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글쓰기 #향
4월이면 활짝 필 조팝나무 꽃 냄새
커피 원두 가는 냄새
은은하게 퍼지는 인센스 향 냄새
비 온 뒤 날씨 갤 무렵 남아있는 비 냄새
버터 많이 넣고 갓 구워낸 빵 냄새
따끈따끈 갓 지은 쌀밥 냄새
빨래 후 빳빳하게 잘 마른 수건 냄새
최소 몇 년은 책장에 꽂혀있었던 빛바랜 책 냄새
절대 참을 수 없는 고기 냄새
더 못 참는 지하철 델리만주 냄새
오렌지 껍질 깔 때 과즙과 함께 확 퍼지는 상큼한 냄새
파스 냄새
쾌쾌한 노래방 냄새
올리브영 갈 때마다 뿌려보는 W. 드레스룸 피치 블라썸 냄새
원목으로 만든 좋은 가구에 배어있는 나무 냄새
너무 짜거나 비리지 않은 시원한 바다 냄새
3년 전 베를린에서 사 온, 아껴 쓰고 있는 향수 냄새
그때 유럽 면세점에서 겨우 구해온, 이제는 단종된 비오템 바디로션 냄새
초등학생 때 갖고 놀던 추억의 마시마로 인형 냄새
보고 싶은 게 있으면 바로 검색하면 되고, 듣고 싶은 게 있으면 쉽게 찾아들을 수 있다. 그런데 맡고 싶은 향이 있다고 당장 찾아 맡아볼 수는 없다. 어렴풋이 남아있는 기억을 끄집어내 ‘아, 그런 냄새였지’ 온 감각을 총동원해 상상할 뿐이다. 수없이 되짚어보고 떠올려봐서 일까. 후각은 다른 감각보다 더 직관적으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마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