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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메다 Jul 27. 2020

내 삶 되찾기

책 <디지털 미니멀리즘>, 칼 뉴포트

다시 내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

내 인생이 참 아깝다. 아무 생산적 활동도 하지 않고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시계가 벌써 밤 9시였다. 아침 8시에 일어나서 13시간 동안 내게 도움이 되거나 쓸모있는 일을 단 하나도 하지 않았다. 사용시간 3시간 39분인 내 스마트폰을 보며 현타가 몰려왔다. 내가 할당받은 시간을 다른 이에게 준다면 훨씬 알차게 쓸 수 있을 텐데. 내가 시간을 낭비해서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에 빠져 살다 보면 오만 허무한 생각이 다 든다. 시간낭비도 시간낭비인데 이것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점점 내가 생각하는 능력을 스마트폰에게 빼앗기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스마트폰의 맞춤형 광고가, 유튜브 영상이, 인터넷 댓글이 내 생각을 대신해준다. 문제는 나는 생각을 빼앗기고 있다고 자각하지 못한다. 나는 내가 생각한다고 믿고 광고나 영상, 댓글을 즐겁게 바라본다. 그리고 그들의 의견을 답습하기만 한다. 바보상자에 갇혀 앵무새가 돼가는 느낌이다.



브런치에서 ‘디지털 디톡스’를 검색하다가 이 책 리뷰를 한 편 보게 됐다. 내용이 괜찮아 보여 바로 학교 전자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밤에 1시간,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3시간. 4시간만에 책을 다 읽었다. 내용이 별로 어렵지 않아서 글이 술술 잘 읽혔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전반부는 왜 디지털 미니멀리즘이 필요한지 설명하는 내용이다. 디지털 미니멀리즘의 이론적 기초라고 보면 된다. 소로의 이야기나 실제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자주 예시로 든다. 내용이나 서술이 어렵지 않다. 이 사람의 얘기를 내가 해석해 요약하자면 디지털 기술은 알찬 삶을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뉴포트는 디지털 기기를 100% 반대하지 않는다. 디지털 기술의 장점을 인정하고 할 수 있다면 이를 활용하는 걸 부정하지 않는다. 그가 지적하는건 이 기술의 부작용이다. SNS를 비롯한 수많은 디지털 기술은 엄청난 자본과 기술로 무장하고 사용자들을 기술에 머무르게 하려고 한다. 여기에 맞서 사용자가 장점만 취할 수 있다면 디지털 기술은 정말 유용한 도구일테다. 하지만 개인이 거대 기업의 마수에서 벗어나 장점만 취하기는 현실적으로 굉장히 힘들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노예가 될지언정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내가 적극적이고 생산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하고,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술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저자의 주장에 참 공감이 많이 됐다. 하지만 이 책의 진가는 실천방법에 있다. 저자는 어떻게 내게 필요한 기술을 찾고 현명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 다양한 실례를 제시해준다. 뜬구름 잡는 일장연설로만 끝나는 책이 아니라서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휴대폰을 가방에 넣고 다녀라, SNS는 컴퓨터로만 이용하라는 쉬운 방법부터 양질의 여가시간을 마련하라, 스마트폰을 아예 없애라 등 다양한 난이도의 방법이 있다. 어려운 방법들도 이를 무조건 권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기술을 취하듯이 취사선택 할 수 있다. 그리고 단계별로 차례차례 밟아나갈 수 있는 가이드라인도 제시하고 있다.     


책을 읽은 지 이틀밖에 안 돼서 이를 따라해 성과를 본 것은 아직 없다. 하지만 나는 저자의 주장에 적극 공감하고 있고, 디지털 기기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면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꽤 많다. 마음은 있는데 실천하기 어려운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읽고 도움을 받아 디지털 기술의 주인이 돼 보는 건 어떨까 싶다. 우리가 돈을 버는 것이 삶의 목적이 아니듯이, 디지털 기술에 사로잡히는 삶은 바람직한 삶은 아니라고 믿는다. 이 책을 읽고 실천하며 함께 내 삶을 되찾을 수 있기를 기도한다. 인상 깊은 구절 하나 소개하며 오늘도 글을 마친다.     


잘 쓴 글은 문장이 매끄럽고 아름다운 글이 아니라 진심이 담긴 글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런 글을 쓰고 싶다.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늘 하는 생각이다.     


신기술은 우리가 행동하고 느끼는 양상을 좌우하며, 종종 더 가치있는 다른 활동들을 희생시키면서 건강하지 못한 수준으로 거기에 매달리도록 강요한다. 다시 말해서 우리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통제력을 잃었다는 느낌, 매일 다양한 방식으로 예시되는 느낌이다. 우리는 아이가 목욕하는 동안 스마트폰에 한눈을 팔거나, 가상의 청중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다급한 욕구에 사로잡혀서 좋은 순간조차 온전히 즐기지 못한다.
문제는 유용성이 아니라 자율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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