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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호퍼 May 01. 2022

신입 커리어를 망치는 회사들

스타트업, 좋소, 대기업 모두 다녀본 자가 알려드려요. 돔황차!! 


가까스로 들어간 첫 회사에서 감정소비만 하다가 퇴사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면? 자꾸만 상사가 내 앞길을 막고 성격까지 배리고(?) 있는 것 같다면? 여기서 버티는 게 물경력이 될까봐 겁난다면? 도망쳐야 할까 존중하며 버텨야 할까... 


영화 <메기>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우리가 구덩이에 빠졌을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더 구덩이를 파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얼른 빠져나오는 일이다

그러니까, 빨리 도망치는 것이 더 깊게 들어가지 않고 현명하게 빠져나오는 방법일지 모른다. 


알바를 제외하고 다섯 개의 회사들에서 일을 해보고 첫 회사를 결정한 내가, 짧게나마 그동안의 회사 생활을 기반으로 도망쳐야 할 회사 리스트를 정리해봤다. (주관적인 의견이니 참고용으로만 보길!) 


회사의 멀끔한 껍데기에! 속지 맙시다요 



시닙아 돔황차! 
신입이 도망쳐야 할 회사들 분석 



01 리더가 무능력해보인다 

회사를 다니다 보면 흔한 일이다. 상사의 스타일은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딱 나와 잘 맞는 상사를 만나기란 힘들 수도 있다. 이런 경우 그 방식을 수용해야 할지, 다른 상사를 찾아야 할지 고민이 되기 마련이다. 


아마도 이건 상사의 종류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1) 업무 방식을 변화시키지 않으려는 리더 

대개 제조업이나 공기업에서 이런 경우가 많다. 조직 자체가 보수적이고 창의적이지 않다면, 정해져 있는 업무 방식을 따라야 하는데,  이런 집단일수록 상사가 말하는 방식이 정답일 확률이 높다. 최저 비용 최대 효율을 내는 방식을 고수해왔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주니어가 이 프로세스를 바꾸기 쉽지 않다. 

만약 이런 상황이라면 조금 더 내실을 다지며 업무를 객관적으로 보는 눈을 키워야 한다. 무작정 도망쳐서 같은 업계의 다른 회사를 간다면, 비슷한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 


2) 업계/조직 분위기와 반대로 가는 리더 

1)과 반대로 업계나 조직 분위기 자체는 굉장히 자유로운데, 혼자서 보수적이고 고지식한 리더도 있다. 이런 경우 업계 분위기는 이전과 비해 빠르게 바뀌고 있으나, 원래 해오던 일이 자신의 손에 익어서 '비효율이 효율적이라고 여기는' 것일수도 있다.

예컨대, 자동차 업계에 다니고 있는데 전기차에 대해 공부하지 않거나, it업계에 다니는데 아직 인터넷 뱅킹을 할 줄 모르는 리더가 이런 경우다. (물론 아주 극단적으로 표현하긴 했지만..) 

이럴 경우, 잘 고민해보고 회사나 조직을 이동할 것을 추천한다. 가끔 회사를 다니다 보면 '한 조직의 역량 최대치가 조직장의 역량 평균'처럼 보일 때도 있기에, 이런 경우 당신의 팀이 점점 더 회사에서 덜 중요한 일을 맡게 될 수도 있다. 리더가 방치되면 그 조직에 속한 조직원도 방치된다는 것을 잊지 말자 ^.ㅠ


자기 길을 간다는 리더.. 아뇨 돌아오세요..


3) 업무 R&R을 제대로 못 나누는 리더 

개인적으로, 좋은 조직장과 좋은 조직원의 역할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타팀과 잘 커뮤니케이션 해서 업무 스콥을 정리하고, 업무의 우선순위를 정해 조직원들에게 잘 배정해주는 것이 리더의 주요한 역할이라 생각한다. 

만약 리더가 이런 기본의 역할을 못한다면....? 실무가 정말 골치 아파진다. 미들이나 시니어 없이 주니어가 몸빵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더더더 심각하다. 타팀의 리더와 우리팀의 신입인 내가 업무 방식과 리스트에 대해 논의한다고 생각해보자.. (아찔) 

물론 타팀과 커뮤니케이션 하고 R&R을 정리하는 일에도 배울 점이 있다. 그러나 이 역할은 원래 내가 해야 할 역할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리더가 해줄 일은 리더가 해줘야 한다. 리더역할까지 소화할 시간에 내 커리어를 쌓아야 할 거 아니냑오요~! 


