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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리터 Mar 22. 2019

빈 잔을 채워주게

100일 글쓰기 #운명

오늘 술자리의 화두는 단연 사주였다. 무료 웹사이트와 어플에 의존하는 수준의 사주풀이긴 했지만, 사주 결과를 보고 어느 정도 말로 풀어 설명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기에.
 
내가 첫 번째 순서였다. 예전부터 재미로 몇 번 봐주겠다는 이들이 있었어서 사실 새로운 내용은 아니었지만.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는 말들이었다. 나는 어떤 성향의 사람이고, 뭘 조심해야 하고, 무엇을 추구해야 한다 등의 말들. 듣고 있자니 너무 소름 돋게 뼈 때리는 말들이라 흠칫하기도 했지만.




내 사주 풀이보다 기억에 남는 건, 사주를 봐준 동료가 마지막에 덧붙인 말 한마디였다. 사람이 몇 월 며칠 몇 시에 태어났다는 걸로 이 사람의 그릇은 정해지지만, 그 안에 뭘 담을지는 살기 나름이라고. 종이컵에 와인을 담는 사람이 될 것인가. 예쁜 와인잔에 담배꽁초를 꽂아 넣는 사람이 될 것인가.


나는 불과 물이 부족하단다. 내가 갖고 태어난 잔에 펄펄 끓는 뜨거운 물을 담을지, 얼음장처럼 시원한 물을 담을지, 아니면 아무것도 담지 못할지. 미래의 나는 수많은 선택지 앞에 어떤 결정들을 내리게 될지 궁금하다. 무엇이든 내가 선택한 인생이니, 달게 받고 마시련다.


술을 담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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