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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리터 Mar 01. 2019

2월에 마신 11개의 카페

잠실 - 성수 - 갈매 - 한남 - 방이 - 후쿠오카 - 나가사키

가끔 마시러 떠납니다. 취향과 분위기 소비를 즐깁니다.

매달 다녀간 카페들을 개인적으로 기록하기 위해 사진과 함께 짧은 평을 남겨놓습니다. 카페에 대한 감상은 지극히 주관적이며, 방문 목적과 시간대, 주문 메뉴, 날씨, 운 등에 따라 크게 좌우될 수 있습니다.



1. 석촌 PRDT페리도트


송파 쪽에서 간단히 한 끼 때워야 할 때 가면 좋겠다고 생각해둔 곳. 목적은 단 하나 '무스비 플레이트'였다. 하와이 주먹밥이라고 할 수 있는 무스비 다섯 조각에 우롱차, 과일 한 조각에 5000원이니 가성비 괜찮은 편. 내가 갔을 때 타이밍이 안 맞았는지, 음식이 나오기까지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던 건 아쉬웠지만. 음식을 즐기는 경험 자체는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다. 이렇게 정갈한 한 끼를 너무 배부르지 않을 만큼 먹었을 때의 기분이 좋다.


2. 잠실 롼스 (5. Lawns 7:04)


작년에 오픈했을 때 한창 핫했던 카페.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다. 사장님 두 분이 공통으로 좋아하시는 곡의 트랙 넘버, 제목, 시간의 조합. 음악도, 음악 장르도, 가수도 아닌 하나의 곡 자체가 이름이자 컨셉이 되는 곳. 얼마나 좋아하는 노래라면 가능한 걸까. 보이지 않는 7분 4초라는 시간을 공간으로 재현해내는 일.


'Lawns'를 들어본 적은 없지만 아마도 이곳처럼 블랙과 짙은 벽돌색이 잘 어울리는 무게감 있는 곡이 아닐까 싶다. 흔한 화이트 계열 카페가 아니라 한층 차분한 느낌이 들었고, 시그니처 메뉴라고 해서 주문해본 커피 젤리도 딱 롼스같이 생겼다. 이런 일관성 있는 카페를 좋아한다.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테이블과 의자가 따로 없고 나무판으로 되어있는 벤치에 일렬로 앉아야 하는데, 너무 딱딱해서 여유를 즐길 정도로 오래 앉아있기에는 불편했다.


3. 성수 멜로워


'빵 공장' 같은 곳. 들어가자마자 카페 한가운데 보이는 빵 진열대로 달려가게 되어 있다. 식빵부터 케익까지 종류가 다양해서 눈 돌아가고, 고소하고 달달한 냄새도 기가 막히고, 또 몇몇 빵 위에 'MELLOWER'라고 글씨가 새겨진 게 왜 이렇게 귀엽던지. 역시 빵은 보고만 있어도 기분 좋아지는 무언가가 있다. 먹으면 더 좋고.


인테리어 곳곳에 노란색으로 포인트를 준 게 눈에 띈다. 알게 모르게 식욕을 돋워주는 역할을 하는 듯하다. 성수동치고 공간 자체도 큰 편이라 오래 머물러야 하거나, 단체로 가야 할 곳을 찾을 때 좋겠다. 다이어트 따위 생각 안 해도 될 때 빵 쌓아두고 하루 종일 죽치고 앉아있고 싶은 곳.


4. 성수 천상가옥 (성수연방)


성수에 새로 오픈한 복합 문화공간 '성수연방' 맨 위층에 생긴 카페. 투명한 천장 위로 하늘이 보이는 구조가 포인트, 이름을 참 직관적으로 잘 지었다. 요즘 제주에서 핫한 카페 협재식물원 도시 ver. 같기도 하고.  비 오는 날 가서 아쉬웠는데 햇빛 쨍 맑은 날에 가면, 정말 커피 마시면서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을까.

성수연방 1층 '인덱스 카라멜' 리뷰도 짧게 남겨 보자면, 한 마디로 '한국의 넘버 슈가'라고 할 수 있겠다. 여러 가지 맛의 고급 수제 카라멜을 제법 있어 보이는 박스에 포장해주는 방식. 가장 인기가 많다는 '화이트 트러플&솔트'맛을 구매했는데, 한 입 베어 뭄과 동시에 천국 가는 줄 알았다. 입 안에 퍼지는 트러플 향기에 정신 못 차리고 있을 때 달고 짠맛이 확 감아버리는 소용돌이 같은 맛. 낱개로는 하나에 2900원.


5. 갈매 빈플레이버


우사단에 있는 세임 카페의 갈매점이었던 곳. 인테리어는 거의 그대로인데 오랜만에 가니 상호명이 바뀌었다. 다른 카페에서는 잘 느껴볼 수 없는 특유의 미래지향적인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네온사인과 선인장, 앙리 마티스의 그림을 촌스럽지 않게 조합해둔 예.  


공간이 넓은 편이라 텅 빈 것 같아 보이면서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기저기 디테일이 많다. 특히 매거진 B, 매거진 F, 어라운드 등 읽을거리가 많이 비치되어 있어서 빈 손으로 가도 혼자 시간을 보내기에 좋다. 집에서 도보 가능한 거리에 이런 곳이 있어 다행이다.