4) 사사건건 의심하고 마이크로 매니징하는 리더 

1)과 비슷하지만 혹시나 유독 나에게만 마이크로 매니징을 하는 리더라면 잘 생각해보자. 

이런 경우 주니어에게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과 일의 효율을 높여주기 위해 마구 인풋하는 리더일 수도 있고, 애초에 내가 일머리가 없어 보여서 더 마이크로 매니징하는 것일수도 있다. 이럴 때일수록 리더에게 신뢰와 믿음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내 실력을 갈고닦아 '일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조직원'으로 인식되는 것이 중요하다. 



02 조직원들이 일 얘기보다 사생활에 더 관심 가진다

이전 회사 중 내가 밖에서 남자친구와 있는 사진을 찍어서 보낸 대표가 있었다.. 반갑다며..

일에 큰 열정을 느끼지 못하는 집단일수록 사생활에 관심이 많다. 밥 먹을 때 주구장창 일 얘기만 하는 분위기도 싫지만, 회의할 때는 다들 입을 꾹 다물고 있으면서 사적인 얘기 할 때만 댐 터지듯 대화하는 것도 싫다. 


물론 조직원들이 각자 열심히 일을 하면서, 사생활에 대한 관심도 많은 것은 오히려 좋다. (친한 언니네 회사는 야근으로 너무 오래 붙어 지내다 보니 가족애 같은 게 생겼다고 한다. 회사 사람들이랑 다같이 여행을 가기도 한다고..!) 조직원 중 몇 명이 사생활에 유독 관심이 많고 말 옮기기를 좋아하는 것도 견딜 만 하다. (사실 어딜 가나 이런 분들은 있으니) 

그러나 모든 조직원들의 관심사가 '회사 밖의 일'이나 '다른 팀원의 사생활'에 가있다면 참 피곤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커리어에는 큰 도움이 안 되는 소모적인 회사생활이 싫다면 탈출을 추천한다. 



03 (미묘하게..) 일 하기 싫은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이건 진짜 느껴본 사람만 안다. 

그 묘한 공기가 있다. 표현할 수 없는 착 가라앉은 분위기...


과거, 미술관 홍보 겸 에디터 직무에서 인턴을 한 적이 있었다. 이때 '앞으로의 sns 운영 계획안'을 짜오라는 미션을 받아, 월간/연간/주간 단위의 스케줄링을 짜고 레퍼런스를 찾아 보고 했는데 이런 말을 들었다.

"다영씨, 대기업에서나 이렇게 일하는 거에요. 우리는 이렇게까지 필요 없어요."


그러면 외. 저를 뽑으션나요. 저는. 열씨미 하고싶은대 외 재 맘을 꺽으시나요.


그 이후부터 나도 묘하게 '일하기 싫은 공허한 눈'을 하게 되었다.
(물론 그 회사는 한 달 단기 알바직으로 들어간 곳이었기에 애사심이 없어서 죄책감도 덜했다.) 


회사마다 일하기 싫은 분위기는 다르지만.. 

내가 몇 군데 다녀본 결과 대략적으로 느낀 '일하기 싫은 분위기의 특징'을 추려봤다. 

일 얘기보다 사생활 얘기를 더 많이 한다. (02와 비슷하다)

회의에서 대표님이나 조직장만 계속 말하고, 아무도 의견을 꺼내지 않는다. 

위의 연장으로, 대표님이 말씀하신 사항이 실무들의 검토나 의견 없이 업무로 진행된다. 

회사 안에 '배우고 싶은 상사'가 한 명도 없다. 

다들 알 수 없는 한숨(?)을 많이 쉰다. 

누가 봐도 얼마 안 걸리는 일을 하루 종일 잡고 있는다. 

지난 한달 업무를 회고해봤을때, 딱히 이렇다 할 업무 리스트가 없다. 


이 중에서 절반 이상 해당된다면..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당장 돔황차!

