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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리터 Apr 03. 2019

더 이상 주말이 무의미해진 일상

100일 글쓰기 #주말

주말, 보통의 직장인이라면 한 주 한 주를 살아가는 원동력이자 목표일 텐데. 나에게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평일인지 주말인지가 내 삶에서 크게 의미 없어진 지 오래다.  


흔치 않은 케이스지만, 당직이 필요한 부서 업무 특성상 주말에도 2주에 한 번 꼴로 근무를 해야 한다. 남들 다 놀러 나가는 불타는 토요일 밤, 날씨 좋은 일요일 낮, 이런 건 근무표 앞에 다 얄짤없다. 담당자가 정해주는 스케줄대로 하루 8시간 동안 일해야 한다.  


근데 한 달에 두 번 주말을 바쳐야 하는 게 또 마냥 싫지만은 않다. 주말에 일한 만큼 평일에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 시간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평일에 늦잠 자고 일어나, 텅 빈 지하철을 타고, 주말에 웨이팅 쩐다는 가게들을 찾아가서, 혼자 전세 낸 듯 여유를 부리는 게 얼마나 짜릿한지, 다른 직장인들은 모를 거다.  


새로운 한 달이 시작되는 오늘, 빳빳한 4월 달력에 한 달치 근무 일정을 써놓고 스케줄을 정리해놨다. 만나야 할 사람들과 약속을 잡고, 그에 맞춰 출퇴근 시간과 오프 시간을 조정해놨다. 올 4월은 이렇게 보내겠구나,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혔다. 


무슨 요일인지, 주중인지 주말인지에 따라 정해지는 게 아닌, 최소한의 틀 안에서 매달 1일 내가 만들어 나가는 스케줄. 이 패턴에 적응되고 보니 나름 괜찮다. 그리고 방금 달력을 보다 깨닫고 소름 돋은 사실 하나. 오늘 4월 1일이 지금의 부서로 온 지 딱 2년째 되는 날이네. 비록 주말은 없어졌지만, 요일에 구애받지 않고 시간을 더 알차게 쓸 줄 알게 된, 나쁘지 않은 지난 2년이었다.  


주말보다 더 주말 같았던 어느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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