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분명 요즘 '인스타에서 핫한' 카페들과는 결이 다른 곳이다. 가게 입구에 붙어 있는 시선 강탈 안내문이 잘 말해준다. 하지 말라는 거 안 하고, 지킬 거 지키면 충분히 편하고 좋구먼.

안내문이 경고(?)한대로 음악 소리는 정말 컸지만, 오히려 이내 적응되며 편해졌달까. 어찌 보면 어둡고 휑할 수 있는 이 공간을 비로소 가득 채워주는 듯한 느낌도 있고. 오히려 음악 소리가 크니까 사람들도 목소리를 높이기보다는 조용하게 대화하고, 나처럼 혼자 온 손님들도 커피에 집중할 수도 있었다.


이렇게 대중향 인스타 감성이 아닌, 주인만의 색깔이 잔뜩 묻어나는 카페는 오랜만에 본 터라 반가운 마음에. 직접 반죽해 만드시는 쿠키 등 베이커리도 꽤 맛있으니 가볍게 드셔 보시길.


4. 성북 살살솔트앤샐러드

 

오픈한 지 정말 얼마 안 된, 반짝반짝 깔끔한 화이트톤의 샐러드&샌드위치 가게. 직접 만드시는 수제 소금이 차별화 포인트로, 이곳만의 독특한 인테리어도 소금 결정 모양을 컨셉으로 잡으셨다고 한다. 저녁 시간에는 와인바로 변신할 예정이라는데 또 다른 분위기일 듯.

 

대표 메뉴인 살살 샌드위치를 주문했는데 처음에 소스에서 살짝 멕시칸, 케이준 느낌의 맛이 나서 좋았다. 그런데 샌드위치의 반 이상이 루꼴라라서 나중에는 루꼴라 맛 밖에 안 나는 것 같은 기분 탓. (사장님 말씀으로는 거의 샐러드와 같은 양이 들어간다고..) 개인적으로 음식 먹을 때 에이드를 즐기지 않아서, 샐러드나 샌드위치와 잘 어울리는 음료가 몇 가지 더 있어도 좋겠다.


5. 공릉 썬릿


오픈했을 때부터 가봐야지 했는데 오히려 너무 가까워서 이제야 가보게 된 샌드위치 전문점. 인스타로 공지하는 Today’s Sandwich를 비롯한 샌드위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키쉬, 수프 등을 판다.


첫 방문에는 가게 이름을 딴 메뉴를 먹어보는 편이다. 아무래도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자신 있는 시그니쳐 메뉴가 아닐까. 썬릿 샌드위치는 그냥 빵이 아닌, 브레첼을 사용하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 자체만으로도 맛있는 빵 사이에 사과가 들어있는 샌드위치는 실패할 일이 없다. 만족스러웠던 가벼운 점심. 식사 후 커피나 디저트는 바로 아래 1층에 있는 던모스에서 즐기면 된다.


6. 공릉 비스킷플로어


오랜만에 다시 온 비스킷플로어, 아마도 네 번째 방문. 공릉 일대가 일명 '공트럴파크'라 불리며 카페촌으로 주목받을 시기에, 딱 좋은 센터 위치에 문을 연 곳으로 기억한다. 다른 곳에선 대체 불가한 이곳만의 특별함을 꼽기는 사실 어렵다. 그런데 그냥 편하고 좋다. 비스킷 같이 생긴 나무 바닥도, 특이한 모양의 테이블도, 공릉 도깨비시장 앞길이 훤히 보이는 큰 창도 그냥 좋다.


쿠키 냄새가 코를 찔렀으나 꾹 참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주문했다. 이 날 따라 유독 산미가 강하다고 느꼈는데 나쁘진 않았다.


7. 성수 그레이트커피


아포가토에 와플이 얹어져 있는 '와포가토' 비주얼에 반해 찾아간 곳. 커피도 마시고 싶고 디저트도 시키고 싶은데 혼자라 부담될 때 좋은 메뉴 같다. 와플에 아이스크림에 에스프레소, 당연히 맛이 없을 수 없는 조합.


서울숲 근처지만 앞-옆은 벽돌집, 뒤는 중학교로 생각보다 창밖으로 비치는 풍경이 예쁘지는 않아 조금 아쉬웠다. 단풍이 좀 더 무성한 가을에 왔으면 덜 허전했으려나.