6. 한남 33아파트먼트 


전부터 한 번쯤 가봐야지 싶긴 했는데 사실 이 날 원래 가려고 했던 카페에 자리가 없어서 얼떨결에 가게 된 곳. 흰 타일의 외관 사진이 유명해서 딱 요만한 카페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앉을 수 있는 지하 공간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다. 아무래도 지하라 사람들의 수다 소리가 좀 울리는 건 아쉬웠지만.


듁스 커피를 취급하는 곳답게 호주 느낌이 났다. 커피 메뉴는 딱 black or white였는데, 따뜻한 white 커피는 쌀쌀한 날 몸을 녹이기에 딱 좋았다. 한남동에서 제대로 된 호주 스타일의 커피를 마시고 싶다면 찾아가 봐도 좋을 곳.


7. 방이 필커피


햇살이 좋은 평일 낮에 시간이 나면, 혼자 카페에 가서 샌드위치 류로 가벼운 점심식사를 하는 걸 즐긴다. 오랜만에 그런 시간을 보내고 싶어 좋은 곳을 찾다 보니 방이동까지 갔다. 생각보다 더 골목에 있고, 더 작았던 카페. 이 날의 첫 손님으로 입장했고, 사장님과 단 둘 뿐이었던 이 하얀 공간에는 편안함과 적당한 서먹함이 공존했다. 북유럽 느낌 낭낭한 인테리어 덕분에 이국적인 분위기도 깔렸고.

진열되어 있던 잡지를 좀 보다 보니 주문한 메뉴가 나왔다. 초록 초록한 필토스트는 보시다시피 아주 건강한 맛. 푸짐한 바질 페스토에 눈처럼 쌓인 치즈까지, 내 입맛에는 좀 짜게 느껴져서 토스트 한 조각에 루꼴라 한 움큼을 집어삼켜야 했다. 큰 기대 없이 그냥 예뻐서 시켜본 치즈 테린느가 의외로 만족스러웠다. 치즈 케이크가 아주 진하고 견고하게 응축되어 있는 느낌의 디저트.


더울 정도로 따사로운 햇살을 쬐며, 여유롭게 잡지 한 권을 읽으며, 혼자 조용하게 식사와 디저트에 커피까지 즐긴 한 시간 남짓. 이 주의 가장 평화롭고 사랑스러운 최고의 1시간으로 기억에 남았다.


8. 방이 프로제


식사도 했고 디저트도 먹었는데 커피는 더 마시고 싶어서, 여기저기 갔다가 다 자리가 없어서 돌고 돌아 30분을 걸어 겨우 간 곳. 사실 이 카페만의 장점이나 특색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앉을 곳이 넉넉하다는 것 외에 잘 모르겠는데. 한 가지 확실히 기분이 좋았던 포인트는 주문하면서 스티커를 가져올 수 있었다는 점. 그것도 다 다른 컬러, 다 다른 디자인의 귀요미들. 스티커 때문이라도 오길 참 잘했다 싶었던 곳.


9. 후쿠오카 NO COFFEE


엄마, 아빠, 동생과 함께한 규슈 가족여행. 후쿠오카에서 딱 2시간 정도 나 혼자 즐길 수 있는 자유시간이 있었다. 가고 싶었던 카페는 10개가 넘지만 벌써 저녁 시간이기도 해서 딱 두 군데만 겨우. 


가장 궁금했던 '노 커피', 목표는 오직 하나, 블랙 라떼였다. 커피의 브라운이 아닌 말 그대로 블랙&화이트, 그레이에 가까운 색의 라떼. 솔직히 숯 특유의 텁텁함 때문에 마실 수록 맛은 좀.. 오직 간지로 마신다. 매장 분위기의 영향인지 왠지 '힙스터들의 커피'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인터넷에 도는 정보로는 우리나라 식약청에서는 식용 숯 자체가 금지라고 하니, 일본 여행 중 블랙 라떼, 차콜 라떼를 발견한다면 한 번쯤 도전해봐도 좋겠다. 


10. 후쿠오카 白金茶房


'白金茶房'이 새겨진 동그란 팬케이크 비주얼로 유명한 카페. 딸기나 크림 등 토핑이 올라간 메뉴도 있지만 팬케이크는 메이플 시럽 맛으로 먹는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본으로. 그리고 저녁이니 가벼운 스파클링 와인을 곁들였다. 


소문대로 뭐 대단한 맛은 아니었지만 조용하고 묵직한 분위기가 좋았다. 가지런히 진열된 도서와 우드톤 가구, 낮은 채도의 조명과 창밖 나뭇잎이 주는 안정감. 카페에서 혼자 끼니 해결했을 뿐인데 호텔 레스토랑에서 대접받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가격도 그만큼 나왔지만. 


11. 나가사키 HAYAMA COFFEE


일요일 아침, 조식이 마땅치 않아 호텔 앞에 문을 연 카페에 가서 이것저것 시켰다. 빨간 벽돌 건물에 동그랗게 나있는 창이 눈에 띄는 외관이 예뻐서 나도 모르게 이 카페로 향했나 보다. 핫도그+커피가 500엔 대, 샌드위치+감자칩+커피가 700엔 대로 아침 세트 메뉴도 잘 되어있고, 간단한 샌드위치나 케익, 도시락 포장까지 준비되어 있다. 너무 친절하셔서 또 놀랐네. 


오랜만에 동네 카페에서 로컬처럼 차분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딸 덕분에 외국 카페에서 브런치를 다 먹어본다고 엄마 아빠가 너무 좋아하셨다. 정말 이게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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