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너 올리펀트는 완전 괜찮아>
궁금했다. 나는 어디에 쓸모가 있지? 나는 세상에 기여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절대적으로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세상으로부터 취한 것도 전혀 없었다. 내가 존재하기를 그만둔다 해도 어느 누구에게 어떤 물질적 차이를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누군가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게 되면 대부분의 경우 적어도 소수의 사람들은 개인적 차원에서 그 부재를 느낀다. 하지만 내게는 아무도 없다.
나는 방으로 들어가지만 불을 켜지 않는다. 아무도 나를 보고 싶어하거나 내 목소리를 듣고 싶어하지 않는다. 나는 내가 조금도 불쌍하지 않다. 이것은 그저 사실의 진술이다.
나는 평생 죽음을 기다려왔다. 적극적으로 죽으려고 했다는 말은 아니고, 그저 정말 살아 있고 싶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제 뭔가가 달라졌고, 나는 죽음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 나는 병의 마개를 따서 쭉 들이켰다. - 338
나는 평생 죽음을 기다려왔다. 적극적으로 죽으려고 했다는 말은 아니고, 그저 정말 살아 있고 싶지 않았다는 말이다.
나는 아름다운 사람들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낀다. 아름다움은, 그것을 소유한 순간부터 이미 조금씩 사라져가는 이슬 같은 것이다. 그렇게 살면 힘들 것이다. 늘 자신에게 그 이상이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는 것. 사람들이 겉모습 이면을 봐주길 바라는 것. 황홀한 몸과 반짝이는 눈과 숱 많고 윤기 흐르는 머리칼 때문이 아니라, 당신이기 때문에 사랑받고 싶어한다는 것. -45
"(......) 너는 사람들을 실망시키는 사람이야. 신뢰를 주지 않는 사람. 실패한 사람. 오, 그래. 나는 네가 어떤 사람인지 정확히 알지. 그리고 네가 어떻게 끝날지도 알고 있어. 잘 들어. 과거는 끝나지 않았어. 과거는 살아 있는 거야. 네 아름다운 흉터, 그건 과거에 만들어진 거지, 안 그러니? 그리고 그건 네 평범하기 짝이 없는 얼굴에 여전히 살아 있어. 여전히 흉터가 아프니?"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지만 말은 하지 않았다.
"오, 아프겠지. 아프다는 거 알아. 그 흉터가 어쩌다 생긴 건지 잊지 마, 엘리너." -172
심리상담을 받던 시간을 돌이켜 생각했다. 우리는 상황을 합리적으로 깊이 생각해보는 것과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 패턴을 알아차리는 것, 용기를 내서 다른 것을 시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힘을 내, 엘리너. 내가 속으로 혼잣말을 했다. 용감해져야지. 전과는 상황이 달라. 비슷하지도 않아. 이 아이는 고양이고 너는 성인 여자야. 네 능력은 충분하고도 남아. -404
"어떻게 하면 되죠?" 내가 갑자기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욕구, 좋아지고 싶은 욕구, 살고 싶은 욕구를 느끼며 절박하게 말했다.
"내가 이걸 어떻게 바로잡을 수 있죠? 내가 나를 어떻게 바로잡을 수 있죠?"
닥터 템플이 펜을 내려놓고 단호하면서도 부드럽게 말했다.
"이미 그러고 있어요, 엘리너. 당신은 스스로 평가하는 것보다 더 용감하고 더 강해요. 그렇게 계속해나가면 돼요." -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