특히 주니어 때는 '일하는 방식과 태도'가 몸에 익는 기간이라고 생각한다. 무기력한 조직에서 오래 있다 보면 나 역시 그 늘어진 텐션에 익숙해지고, 그러다 보면 쉽게 이직할 생각도 하지 못한다.

'뭔가 잘못된 걸까..'하는 그 순간이 도망칠 순간이다. 



04 모든 일에 히스토리&프로세스가 없다

주니어에게 일을 맡기는데 별다른 인수인계도 없고, 레퍼런스도 없고, 선례도 없다면 양날의 검이다. A to Z 내 손으로 다 해볼 수 있는 기회이거나, 진짜 삽질하다가 끝나거나...

혼자서 일을 하다가 '엥 이거 내가 그냥 이렇게 막 해도 되나?'하는 생각이 들어서 다른 조직원들에게 물었는데 '몰라요. 그냥 아무렇게나 해요.'라는 말이 돌아온다? 

이거야 말로 완전 이멀젼시다. 


모르는 건 문제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모르는 데도 아무도 알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스타트업은 휘뚜루마뚜루 일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관습으로 굳혀지고 그걸 아무도 떠맡으려 하지 않는 순간, 회사가 고이게 된다. 그 고인 물을 스스로 퍼낼 자신이 있는 주니어가 아니라면 그곳을 벗어나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 



05 '내가 뭘 배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앞에서도 계속 말했듯, 촉은.. 대부분 맞다. 나의 촉을 믿자. 


나는 회사를 선택할 때 세 가지 기준을 봤다. 

일이 나에게 맞는가 

이 조직에서 배울 것이 있는가 

이 업계의 비전이 나의 비전과 맞는가 


이 중에서도 '이 조직에서 배울 것이 있는가'는 꽤 중요하다. 일이 힘들더라도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1~3년의 주니어 동안 매일같이 야근을 하더라도 장기적인 비전을 위해 잠깐 희생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할 만 하다. (아 갓생 아닌교!) 

그러나 배울 점이 없는 회사에서 업무를 하다 보면, 소위 말하는 '물경력'이 되는 건 아닌지.. 이 다음 회사로 이직할 때 전혀 도움이 안되는 건 아닌지 걱정되기 마련이다. 그럴 땐 아래 리스트를 참고하자. 


배울 점이 별로 없는 조직의 특징 

상사가 주요한 일은 본인이 다 나서서 맡고, 나에게는 허드렛일만 시킨다.
(여기서 허드렛일은 운영 등의 실무가 아닌 탕비실 관리 같은 전혀 업무적으로 도움 안되는 일을 말한다.) 

배울 점이 있는 조직원이 단! 한 명도 없다. 

조직문화의 장단점을 나열해봤는데, 장점이 거의 없다. 

업계나 트렌드와 너무너무 반대로 가는 것 같다. (01과 비슷하다) 

내가커리어를 쌓고자 하는 업무가 아니다. (it 쪽으로 이직하고 싶은데, 단순 포장 업무를 한다든가...) 

일은 하는 것 같은데, 결과물이 전혀 없다. 

꼭 힘들게 주니어 시절을 보내라는 게 아니다. 적어도 무의미하게는 보내지 말자는 것이다. 



06 사소한 걸로 기분 상하게 한다

사소한 걸로 기분 상하는 조직은 대부분 대표님의 말 한 마디로 회사 시스템이나 복지, R&R 등이 쉭쉭 바뀐다는 특징이 있다. (딱히 정해진 규칙이 없으니 말 한 마디로 바꾸기가 얼마나 쉽겠는가!) 

심지어 언지도 없고 합의도 없고 리더들도 동의하지 않았는데 대표의 마음대로 휘뚜루~ 바뀔 때가 있다. 야근 수당이 반값이 된다든가, 식대가 사라진다든가, 이런 졸렬한 걸로 자꾸 화나게 한다. 


아오! 이런 걸로 화낼 수도 없고! 

물론 회사에 따라서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수 있다. 회사의 몸집을 키우는 과정일 수도 있고, 대금이 밀려서 긴축 재정에 들어간 것일수도 있고... 회사의 이런 태도에 인간적으로 공감이 된다면 잠깐 화나는 마음을 누그러뜨리자. 

