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업계 신입사원들의 인생책을 모아봤어요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좋아한다. (정현종_방문객)
그래서 나는 문득 궁금해졌다. 내가 모를 수도 있는 수많은 업계에서 다양한 일을 소화하며 살아내고 있는 주니어들의 인생은 어떨까? 그리고 그들의 가치관에서 큰 기둥 역할을 하는 인생책은 뭘까?
그래서 물어봤다. 주니어들이 말하는 그들의 인생책!
(나의 친구들이 기꺼이 대답해주었고 그 중 겹치지 않는 선에서 잘 추려보았다.)
삼성전자 설비기술 엔지니어 J (2년차)
"MS사에서 모든 정보를 데이터화 시키겠다는 프로젝트 '마이라이프비츠(My Life Bits)'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 충격적이었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기술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과, 그것이 곧 윤리적 문제로 이어진다는 것도 흥미로웠다. '성폭행 당한 이에게 기술은 이로운가?' 등 기술을 인간적으로 해석하려는 부분이 흥미로웠고, 앞으로 인간이 꾸준히 관심 가져야 할 영역이라 생각했다."
전시대행사 전시기획자 K (1년차)
"어떤 책을 읽으면 그 책 전체가 기억에 남는다기보다, 몇몇 파트들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예를 들면 이런 문장."
[철근과 시멘트로 만들어진 도시를 고향으로 갖게 된 나는, 더는 시멘트에서 꽃이 피어나는 꿈을 꾸지 않는다. 하지만 도시가 어떤 자연의 힘에 침범당하는 순간, 그 틈에 들어오는 빛들을 여전히 좋아한다.]
광고대행사 마케터 M (1년차)
"나는 유년시절부터 되게 열정맨이었다. 그래서 동기부여가 되는 영상들을 찾아보며 다시 일어날 원동력을 얻기도 했다.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내가 생각한 성공에 어떻게 가까워질 수 있는지에 대해 그리고 생각을 많이 했었다.
남들이 힘들다고 하는 것, 못한다고 하는 것도 '내가 열심히 하면 되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으로 부딪혀도 한계에 다다르는 지점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이 책이 힘이 됐다. 힘들 때마다 열어본다. R=VD처럼."
법무부 소속 공무원 Y (1년차)
"처음 이 책을 읽게 된 건 제목에 '지구'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게 좋아서였다. 그냥 끌렸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아포칼립스/디스토피아 같은 주제들을 좋아하는데 그런 취향과도 잘 맞았던 것 같다.
<지구 끝의 온실>은 아포칼립스 시대에서 피어나는 인간 군상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데, 표현들이 수려하다. 스포하지 않는 선에서 짧게 좋았던 대목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이들의 공간은 '온실'에서 한 구성원이 다른 구성원에게 '내가 너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고백하는 장면이다. 최근에 읽은 그 어떤 고백 신들 중에 가장 좋았고 와닿았다. 사랑이란 건 뭘까? 그리고 인간들은 어떻게 사랑에 빠지는걸까 대체?"
필라테스 강사 L (2년차)
"긴 말이 필요 없다. 어른이 되어보니 더 와닿는다."
광고홍보대행사 카피라이터 A (2년차)
"한 권의 책을 여러 번 읽는 스타일이 아닌데, 이 책은 인생의 사이클마다 중요한 변곡점이 있을 때 매번 찾아보게 되는 책이다. 특히 사춘기, 수험기, 대학교, 취준, 독립 등 인생 큰 부분들마다 읽어봤는데 계속해서 내 생각이 익어가는게 느껴지는 게 신기했다.
하고 싶은 말은 너무 많지만 정리하자면... 인생의 진리라든가 큰 방향을 제시하는 책이라기보다는 평범하고 사적인 가족을 단일 객체로 여러번, 오래, 지긋이 바라보면서 솔직하게 서술한 책. 이토록 신파적일 수 있는 요소를 솔직하고 찝찝하지 않게 짜내는 것이 되게 좋았다. (K신파가 양파를 눈에 비비는 것이라면 이건 레몬즙을 눈에 뿌린 느낌ㅋㅋㅋ)"
광고대행사 마케터 S (1년차)
"광고 쪽으로 진로를 선택하고, 잘하고 싶다는 갈망을 느꼈지만 동시에 부족함을 느꼈던 부분이 기획서의 논리를 매끄럽게 풀어나가는 일이었다. 이 책은 처음으로 저에게 기획의 기본 공식과 재미를 알려줬다. 도서관에서 읽고 나서 소장용으로 따로 구매하기도 할 정도의 인생책!
이 책에서는 '기획'을 'P(Problem)'와 'S(Solution)' 두 가지 형식으로 단순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이때 중요한 것은 '문제의 규정'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흔히 문제의 현상을 문제점 그 자체로 오해하곤 하지만, 기획자라면 '문제의 본질'을 파고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의 원인점을 찾는 방법을 아주 이해하기 쉽게 알려준다. 저자의 얘기를 따라가다 보면, 신기하게도 기획이 어려운 숙고의 과정이 아니라 정말 심플한 공식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기획 능력은 어떤 영역, 어떤 직무의 일이든 요구되는 역량이기에, 기획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으시다면 꼭 한 번 읽어보는 걸 추천한다. 특히, 나처럼 생각이 너무 많아서 사고 과정에 '심플함'이 필요하신 분들께 추천한다."
게임회사 마케터 (2년차)
"나는 책과는 거리가 있는 유형임에도 불구하고 '몰입된다'는 감정을 처음으로 느끼게 해준 책이 바로 이 책. 군인 시절, 여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읽었던 책이 인생책이 될 줄은 몰랐다. 이 이후로 다른 책들은 시시하게 느껴진다.
이 책은 인류의 희노애락과 한계점을 잘 표현했다.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개인적인 의구심이 생긴 것도 이 책 때문. 상상력이 풍부하고 이미지 트레이닝이 잘 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작가의 묘사가 디테일해 모든 장면들이 그려질 수 있을 것."
카카오 디자이너 (2년차)
"모베러웍스 브랜드와 이 브랜드의 유튜브채널인 Motv의 팬인 덕심 + 진짜 아무것도 없는 쌩 백지에서 시작해서 브랜드가 만들어가는 과정이 여과없이 보여지는 게 너무 좋아서 읽게 된 책. 디자인을 전공은 했지만서도 제대로 브랜딩을 띱하게 배우면서 파보거나 진지하게 생각해본적이 없어서 이 방면에서 잘하는 집단은 무슨 방식으로 일하나 궁금했다.
책을 읽고 나서는 뭐랄까, 제작자 말고 우리 프로덕트 받아보는 소비자입장에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사용자 입장에서 생각한다'는 개념이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어도 살에 와닿진 않았는데, 모춘님이 택배 받아서 까보는 과정에서부터 느끼는 세세한 작은 디테일이 브랜드를 만든다고 한 걸 보고 충격적이었다. 요새는 일할때도 우리 콘텐츠를 누가 실제로 어떤때에 어떻게 보게되나 상상하면서 큼직한거 말고 한끝 디테일을 보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브랜드, IP, 제품 뭐가 되었든간에 본인이 한 대상의 이미지를 새로 만들거나, 개선하거나, 노후되서 다시 혁신을 줘야 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내가 추천하는 책 리스트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생각보다 다른 주니어들과 겹치는 부분이 많더라. 그런 부분들은 제하고 이 글을 썼다.)
<추천도서 리스트 for 주니어> 아티클 보러가기 https://brunch.co.kr/@2hopper/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