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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리터 Dec 30. 2018

12월에 마신 9개의 카페

영등포 - 별내 - 을지로 - 한남 - 종로

가끔 마시러 떠납니다. 취향과 분위기 소비를 즐깁니다.

매달 다녀간 카페들을 개인적으로 기록하기 위해 사진과 함께 짧은 평을 남겨놓습니다. 카페에 대한 감상은 지극히 주관적이며, 방문 목적과 시간대, 주문 메뉴, 날씨, 운 등에 따라 크게 좌우될 수 있습니다.




1. 영등포 헤비로테이트


난생처음 와본 영등포구 도림동. 요즘 내 생활 반경 안에서는 보기 힘든 정말 '옛날 동네'였는데, 그 한가운데 있는 '헤비로테이트' 역시 세월의 정취가 느껴지는 오브제들로 가득했다. 할머니 댁에 있을 법한 그림과 화분이 조금 뜬금없을 수는 있는데, '작은 무릉도원을 상상해봤다'는 설명을 들으니 바로 수긍된다. 요즘 시대의 '욜로'와는 조금 다른 결의 여유인 선조들의 '풍류'. 옛것을 오늘날에도 세련되어 보이게 하는 기획과 디자인은 늘 옳다. 내가 사는 곳과 가까웠으면 자주 들렀을 법한 아지트.


2. 별내 프린시플커피컴퍼니


(동네 주민으로서 말하자면) 별내에 카페는 참 많지만 계속 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곳은 없다. 카페거리가 처음 생긴 2015년 무렵에 다들 멈춰있고, 요즘 트렌드에는 많이 뒤처져 있는 듯해 아쉽다.


그런 별내 카페들 중 그래도 요즘 가장 괜찮다고 생각하는 곳. 공간도 크고 깔끔하고,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탁 트여 좋다. 커피에 대해 잘 모르지만, 어디선가 보기로 사장님이 바리스타 스쿨 대표시고, 국내에 몇 대 없는 엄청 고급 머신을 쓰신다고. 최근 디저트/베이커리 메뉴도 개선 중이신 것 같은데, 직접 구우셨다는 브라우니가 퀄리티가 기대 이상이라 놀랐다.  


3. 한남 콰르텟


잠깐 처리해야 할 일이 생겨, 근처에 와이파이를 찾아가게 된 콰르텟. 한창 오픈 초기에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바글바글했는데, 월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같은 장소 맞나 싶을 정도로 한적했다. 덕분에 여유로운 밤 커피를 즐기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간판이나 메뉴판에 영어를 쓰는 카페는 흔하지만, 유독 콰르텟은 외국에 와있는 듯한 이국적인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미국 서부 대도시, 그중에서도 샌프란시스코 어딘가에 있을 법한 느낌 (근거 없음 주의)


4. 을지로 십분의일


허름한 문에 '커피 치즈 와인 맥주 각종안주 소주없음'이라고 테이프로 삐뚤빼뚤 붙여놓은 입구로 가장 유명한 곳. 웨이팅 때문에 밖에서만 보고 발걸음을 돌린 적이 많았는데, 드디어 안에 들어와 보니 생각했던 것과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엄청 낡고 힙할 줄 알았는데, 마치 누군가의 작업실에 놀러 와 한 잔 하는 듯한 포근하고 편안한 느낌이랄까.


나는 포르투 와인을 마셨지만, 하우스 와인 가격도 괜찮고 분위기·맛 뭐 하나 빠지는 게 없어서 을지로에서 와인이 당긴다면 또 한 번 찾고 싶은 곳.  


5. 을지로 잔


주문하기 전에 음료가 담길 '잔'을 직접 고르는 재미가 있는 곳. 한쪽에 다양한 빈티지 유리잔과 자기 찻잔이 진열되어 있어 없던 식기 욕심도 생길 지경이다. 저녁 7시 이후로는 와인만 주문 가능한데, 커피잔을 고르라 했으면 신났을 테지만, 아쉽게도 와인잔으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많지 않았다. 미친 척하고 제일 큰 빈티지 컵을 고를 걸 그랬나, 그러면 그만큼 많이 따라줬으려나.


높은 천장 조명 아래, 샹들리에처럼 각종 유리잔을 매달아놓은 화장실이 절경이고 장관이니 한번 구경(?)해보시길.


6. 한남 BNHR


예전에 녹사평역 쪽에 있을 때 가보고, 매장 이전하고서는 처음 찾은 BNHR. 신기할 정도로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가득하다. 노란색과 흰색, 그리고 약간의 빨간색 포인트만으로 군더더기 없이 만들어낸 깔끔한 공간. 모든 사물에 'BNHR'이라고 쓰여있는 레터링 스티커/테이프로 정체성을 부여한 브랜딩까지. 먼 훗날 나의 공간이 생긴다면, 가장 좋은 레퍼런스가 되지 않을까 싶은 곳.


곧 크리스마스라고 라마르조꼬 에스프레소 머신에 루돌프 코랑 뿔 달아놓은 센스에 무릎을 탁 치고 갑니다.


7.  한남 비컴카페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 입장을 기다리며, 근처에서 팬들이 컵홀더 이벤트를 준비했다고 해서 찾아간 카페. 음료를 주문하면 가수의 얼굴이 인쇄된 컵홀더와 포토카드를 주는 방식이다.


굳이 이 곳을 찾아온 나 같은 팬들은 많고, 입장 시간은 다가오고, 초조하게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음료가 나왔다. 핫초코는 예쁘지만, 너무 오래 기다렸고, 사진 찍으려고 하니 순식간에 녹아버려서 내 마음도 그렇게 허무해졌다. 다음에 이벤트 안 할 때 다시 와보는 걸로.


8. 한남 울프소셜클럽


1년 전 어느 추운 겨울날, 몸을 녹이려 이곳에서 뱅쇼를 마시다 뒤를 돌아보니 첫눈이 내리던 풍경이 잊히질 않는다. 공교롭게도 올해에도 겨울 저녁 무렵에 다시 방문해 뱅쇼를 마셨다. 그래서인지 나에게는 유독 겨울밤에 잘 어울리는 공간으로 기억된다. 한쪽 벽면을 LP로 가득 채운 인테리어, 실내를 은은하게 밝혀주는 노란 불빛, 그리고 떠도는 잔잔한 재즈 음악까지.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따스한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은 곳이다.


허기를 달래기 위해 주문한 치즈스피니치 샌드위치도, 함께 나온 단호박 수프도 포근한 맛. 다음에는 꼭 '천국의 맛'이라는 시그니처 메뉴 '버터 크림 헤븐'을 맛봐야지.


9. 종로 나무사이로


내자동, 사직동, 필운동. 이름에서부터 옛 동네의 정취가 느껴지는 종로구 경복궁역 일대의 고즈넉한 한옥 카페다. 한옥 고유의 구조를 잘 활용해 구석구석 재미있는 공간이 많다. 차근차근한 대화를 나누기에 좋은 곳. '서울 3대 커피'로 꼽힌다는데 밤늦게 간지라 뱅쇼에 디저트만 맛봤네. 날 풀리면 야외 마루에 앉아, 커피와 함께 이곳의 정취를 즐겨봐도 좋겠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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