8. 성수 로우커피스탠드


좁고 지저분한 성수동 뒷골목길에 숨어있는 일본에나 있을 법한 무지 감성의 커피 스탠드. 그러고 보니 한국에서 '커피 스탠드'나 '키오스크' 같은 개념을 잘 못 본 것 같다. 테이크아웃 커피만을 취급하는 곳이라도 대부분 건물 내 점포의 형태이지, 이렇게 골목길 귀퉁이에 붙어있는 느낌은 아니니까.


이렇게 크고 맛있는 아메리카노가 단돈 2000원이라니. 이 가격에 잠시나마 일본에 카페 여행 와있는 듯한 기분까지 즐길 수 있으니 대박적인 가성비. 잠깐 앉아서 마시고 갈 수 있는 따뜻한 난로와 의자, 8명 정도 들어갈 수 있는 작은 실내 공간도 준비되어 있어 커피 스탠드 치고는 매우 상냥한 편.  


9. 중화 육공사


뭔가 미쿡의 맛이 당겨 브런치 먹으러 다섯 번째 방문. 개취로 아보카도 토스트를 제일 좋아하지만 이 날은 기분이 그릴드치즈였다. 거친 호밀빵 속에 부드럽고 진득하게 흘러내리는 치즈, 그 사이에 숨어있는 약간의 단맛이 이 샌드위치의 킥. 조금 느끼하다 싶을 때 페퍼 가루를 찍어 먹으면 완벽한 '단짠느매' 조합 완성이다.


그사이에 육공사만의 빨간 돌고래 모양 로고와 깔끔한 한국어 메뉴판, 선물 받으신 듯한 귀여운 그림액자가 생겼다. 오늘은 커피도 크로우캐년 레드컵에 받았네. 가게 앞 도로가 공사 중이라 썩 쾌적하지 못한 뷰였을 수 있는데, 군데군데 보이는 레드 포인트 덕분에 산뜻하게 식사를 마쳤다.


10. 공릉 이너모스트


원래 가려던 카페가 안 열었길래 근처에 들어간 곳. 사실 지난번 방문 때 이곳의 시그니처인 '양버터 토스트'를 먹었는데 귀여웠지만 너무 느끼해서 썩 좋지 못한 기억이 있었다. 차 전문점인 만큼 이번에는 바틀 밀크티를 주문해봤는데 깔끔하고 괜찮았다. 예쁘게 썰어 서비스로 주신 과일을 곁들이니 여기가 영국이고 지금이 애프터눈 티파티고 그런 기분.


사실 인테리어는 요즘 카페에 흔한 빈티지 소품, 킨포크 잡지, 마티스 그림 액자류다. 그런데 유독 주방에 자꾸 시선이 가더라. 예쁜 도구들이 필요한 곳에 가지런히 정리된, 저런 주방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이하게 카페 안에 핑크색 빈티지카가 있으니 포토스팟을 찾는다면 참고하시길.


11. 을지로 비읍커피


서울시청 옆에 있어 근처 직장인들이 스페셜티 커피를 주로 테이크아웃 해가는 곳인 듯하다. 스페셜티 커피 잘 모르지만 이곳에 꼭 오고 싶었던 이유는 참 단순하다. 1번 이름이 귀여워서, 2번 노랑에 블랙 앤 화이트 조합 좋못사 하는 사람이라.


그래도 커피에 대한 예의로 집중해서 마셔봤다. 싱글오리진을 주문했는데 향은 고소하면서도, 맛이나 목 넘김이 너무 무겁지 않아 좋았다. 안쪽에 앉을 수 있는 좌석이 있지만, 썩 편하지는 않아서 근처에 청계천을 따라 걸으며 남은 커피를 비웠다.


12. 을지로 바캉스커피


살다 살다 9층에 있는 카페는 처음 봤다. 정말 이 위에 핫한 신상 가오픈 카페가 있는 걸까 싶은 빌딩 맨 꼭대기 층이다. 테라스에서 보이는 광경이 인상적이다. 더 높은 옆 빌딩들에 턱턱 가로막혀 있는데, 답답하기보다는 오히려 도심의 세련된 조형물 역할을 해준다.


시그니처 메뉴인 '바캉스라떼'에 깔려있는 시럽부터 방석, 와이파이 사인, 창문까지. 쨍한 하늘색을 곳곳에 잘 활용했다. 하늘색은 이름 그대로 '하늘의 색'이라, 어디에나 있지만 언제나 볼 수는 없는 색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곳은 멀리 떠나지 못하는 이 도시의 현대인들을 위한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의 바캉스가 되어주지 않을까. 날 풀리고 내년 여름쯤에 오면 바캉스 기분 제대로 날 것 같다. 플레이리스트에 샤이니의 '뷰'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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