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냄새 넘어 고요한 휴식을 기다린다
여전히 어설픈, 30s
조용한 명절이 이제는 편안하다.
기름 냄새가 번지는 부엌에서 엄마가 동그랑땡을 지지고,
아빠가 고르고 골라 사온 예쁜 과일의 향긋함
그 사이에서 나는 ‘명절이란 결국 냄새의 기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어릴 적 명절은 늘 ‘북적임’이었다.
방마다 흩어진 웃음소리,
주방에선 기름 튀는 소리,
TV에선 트로트와 뉴스가 번갈아 흘러나왔다.
그 안에서 나는 엄마 옆에 들러붙어 꼬치를 꿰고,
시금치나물을 주물러 간을 봤다.
그 작은 일손 거들기가 세상 가장 중요한 임무처럼 느껴졌고,
엄마는 “우리집 간잽이” 하며 웃었다.
그 웃음이 좋아서, 나는 명절이 좋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명절은 ‘손맛’보다 ‘손해’의 언어로 바뀌었다.
기름 냄새는 부담이 되었고,
정성은 ‘노동’으로 번역되었다.
명절의 근심은 밥상 위에서 피어나고,
누군가의 잔소리나,
묵은 감정이 간장처럼 졸아붙기도 했다.
결국 아빠가 “이제 명절엔 아무도 오지 말자”고 말했을 때,
나는 그게 어쩐지 자연스러웠다.
그 뒤로의 명절은 조용하다.
냉장고엔 반찬통이 세 개쯤,
테이블 위엔 엄마가 좋아하는 동그랑땡,
아빠는 영화 한 편을 틀고,
나는 설거지를 하며 커피를 내린다.
누가 오지 않아도 불편하지 않고, 누가 오지 않아도 외롭지 않은 —
그런 명절이 이제 우리 집의 모습이 되었다.
근데 사람이 참 간사하다.
문득 그때의 냄새가 그립다.
시끌벅적한 친척들의 웃음소리,
그 사이를 뛰어다니며 전 부치는 엄마의 손등,
그리고 그 손등에 붙은 밀가루 자국들.
그 냄새는 기름이 식은 뒤에도 한참 남아 있었다.
기억 속의 명절은 언제나 기름 냄새와 함께 시작했고,
지금의 명절은 조용한 웃음으로 끝난다.
시대는 바뀌고, 풍경도 달라졌지만
동그랑땡 굽는 소리만큼은 여전히 우리 집의 시간표를 알린다.
명절은 잃어버린 풍습이 아니라,
형태를 바꾼 사랑의 방식이라는 걸.
그리고 그 사랑의 냄새가 아직 우리 집에 남아 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