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리터 Apr 12. 2019

표현의 자유가 허락되는 시간

100일 글쓰기 #힐링

어려서부터 늘 막연히 작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음악을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내 인생에 음악이 없었던 적은 없었다. 마음 깊이 공감한 노래, 그냥 좋아서 닳도록 즐겨 들었던 노래, 내가 부르고 싶어 즐겨 부르는 노래. 인생을 함께해온 노래들이 너무 많다. 그래서 진짜 내 노래를 한번 만들어보고 싶었다. 갑자기 작곡을 배우겠다는 건 새 삶을 시작하겠다는 말처럼 큰 일을 저지르는 부담이라. 작사는 한번 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냥 그렇게 생각했다. 글은 쓸 줄 아니까.  


이것저것 일을 많이 벌여보자 다짐한 올 한 해다. 수업까지는 아니지만 작사에 관심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 작사를 해보며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모임을 신청했다. 첫 모임에서는 각자 좋아하는 인생 가사를 나누며 공감하고, 작사의 기본기에 대해 간단히 배워봤다. 


그리고 지금 막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인 두 번째 모임. 처음으로 직접 가사를 한번 써봤다. 40분의 시간을 주신다고 했을 때 이 안에 어떻게 다 쓰지 부담이 됐는데, 어떤 얘기를 쓸지 마음을 정하고 나니 생각보다 술술 풀렸다. 30분 만에 1절 도입부부터 후렴, 2절, 브릿지, 마지막 후렴까지 완성해버려서 오히려 시간이 남았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후루룩 써 내려간 내 가사가 꽤 마음에 든다. 다른 사람들도 가사에서 나의 진심이 느껴진다며 좋아해 줬다. 한숨 자고 일어나 내일 맨 정신에 읽어보면 다 뜯어고치고 싶을 수도 있지만. 지금은 마냥 뿌듯해서 계속 읽어보고 또 읽어보고, 속으로 멜로디도 한번 붙여보고 그러고 있다.  


나는 좋아하는 사람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담은 가사를 썼다. 누군가는 옛 연인을 추억하는, 누군가는 지난 여행의 장면을, 누군가는 계절의 쓸쓸함을, 또 누군가는 힘들었던 과거의 자신을 위로하는 가사를 썼다. 가사에 담은 단어와 표현 하나하나에 그 사람의 가치관과 추억, 인생이 담겨 있다는 게 느껴졌다. 진심으로 공감하고 감탄하며, 모처럼 사람 대 사람으로 소통하는 기분이 들었다. 비록 이제 겨우 두 번째 본 얼굴들이지만. 


참으로 소중한 시간이다. 이 짧은 뿌듯함만으로 앞으로 최소 2주는 희망을 갖고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벌써 다다음주 모임이 기다려진다. 그날의 나는 또 어떤 가사를 쓰고, 어떤 이야기를 나누게 될까. 


글과 음악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어
매거진의 이전글 '잘하고 싶다' 아닌 '못하기 싫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