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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리터 Mar 21. 2019

나는 나랑 노는 게 제일 재밌더라

100일 글쓰기 #혼자

몇 년 전 '혼자 놀기 레벨 테스트'라는 게 소소하게 유행이었다. 나름 혼자 잘 논다고 생각하는데 막상 내가 뭘 하고 어떻게 노는지 글로 풀어보려니 막막해서, 이 철 지난 레벨 테스트 항목을 빌려본다.


레벨1. 카페 가서 혼자 놀기 

- 이건 일상이다. 일주일에 두세 번, 한 달에 열몇 번도 넘게도 혼자 카페에 간다. 증거는 여기.

카페 가서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게 지금 내 인생 최고의 낙이다.


레벨2. 쇼핑 혼자 하기 

- 맞아. 다른 사람이랑 같이 쇼핑하는 건 솔직히 나에게 스트레스다. 딱 나에게 필요한 것만, 내 눈에 예뻐 보이는 것만 착착 고르고 나오고 싶은데.


레벨3. 코인 노래방에서 혼자 노래하기 

- 물론 가능. 노래방에 혼자 갈 때와 사람들끼리 갈 때 다른 자아가 나온다. 전자는 최소 방금 이별하고 펑펑 울다 온 사람, 후자는.. 내일이 없는 사람.


레벨4. 영화관 가서 혼자 영화보기 

- 솔직히 제일 쉬운 거 아닌가. 어차피 영화관 들어가 앉는 순간부터 오로지 영화에만 몰입할 수 있는 자기만의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썸남이나 만난지 얼마 안 된 연인과 가는 거라면 얘기가 좀 다르겠지만.


레벨5. 여행 혼자 떠나기

- 내 전문분야 나왔다. 지금까지 일곱 번의 해외 여행, 열 번의 제주 여행, 그리고 세어본 적은 없지만 몇 번의 국내 도시 여행을 혼자 다녀왔다. 혼자 하는 여행, 일명 '혼행'에 대해서는 나중에 또 자세하게 쓸 일이 있을 것 같아 생략.


레벨6. 술집에서 혼자 술 마시기 

- 동네에 마땅한 술집이 없어 약속도 없이 혼자 갈 일이 잘 없긴 하다. 여행 중 타지에서는 거의 매일 밤 한 잔씩 하러 혼자 나가는 편인데, 운이 좋을 땐 사장님이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말동무가 되어주시기도 했고, 마음 맞는 여행자들을 만나 2차를 가기도 했다.


레벨7. 음악 페스티벌 혼자 가서 놀기 

- 아.. 해보긴 해봤는데. 추천하지는 않는다. 남들의 시선이 신경 쓰인다기보다는, 최소 두 명 이상이 함께 할 때 더욱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정말 공연만 즐기면 되는 콘서트는 매번 혼자 간다. 콘서트는 솔플이지.


레벨8. 고깃집 가서 혼자 고기 구워 먹기 

- ... 그냥 고기 사 와서 집에서 구워 먹자.


레벨9. 놀이공원 가서 혼자 놀기 

- 놀이공원 별로 안 좋아해서 다행이다.


만렙. 모임에서 혼자 스마트폰 하기 

- 이건 뭐지? 혼자 잘 노는 게 아니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예의가 아닌 거다.




그렇다. '혼자 놀기 레벨 테스트'에 따르면 나는 레벨 7의 혼놀족이며, 상위 30%의 혼자력을 자랑한다. 나에게 '혼자'란 옆에 누군가 없어 쓸쓸한 게 아니라, 쓸데없는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오롯이 나만 생각하며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충전의 의미다.


그러니 엄마, 아빠, 친구들아, 내 주변 모든 분들. 제가 혼자 한다 그러면 정말 혼자 하는 게 좋아서 그런 거니 너무 걱정 마시고, 저를 불쌍히 여기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행복해요~


+) 물론 함께하면 더 좋은 일에도 얼마든지 열려있는 사람입니다 :)


가장 좋아하는 혼밥 장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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