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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리터 Mar 19. 2019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거야

100일 글쓰기 #작별

헤어짐 앞에 설 때면 늘 약해지곤 했다. 하는 짓도, 외모도 안 그렇게 생겨가지고 은근히 쓸데없는 정이 많은 타입이라. 사소한 거라도 함께해오던 게 더 이상 그 자리에 없다고 생각하면 슬프다. 물론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아는 사람의 죽음, 이런 건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너무 괴로워 말할 것도 없고. 


헤어질 때 차라리 그럴 만한 이유가 있으면 차라리 금방 툭툭 털고 일어날 수 있다. 그게 서로에게 좋으니까, 길게 보면 나에게 잘된 일이니까, 그래서 헤어지는 건 마음 정리를 할 수 있다. 최악의 이별은 아무 문제도, 다툼도 없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멀어진 사이가 되어버리는 거다.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눈에 보이지 않던 상처와 간극이 무관심 속에서 점점 자라나는 걸 깨달았을 땐 이미 늦었다. 훗날 다시 추억하는 것조차 미안하고 민망한 일이 되어버린다. 


뜻하는 대로 되는 인생이 어디있겠냐마는, 적어도 그런 이별은 내 인생에 더는 없었으면 좋겠다. 지나온 날들에 무관심했던 걸 후회한다. 작별을 고하고 싶지 않은 내 주위 사람들과 나의 모든 것들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 한 번이라도 더 상냥하게 말을 걸어보고, 필요할 때 손을 잡아주고, 필요 없을 때도 눈을 맞춰주고. 그렇게 최소한의 느슨한 끈이라도 잡고 있고 싶다. 서로에게 서로가 늘 그자리에 있다고. 


"그러니 우린 손을 잡아야 해, 바다에 빠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눈을 맞춰야 해, 가끔은 너무 익숙해져 버린 서로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 하루 종일 백예린의 앨범을 들으며, 헤어짐에 대한 짧은 생각 


출처: jypentertain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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