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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우 Aug 09. 2016

아가씨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나의 타마코. 나의 숙희'


최근 본 영화 중 비주얼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라이프 오브 파이' '위대한 개츠비' 등과 같이 화려하고 화사한 비주얼로 관객의 눈을 먼저 사로잡는 외화들과 견주어 봐도 부족하다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시각적으로 보이는 요소들이 가진 매력들이 개인적으로 굉장히 크게 다가오곤 했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 비주얼적으로만 충족되는 작품이라는 말은 아니다. 제법 흥미로운 줄거리와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스토리라인이 꽤나 재밌는 작품이다. 각자 다른 목표를 가진 사람들이 등장하면서 그들은 하나가 되기도 적이 되기도 하면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등장인물들의 행보가 작품에 더욱더 몰입되게 만들어줬다고 생각된다.

보는 내내 또 인상적이었던 건 촬영의 구도였다. 배우들 혹은 사소한 물건을 잡아내는 씬에서도 한 장면 장면에 얼마나 많은 심혈을 기울였는지가 느껴졌다. 앞서 말한 비주얼적으로 꽉 차는 느낌은 잘 잡혀있는 구도가 큰 몫을 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아도 비주얼적으로 얼마나 많은 정성을 들였는지가 상기가 되곤 한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다는 서양식 건축기법과 일본식 건축기법이 한 장소에 조화를 이루고 있는 대저택, 이 아름다우면서도 매력적인 장소에서 벌어지는 더럽고 비상식적인 그 당시 남성들의 악한 모습들 그리고 그러한 남성들 사이에서 '진짜' 사랑을 개척해가는 두 명의 여성에서 느껴지는 각기 다른 매력과 케미들이 참 돋보였다.

개봉 전부터 이렇다 저렇다 말이 많았던 작품이고, 개봉 후에도 이런저런 의견이 많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단순한 이익창출을 목적으로 찍어내듯이 만들어내는 영화가 아닌 감독과 스태프 그리고 배우들의 정성과 섬세한 손길이 들어가 있는 작품이라는 게 느껴져서 또 이런 작품이 국내 작품이어서 더 만족스럽지 않았나 싶다.

박찬욱 감독은 참 변태스럽다. 그의 전작들을 돌아보아도 이 '아가씨'를 보아도 언제나 자극적인 소재를 강렬하고 색이 진한 연출로 그려내곤 한다. 그런 그의 색이 진하고 강하기만 한 작품이 과하다 느껴지지 않고 매력적이라고 생각되니 그것 또한 참 묘한 일이다.

자신을 옭아매던 실을 끊고 자신의 인생을 망치러 온 구원자의 손을 잡고 뛰어가는 아가씨. 그때 그 얼굴에서 묻어나던 진정한 행복이 작지 않은 여운을 남긴다. 빠른 시일 내에 다시금 보게 될 것을 확신한다. 그만큼 이 영화는 매력적이고 그 매력은 쉽게 질릴만한 것들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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