여기서 말하는 묘하게 기분 나쁘게 하는 '사소한 졸렬함'이란 대표님이나 조직 분위기의 특징을 말한다. 탕비실에서 커피 마시러 가는 것에 대해 그때마다 한 마디 얹는다거나, 월급을 보내는데 이체 수수료를 빼고 보낸다든가 하는... 헛웃음이 나오는 그런 졸렬함... (물론 이 정도로 퇴사하라는 건 아니다. 그냥 서서히 정이 떨어지게 하는 요소일 뿐이지.) 



07 회사가 말하는 비전에 도무지 공감이 안된다

이전에 다녔던 한 회사는 체계나 업무가 대표님이 말씀하시는 대로 휙휙 바뀌었다. 돌연 야근비가 없어지기도 했고, 간식비 제한을 걸거나, CCTV로 야근을 감시할 때까지만 해도 뭐... 그러려니 했다.

그러다... 어느 날 외식 사업을 한다고 했다가, 갑자기 또 화장품 사업에 진출한다는 거다. 대뜸... 내가 퇴사하고 난 뒤 몇 년이 지나고는 갑자기 어플리케이션을 만든다며 졸업도 안한 나를 프리랜서로 고용하겠다 선언했다. (띠용) 


퇴사 이후, 그 회사의 대표님과 식사 자리가 있어 대화를 나눠보니 그 답을 알게 되었다. 대표님이 생각하는 '좋은 회사'란 '어떤 사업이 됐든 돈을 많이 벌어다주는 회사'였던 것이다. 내가 바라는 '좋은 회사'란 '조직 구성원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건강하게 달려가는 것'이었는데 말이다. 

만약 대표님의 회사 비전이 나와 같았다면 야근비나 식비 문제에도 공감하고 기다리고, 신사업 확장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을지 모른다. 

대표님의 비전이 틀렸다는 게 아니고, 그저 나와 달랐을 뿐이다. 그래서 공감이 되지 않았을 뿐이고... 



08 사람들이 선을 넘는다

어떤 회사에든 이상한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상한 사람들이 조직적이라면(?) 그야말로 최악. 

일과 관련 없는 사생활으로 나의 멘탈을 흔들거나, 가스라이팅을 하려 하거나, 사내에서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행위가 공공연하게 이루어지는데 다들 당연하다는 듯 바라보거나... 이런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과거, 한 달 정도 알바로 있었던 모 스타트업에서는 회사 대표님과 대리님이 서로 멱살잡이를 하거나 비속어를 섞으며 싸우기도 했다. (대표님이 대리님께 무례하다는 이유로 회의 중에 모든 사람들 앞에서 돌연 해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퇴사한 대리님의 컴퓨터를 내가 썼는데, 방문 기록에서 성매매 사이트를 발견한 것도 참 괴기스러운 일이었다. 이후 자문이라고 들어온 팀장님이 기존 사업에 딴지를 걸며 갈아 엎는 것도 모자라, 뒤에서 몰래 나를 자신의 회사로 빼가려고 했을 때 확신했다. 세 번이면 스트라이크라고.. 

(쓰다보니 02와 비슷하지만, 02보다 더 선을 넘는 경우를 말한다. 제발 도망쳐!)




물론 어느 회사든 만족도 10점 만점에 10점을 꽉 채우는 곳은 없다. 어떤 회사든 어떤 자리든 나름의 고충은 있을 수 있는데다 사람마다 스트레스를 컨트롤 하는 방식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겠다. 


살짝 꼰대 같을지 모르지만, 회사를 대하는 나의 태도도 바뀔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을 다닌다고 그 회사를 '그냥 스쳐 지나갈 발판 회사' 정도로만 생각해서도 안 되고, 단순 업무가 반복되는 회사를 다닌다고 '대충 월급만 대충 루팡하면서 편하게 다녀야지'라고 생각해도 안 된다. (아무 빌런이 없는 조직이라면 내가 빌런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에,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도 필요하다.) 

적어도 자신의 커리어를 장기적으로 잘 쌓고 싶은 주니어라면 나도, 동료도, 회사도 현명하게 판단하자! 



괜찮지 않은 척 하지 말고 용감하게 돔황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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