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순간을 감사히 받아들여야지

by 정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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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포근할 거라는 일기 예보에 오후에 산책을 계획하고 있었다.

하던 일을 대충 정리하고 옷을 든든히 입는다. 모자며, 장갑, 목도리는 필수로 준비한다.

핸드폰의 앱을 다시 켠다, 만 보 걸음을 걷기 위해.


밖에 내려오니 눈이 조금씩 내린다.


'눈 온다는 예보도 있었나? 몰랐는데?

날이 조금 풀린다고는 했는데?'

'아니면 내가 잘 못 알고 있는 건가?'


걷기로 작정을 하고 나왔으니 계획을 바꾸지 않고 걸었다.

계속 걷다 보니 눈이 점점 많이 내린다.

또, 함박눈이다.

얼마 전에도 함박눈이 내렸었는데......


올해 눈이 많이 내리려나?


작년에도 눈 내리던 날, 집 안 거실 창에서 바라만 보고 있었다.

얼마 전 조금 내린 눈을 뒷골목에서 조금 걸었다고 기뻐했었던 나!

언젠가 눈이 많이 내리는 날 눈 밟을 날이 있겠지! 하였던 날이 있었지.

오늘이 그날이네!!

눈이 정말 많이 내려 잠깐 새에 눈이 쌓인다.



눈을 들어 하늘을 보니 제법 눈이 많이 내려 눈을 크게 뜰 수가 없다.

벙어리장갑을 낀 두 손을 위로 들어 내리는 눈을 장갑 위로받아본다.

내리는 눈은 곧 녹아버렸고, 움츠려 들었던 나의 마음도 녹고 있었다.

산책로에 드문드문 보이는 갈대위에도 눈이 쌓인다. 포근해 보인다.

나의 옷에도, 모자에도 수북이 쌓인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도 도장 찍듯이 발로 꾹꾹 누르며 천천히 걸어본다.



산책로에는 제법 많은 분이 걷기 운동을 하는 것이 보인다.

우산을 준비한 분도 보이고..

다행히 모자를 착용하여 머리가 젖을 일은 없었다.

함박눈이 내리던 날

우연히 함박눈을 맘껏 밟으며

함박눈을 맘껏 맞고 걸어본다.

기분 좋은 산책 시간

마음이 편안해졌던 시간

예고 없이 눈을 맞는 일도 참 좋네

괜찮아!

갑자기 선물을 받은 느낌이다.


기쁨의 시간도 잠시이다.

현실적인 일들이 생각이 나서이다.

다음 날 눈이 얼어서 길이 미끄러워 사고도 날 것이고,

눈이 녹아 불편할 일도 생길 것이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는 법이다.

모든 사람을 충족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순간을 감사히 받아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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