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두 시, 10년 뒤 나에게

누군가의 숨소리에 다시 평화를 느낄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 남아 있기를.

by 늦작가

여전히 어설픈, 30s

"설명할 수 없는 평화가 섞여 있다."




온 세상이 잠든 시간, 오직 우리 집만이 아주 작게 숨을 쉰다.
아기의 규칙적인 숨소리가 방 안을 채우고, 그 리듬에 맞춰 나도 천천히 숨을 고른다.


불 꺼진 거실에는 딸의 장난감과 약간의 피곤함,

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평화가 섞여 있다.


이 시간만 되면 문득, 미래가 궁금해진다.
10년 뒤의 나는 어떤 얼굴로 살아갈까.


아이는 내 손을 잡지 않아도 혼자 신발 끈을 묶고,
세상으로 향하는 길을 스스로 찾고 있겠지.
그때의 나는 여전히 이렇게, 아이를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을까.
아내는 여전히 반찬가게에서 내가 좋아하는 동그랑땡을 사 올까.
그리고 부모님은 그때도 건강하게,
여전히 자식 말을 흘려듣는 척하면서 마음속으로는 걱정하고 계실까.


스무 살 때도 나는 10년 뒤에 나에게 편지를 썼다.(대학교 과제)


그때의 나는 세련된 홍보맨이 되어 있을 거라 믿었다.
커다란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고, 많은 사람들의 박수를 받는 멋진 어른이 되어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화려한 조명보다, 따뜻한 조명을 더 좋아한다.


승진보다 퇴근 후의 평온을,
성과보다 가족의 웃음을 더 소중히 여긴다.

홍보맨이라는 이름은 여전히 나를 설명하지만,
그 속의 나는 조금 달라졌다.


덜 경쟁하고, 더 관찰하며,
덜 말하고, 조금 더 듣는 사람이 되었다.
세상과 부딪히기보다, 세상을 품으려는 쪽으로 마음이 자란 것 같다.


그래서 10년 뒤의 나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때도 호기심 많은 어른이길 바란다.
낯선 것 앞에서 두려움보다 설렘이 먼저이길,
익숙한 것에도 감사함을 잃지 않기를.
입은 조금 더 무겁고, 귀는 조금 더 너그러워졌기를.
오십을 바라보며 세상 앞에 겸손하고,
누군가에게 여전히 ‘쓸모 있는 사람’으로 남아 있기를.

책을 곁에 두고, 오래된 문장들에 위로를 얻으며,
사소한 행복을 지나치지 않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잊혀지는 것들에 쓸쓸해하면서도,
새로 피어나는 것들에 기꺼이 환호하는 사람.
그리고, 세상의 귀찮음 속에서도
지구를 지키는 일에 기꺼이 손을 내미는 그런 사람.

지금의 나는, 아이가 깰까 조심스레 의자를 밀어 넣으며
이 글을 마무리한다.


10년 뒤의 나는 아마 이 글을 읽으며 웃겠지.
“그때 나는 그랬구나. 그렇게 꿈꿨구나.” 하면서.

그렇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지금의 내가, 그때의 나에게 부끄럽지 않다면.
지금처럼 누군가를 사랑하고,
지금처럼 하루의 작은 기쁨을 소중히 여긴다면.


그리고 한 가지 더 —


10년 뒤의 나야, 부디 그때도 행복하길 바란다.
이 새벽의 따뜻함을 기억하며,
누군가의 숨소리에 다시 평화를 느낄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 남아 있기를.





jon-tyson-FlHdnPO6dlw-unsplash.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매미가 울기 전 이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