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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우 Jul 04. 2018

라라랜드

'우리는 어디쯤 있는거지?'


나는 운명 따위를 믿는 사람중 하나다. 그 진부하기 짝이 없는 단어를 믿는 '꿈을 꾸는 바보'들 중 하나이다. 이러한 나같은 사람들에게 라라랜드라는 작품은 영화라는 매체가 줄 수 있는 모든것이라고 나는 감히 말하고싶다. 기억이 맞다면 다섯번째 보는 영화이다. 그런데 여전히 새롭고 사랑스러움과 동시에 매력적인 영화이다.


극중 세바스찬은 참 여러방면으로 미아라는 여자를 변화시킨다. 재즈를 인생이나 다름없이 생각하는 남자의 면전에 대고 '재즈가 싫어요' 라고 말하던 여자는 영화의 끝에서는 더 이상 볼 수 없다. 어릴적부터 자신이 꿈 꿔온 일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그 여자는 보란듯이 그 꿈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낸다. 세바스찬이라는 존재로 인해 미아의 인생은 송두리째 변하게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질이 가진 가치를, 그 힘을 믿고있는 세바스찬의 진정성이 비로소 미아에게 닿았을때 미아의 인생도, 둘의 사랑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빛나기 시작한다. 

밝고 아름답게 빛나는 밤하늘의 별이 소중한이유는 흔하지 않기에, 영원하지 않기 때문일것이다. 흔해 빠진것이 아니기 때문에 또 영원한것이 아니기 때문에 소중하게 더 각별하게 여겨지는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앞서 말한 '밝고 아름답게 빛나는 밤하늘의 별'  대 신에 '사랑' 이라는 단어를 넣어봐도 크게 어색하지 않다. 이 영화의 진정한 가치는 이 부분에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평생의 사랑을 갈구하는 남녀가 아닌 가장 빛나는 순간을 볼 줄 아는,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불안해하는 처지가 아니라 그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할줄 아는 자세를 갖춘 자들만이 빛나고 소중한 그 순간을 온전히 받아들일수 있다고 말하는것만 같아 '운명이라면 그 둘은 영원할거야' 라는 생각을 품고 살아갔던 나같은 사람에게는 꽤나 충격적이면서도 동시에 꼭 필요한 작품이다. 


오프닝부터 엔딩까지 모든 시퀀스 하나하나가 다 소장하고 싶을만큼 아름다운 연출이 돋 보이는 라라랜드지만,이번 회차에서는 유독 미아와 세바스찬이 함께 저녁식사를 하면서 나눴던 대사들이 참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세바스찬이 걱정되는 미아가 뱉어냈던 말들과 미아를 위해 이런 선택을 했다고 말하는 세바스찬의 모습이 안타깝기 그지 없었다.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너무나 거대해, 그 마음이 너무나 소중해 생기는 갈등이라는게 안타까우면서도 동시에 아름답게 느껴지니 색다른 방식으로 여운이 짙게 남는다. 그 순간 소리없이 돌아가는 턴 테이블 위에 레코드를 비추는 연출 역시 아주 탁월했다고 느꼈기에 꼭 집고 넘어가고싶다. 더 이상 흐르지 않는 노래와 어긋난 톱니바퀴마냥 돌아가는 턴 테이블이 둘의 상황을 간접적으로 잘 보여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음악이 흐르지 않고 돌아가고 있는 턴 테이블, 서로를 위한 말과 행동이 가시가 되어 돌아오는 그 시간. 그보다 더 안타까운 순간이 또 어디있을까. 

몇번을 돌려보았는지 모를 엔딩 시퀀스는 영화라는 매체가 보여줄 수 있는, 영화만이 표현 할 수 있는 연출의 정수라고 생각된다. 영화내내 보여주던 내용과는 다른 방향으로, 다수의 관객들이 원했을법한 흐름으로 흘러가는 둘의 인생과 상황들을 길지 않은 시간동안 음악을 활용해 보다 효율적으로 동시에 매력적으로 그려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둘은 흘러가는대로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갈 것이다.


극장 상영당시 영화를 보고나서 느꼈던 그 감정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여전히 어느쪽이 절대적으로 맞다고 말 할수는 없지만, 아마 몇년후에 다시 나 자신에게 물어 보아도 나는 분명 결론을 내리지 못할것이다. 사랑에 있어서 인생에 있어서 정답이란, 절대적인것이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냥 흘러가는대로 가보는것. 

그것이 현재 우리가 최소한의 노력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결과물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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