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리터 Apr 09. 2019

'잘하고 싶다' 아닌 '못하기 싫다'

100일 글쓰기 #성공

어느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보다 유독 한 참가자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분명 내가 응원하는 건 다른 사람이었는데, 이상하게 그가 나오는 부분을 제일 집중해서 보게 되더라. 머리를 싸매고 고뇌하며 미션을 준비하던 그는 답답했는지 분에 터진 혼잣말을 내뱉었다. “아, 진짜 못하기 싫다!” 욕심 있는 야망 캐릭터였기에 충분히 자극적으로 편집해 미움을 살 수도 있는 대사였다. 근데 왜 나는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을까. 그에게서 내 모습을 보았기 때문일까.  




‘잘하고 싶다’가 아닌 ‘못하기 싫다’는 마음, 어쩌면 지금껏 나를 키워온 원동력이다. 나는 완벽한 사람은 못되지만 아무래도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구석이 있는 것 같다. 스스로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 걸 용납할 수가 없다. 무언가를 잘했을 때의 기쁨보다 못했을 때의 패배감과 비참함이 더 크고 오래가서, 못하지 않기 위해 늘 노력해왔다.  


그럼 다 잘하냐고? 그럴 리가. 못하는 건 아예 안 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어려서부터 지금껏 단 한 번도 게임에 빠져본 적이 없는데,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못하니까. 게임에 전혀 소질이 없다는 걸 일찌감치 깨달은 거다. 아무리 게임이 재미있어봤자 그 시간에 내가 잘하는 걸 하는 게 더 재미있는 걸. 




그런데 딱 한 가지, 스스로 만족하는 퀄리티를 못 내면서도 계속 붙잡고 있는 게 있다. 바로 지금도 하고 있는 이 글쓰기. 글을 정말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렇게 정말 하고 싶은 게 생기면 계속 도전해보고 싶은 의지가 생기기도 하나 보다. 하루하루 나도 몰랐던 내 모습을 보게 되는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 작문 능력의 한계는 어쩔 수 없다만, 그래도 못하는 게 싫어서 출석이라도 악착같이 100일을 채우려 한다. 몹쓸 승부욕과 자존심의 순기능이랄까.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좋아하는 냄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